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일반 작품…등급 거부도 어려워

사후관리 인원 태부족 알고도 못막아…“특단의 조치 나와야” 한목소리

정상적으로 등급심의를 받은 작품이 PC방에서 사행성 게임으로 둔갑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일차적으로 관리해야하는 게임물등급위원회는 등급심의 단계에서 걸러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게임위는 이들 작품 대부분이 정상적인 온라인 게임의 형태를 띄고 있을 뿐 아니라, 단순히 사행으로 변질될 개연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등급을 보류하거나 등급거부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출범 초기 ‘바다이야기’ 사태로 인해 사행성 게임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와 형성됐던 것과 달리, 이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적어진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게임위는 출범 초기 사회적인 공감대를 바탕으로 대다수 아케이드게임물에 대한 등급심의를 미뤄왔다.


이에 관련 업체들은 게임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청구했다. 결과는 게임위의 패소로 이어졌고, 게임위는 늘어나는 소송 비용을 이유로 상당수 아케이드 게임물의 등급심의를 진행했다. 게임위가 ‘바다이야기’를 모사한 작품 또는 현행법상 금지하는 행위(릴 게임, 예시, 자동진행 등)를 제외한 작품의 등급을 내줄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 심의 단계서 차단 ‘불가능’

이처럼 게임위가 상당수 아케이드 게임물의 등급을 내주고 있지만, 최근 등장한 PC기반 온라인게임물은 그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아케이드게임물의 경우 운영정보표시장치 등을 통해 작품의 개·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PC기반 온라인 게임물은 전혀 개변조 여부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이들 작품 대부분이 등급신청 당시 기존 온라인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게임위로서는 골칫거리다. 현재 시장에서 불법 사행성 게임물로 둔갑한 ‘A’ 작품의 경우, 일반 FPS와 동일할 뿐 아니라 캐시 아이템과 무기 시스템 역시 현행법상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작품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A’ 작품의 경우 등급심의 단계에서 사행성 게임물로 둔갑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며 “하지만 단지 사행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만으로 등급거부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 제보에 의존 한계점 뚜렷

등급심의 단계에서 일차적으로 걸러낼 수 없다면 사후관리를 통해 철저한 감시·감독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게임위 사후관리 인원은 8명이다. 이 인원으로 줄잡아 수백여 종이 넘는 온라인 게임물을 감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시장에서 불법 사행성게임물로 둔갑한 작품의 경우, 최초 등급심의와 다른 버전을 서비스하기 위해 PC방에 별도의 서버를 운영하기 때문에 실제로 현장에 가지 않고는 접근할 수 없다. 예컨대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처럼 네트워크를 통한 감시가 불가능하다.

게임위 관계자는 “대부분 온라인 게임의 경우 사후관리를 위해 별도의 아이디를 부여받아 주기적으로 관리 감독하고 있다”며 “하지만 서버를 다르게 운영하는 경우 게임위가 볼 수 있는 것은 정상적인 게임이기 때문에 이를 적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법게임물 감시단의 단속 역시 자체조사 보다는 제보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 늦었지만 대책 마련 ‘환영’

게임위는 이 같은 문제점이 크게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최근 PC기반 게임물에 대한 등급심의를 강화하고 나섰다. 게임위는 PC기반 게임물이 등급분류 받은 내용과 다르게 이용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함에 따라, 향후 중점 검토대상에 해당하는 등급분류 신청 게임물에 대해서는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토대상 게임물은 ▲ 게임의 진행 방식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이용자 간 대결이 아닌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 ▲게임의 결과가 이용자의 실력이 아닌 우연적으로 결정되는 경우 ▲게임의 진행 방식이 반복적 또는 자동적인 방법으로 진행되고, 게임의 결과가 누적되는 경우다. 위 3가지 항목에 모두 해당하는 경우 서버 IP 주소 및 서버 관리 용 ID 등을 게임위에 제출해야 한다.

게임위는 이를 토대로 게임의 결과물(아이템, 포인트, 게임머니)을 이동시키거나, 유료 아이템을 구매하는 경우 해당 기능에 대해 삭제 및 수정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또 향후 게임위는 검토대상에 해당하는 게임물에 대해 개별적 사안을 종합적으로 심의해 등급거부도 한다는 복안이다.

게임위가 밝힌 추가 자료 요청 대상 게임물은 현재 시장에서 버젓이 서비스되며, 환전에 악용되는 등 급격한 부작용을 속출하고 있다. ‘A’ 작품의 경우 1년 가깝게 서비스되고 있을 정도로, 그동안 게임위는 물론 경찰도 속수무책이었던 셈이다. 게임위의 이번 결정이 ‘사후약방문’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 전문가들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교묘해지는 사행성 게임물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턱없이 부족한 게임위 사후관리 인원만으로는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더게임스 모승현기자 mozira@thega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