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가뭄에 '알 덴테 파스타' 먹기 힘들어지나 [원자재 포커스]
파스타 재료 듀럼 밀의 최대 수출국 캐나다, 가뭄으로 흉작 전망
IGC “2023~2024년 세계 생산량 22년 만에 최소”
자료: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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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듀럼밀(durum wheat) 수출국인 캐나다에 가뭄이 이어지면서 파스타 가격 동향이 심상치 않다. 세계에서 유통되는 파스타 가운데 상당수가 듀럼밀을 주요 재료로 쓰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의 3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식품회사 콘티넨털 누들이 생산하는 듀럼밀 세몰리나 밀가루의 가격은 20㎏들이 포대 기준으로 7월에만 24% 뛰었다. 콘티넨털 누들 측은 “듀럼밀의 주요 수출국인 캐나다에 가뭄이 들어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면서 “듀럼밀을 이용한 식품 재료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듀럼밀은 밀 가운데 가장 단단해 ‘알 덴테(씹는 맛이 있는 상태)’ 수준으로 익힐 수 있는 파스타를 만드는 데 쓰인다. 북아프리카에서 즐겨 먹는 쿠스쿠스의 재료기도 하다.

국제곡물위원회(IGC)는 2023~2024년 동안 세계의 듀럼밀 생산량이 22년 만에 최소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듀럼밀 재고 역시 30년 만에 가장 적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장 큰 이유는 캐나다 듀럼밀의 흉작이다. 캐나다 정부는 올해 듀럼밀 생산량이 430만톤(t)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는 최근 12년 동안 두 번째로 적은 수확량이다. 캐나다는 세계 듀럼밀 수출량 중 절반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캐나다뿐만이 아니다. 캐나다와 이웃한 미국 역시 가뭄으로 듀럼밀 작황이 부진하다. 역시 듀럼밀의 주요 경작지이자 파스타의 핵심 소비지인 유럽 상황도 마찬가지다. 스페인에서도 듀럼밀 생산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도 악천후 때문에 듀럼밀의 품질이 떨어졌다.

파스타가 주식인 이탈리아 등은 튀르키예를 주목하고 있다. 최근 튀르키예는 듀럼밀 30만t을 수출했는데, 대부분 이탈리아로 향했다. 캐나다 등과는 달리 튀르키예의 듀럼밀 작황이 양호해서다. 튀르키예가 올해 듀럼밀을 50만~100만t 수출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로넥스트에서 듀럼밀 선물 가격은 이달 초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가, 튀르키예가 듀럼밀 수출국으로 부상하면서 최근 조정받았다.

시장에서는 튀르키예산 덕분에 일단 듀럼밀 가격이 진정되긴 했지만, 캐나다 작황이 최종 변수라고 보고 있다. 스페인 노스스타브로커리지의 필립 웨를 파트너는 “한두 달 안에 튀르키예의 수출 가능 물량이 소진되면 듀럼밀 가격이 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 제분 회사들의 연합체인 이탈모파의 빈센조 마르티넬리 듀럼밀 담당 팀장은 “캐나다산이 충분치 않다면 듀럼밀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식품업체들은 듀럼밀 가격 상승세가 아직 심각하진 않다고 보고 있지만, 캐나다 흉작에 대비한 방책을 마련 중이다. 듀럼밀을 다른 종류 밀로 대체해 부드러운 식감의 파스타를 생산하는 안도 대안 중 하나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