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용 반도체 판매를 중동 일부 국가에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을 거쳐 중국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 2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실적보고서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는 중동에 있는 일부 국가를 포함해 특정 고객과 다른 지역에 A100 및 H100 제품군을 판매하려면 추가로 허가받을 필요가 있다고 통지했다”고 밝혔다. “중국에도 A800이나 H800같이 라이선스 요구 사항이 적용되지 않는 대체 제품을 판매했다”고 덧붙였다. 판매가 제한된 중동 국가가 어디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위한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데 쓰인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AI 기술 발전이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해 작년 8월부터 엔비디아의 A100과 H100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는 걸 금지했다. 이에 엔비디아는 중국 판매를 위해 성능을 낮춘 H800, A800 모델을 개발했다.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AI 역량 강화를 위해 엔비디아의 GPU를 구매하고 있다. 사우디는 중국과 전략적 동맹을 맺고 AI 프로젝트 협업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가 중동에서 중국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우려해 추가 제한 조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기업이 AI 모델을 중동에서 훈련한 뒤 중국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 135억달러 대부분을 미국, 중국, 대만에서 올렸다. 그 외 국가 비중은 13.9%다. 중동 매출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