"예상했던 매파 기조" 파월 '추가 인상' 발언에도 이틀 연속 상승[오늘의 유가]
WTI·브렌트유 모두 1% 올라
파월 긴축 발언에 달러화 강세
中 경기침체에 전반적 하락세


국제유가가 잭슨홀 회의를 기점으로 이틀 연속 상승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이 예년과 달리 시장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던 덕에 경기 침체 우려를 딛고 상승세를 회복한 것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78센트(0.99%) 오른 배럴당 79.83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10월물도 전일 대비 1.12달러(1.34%) 상승한 84.48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개막한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회의)’에서 파월 의장이 “필요하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며 매파적(hawkish‧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긴 했지만, 예상 범위를 벗어나진 않았다는 점이 유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이날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물가 목표치인 2%를 달성할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했던 매파 기조" 파월 '추가 인상' 발언에도 이틀 연속 상승[오늘의 유가]
석윳값 상승에는 달러화 강세도 한몫했다. 돈의 가치를 나타내는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통상 달러화 가치는 오르며, 달러화로 거래되는 국제유가를 밀어 올린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ICE 달러인덱스는 이날 6월 초 이후 약 석 달 만에 최고치인 104.45까지 상승했다.

이밖에 미국의 디젤(경유) 가격이 급등한 영향도 작용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디젤 선물은 5%가량 올라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유사들의 정제 마진(크랙 스프레드)은 올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정유소들이 유지‧보수 기간에 들어가면서 디젤 공급 부족 우려가 더해진 탓”이라며 “루이지애나 정유소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과 미국의 석유 굴착 장치 수가 감소한 점도 국제유가를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예상했던 매파 기조" 파월 '추가 인상' 발언에도 이틀 연속 상승[오늘의 유가]
25일 오후 루이지애나에 위치한 미 정유업체 마라톤페트롤리엄의 나프타 저장 탱크에서 불이 났다. 이 공장에선 하루 59만6000배럴의 원유를 정제한다. 또 석유 탐사 전문 기업인 베이커휴즈는 이달까지 미국의 에너지 기업들이 가동 중인 석유 굴착 장치의 수가 전주 대비 8개 감소한 512개로, 9개월 연속 줄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의 전반적인 흐름을 보면 국제유가는 하락세다. 지난 한 주 동안 WTI는 약 2%, 브렌트유는 1% 가깝게 내렸다. 7월 배럴당 80달러선을 넘어서며 ‘랠리’를 나타냈던 국제유가가 이달 들어 안정되고 있는 모양새다.

세계 2위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이 최대 요인으로 거론된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감산 조치를 연장하면서 국제유가를 떠받치고 있지만,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고금리 정책에 따라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석유 수요가 쪼그라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안다의 크레이그 얼람 애널리스트는 “최근의 경제 지표는 고무적이지 않았으며, 중앙은행들이 매파적 입장을 유지함에 따라 연말로 갈수록 압박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산유국들에서 원유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점도 약세 요인이다. 코메르츠방크의 바바라 렘브레히트 전략가는 “베네수엘라, 이란, 이라크에 희망이 있다”며 “이란의 하루 생산량은 봄 이후 이미 35만배럴 늘어났고, 최근 수출량은 200만배럴을 넘어섰다. 이런 증산 추세가 유지된다면 가격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예상했던 매파 기조" 파월 '추가 인상' 발언에도 이틀 연속 상승[오늘의 유가]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