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곡물 시장에 불어닥친 삼중고…'엘니뇨 폭탄' 정점 [원자재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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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쌀 수출금지·러시아 곡물협정 탈퇴에
엘니뇨 폭탄까지…"곡물가격 오를 일만 남았나"
올해 전 세계를 덮친 엘니뇨가 글로벌 곡물 시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곡물 업계가 러시아의 흑해 곡물 협정 중단, 인도의 쌀 수출 금지에 이어 엘니뇨 현상까지 삼중고에 노출된 만큼 특히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식품발 가격 폭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엘니뇨로 인해 내달부터 남아시아, 중앙아메리카에 폭염이 찾아오고 중남미를 세로로 관통하는 안데스 산맥 인근에는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의 수온이 올라가는 이상기온 현상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농작물 수확량이 감소한다.
곡물 공급 감소는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엘니뇨로 기온이 1도 오르면 전 세계 식료품 물가는 6% 가량 뛰는 것으로 추산했다. 식품 가격 상승은 저개발국가들에 특히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저개발국은 전체 소비재·서비스 지출에서 식료품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선진국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러한 파급 효과는 신흥국 중앙은행이 고(高)금리 기조를 더 오래 유지해야 한다는 압력을 높이고, 이는 결국 하반기 피벗(Pivot·금리 인하로의 정책 전환)을 기대하는 주식 및 국채 시장에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원자재 시장조사업체 민텍의 잔나 알렉사히나 곡물 연구원은 "아직까지 투자자들은 엘니뇨 같은 기상 이변이 원자재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해 가격 상승에 베팅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2~6주간 일기예보가 매우 중요해 우리는 이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와 러시아발 악재는 이미 곡물 가격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는 일부 품종의 쌀 수출 제한에 나섰다. 인도 정부는 지난 27일 바스마티 품종의 쌀을 1t당 1200달러(약 160만원) 아래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인도는 지난해 9월 싸라기 쌀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에는 비(非) 바스마티 백미 수출을 금지했다.
지난 25일에는 찐쌀에 대한 관세 20% 부과 조치를 발동하기도 했다. 인도 내 이상기후로 폭우, 가뭄이 반복돼 국내 작황이 부진해지자 잇단 쌀 수출 관련 조치들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러시아는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원활하게 수출할 수 있게 하기로 한 흑해 곡물 협정을 일방적으로 중단해 곡물 공급 우려를 더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3% 상승했다. 전월 대비 밀 가격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1.6% 올랐고, 쌀 가격 지수도 2.8% 뛰어 2011년 9월 이후 최고 상승 폭을 나타냈다. 1년 전만 해도 2400달러에 그친 코코아 선물 가격은 1t당 3500달러 수준으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 같은 흐름에 엘니뇨가 더해지면 식품 가격은 더욱 폭등할 수 있다. 그로 인텔리전스의 조나단 헤인즈 수석 연구분석가는 "엘니뇨는 내년 작황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로라 산체스 지속가능투자 수석연구원은 "엘니뇨는 1년 중 통상 11월에서 2월 사이에 정점에 도달하는 경향이 있지만, 특히 신흥 시장에선 식료품 물가상승, 재정 예산, 통화정책, 국내총생산, 무역 등 전반에 걸쳐 그 여파가 더 오래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다이애나 이오바넬 경제학자는 "강력한 엘니뇨에 직면한 신흥국 중앙은행은 끈적한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금리를 더 오랜 기간, 더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엘니뇨 폭탄까지…"곡물가격 오를 일만 남았나"
올해 전 세계를 덮친 엘니뇨가 글로벌 곡물 시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곡물 업계가 러시아의 흑해 곡물 협정 중단, 인도의 쌀 수출 금지에 이어 엘니뇨 현상까지 삼중고에 노출된 만큼 특히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식품발 가격 폭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엘니뇨로 인해 내달부터 남아시아, 중앙아메리카에 폭염이 찾아오고 중남미를 세로로 관통하는 안데스 산맥 인근에는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의 수온이 올라가는 이상기온 현상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농작물 수확량이 감소한다.
곡물 공급 감소는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엘니뇨로 기온이 1도 오르면 전 세계 식료품 물가는 6% 가량 뛰는 것으로 추산했다. 식품 가격 상승은 저개발국가들에 특히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저개발국은 전체 소비재·서비스 지출에서 식료품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선진국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러한 파급 효과는 신흥국 중앙은행이 고(高)금리 기조를 더 오래 유지해야 한다는 압력을 높이고, 이는 결국 하반기 피벗(Pivot·금리 인하로의 정책 전환)을 기대하는 주식 및 국채 시장에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원자재 시장조사업체 민텍의 잔나 알렉사히나 곡물 연구원은 "아직까지 투자자들은 엘니뇨 같은 기상 이변이 원자재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해 가격 상승에 베팅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2~6주간 일기예보가 매우 중요해 우리는 이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와 러시아발 악재는 이미 곡물 가격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는 일부 품종의 쌀 수출 제한에 나섰다. 인도 정부는 지난 27일 바스마티 품종의 쌀을 1t당 1200달러(약 160만원) 아래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인도는 지난해 9월 싸라기 쌀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에는 비(非) 바스마티 백미 수출을 금지했다.
지난 25일에는 찐쌀에 대한 관세 20% 부과 조치를 발동하기도 했다. 인도 내 이상기후로 폭우, 가뭄이 반복돼 국내 작황이 부진해지자 잇단 쌀 수출 관련 조치들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러시아는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원활하게 수출할 수 있게 하기로 한 흑해 곡물 협정을 일방적으로 중단해 곡물 공급 우려를 더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3% 상승했다. 전월 대비 밀 가격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1.6% 올랐고, 쌀 가격 지수도 2.8% 뛰어 2011년 9월 이후 최고 상승 폭을 나타냈다. 1년 전만 해도 2400달러에 그친 코코아 선물 가격은 1t당 3500달러 수준으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 같은 흐름에 엘니뇨가 더해지면 식품 가격은 더욱 폭등할 수 있다. 그로 인텔리전스의 조나단 헤인즈 수석 연구분석가는 "엘니뇨는 내년 작황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로라 산체스 지속가능투자 수석연구원은 "엘니뇨는 1년 중 통상 11월에서 2월 사이에 정점에 도달하는 경향이 있지만, 특히 신흥 시장에선 식료품 물가상승, 재정 예산, 통화정책, 국내총생산, 무역 등 전반에 걸쳐 그 여파가 더 오래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다이애나 이오바넬 경제학자는 "강력한 엘니뇨에 직면한 신흥국 중앙은행은 끈적한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금리를 더 오랜 기간, 더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