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빚는 이 같은 경이로운 현상을 인공적으로 조절하는 획기적인 기술이 나왔습니다. KAIST 화학과 최인성·이영훈 교수는 호주 멜버른대학교 화학공학과 프랭크 카루소 교수와 공동으로 "나노미터 (10억 분의 1미터) 스케일 필름으로 단일세포를 코팅해 생명을 유지시키다 필요한 때에 분해하는 기초기반 기술을 확보했다"고 11월 18일 밝혔습니다.
이 기술은 다시 말해 매우 작은 세포 하나 하나 씩 살아있는 채로 달걀처럼 포장 한 뒤 바구니에 담아 뒀다 (세포분열이 안되는 상태로 유지)가 원하는 시간에 껍질을 깨고 하나씩 쓸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 연구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요?”
연구팀에 따르면 자연현상을 응용해 이번에 나온 기술은 무궁무진한 응용성이 특징으로 지적됩니다. 가깝게는 당장 세포연구가들이 그동안 힘들었던 단세포를 통한 ‘각개전투식’ 연구를 가능하도록 길을 열었습니다.
세포연구 분야에선 그동안 여러 세포를 놓고 한꺼번에 연구하다 보니 이에 따른 문제점 (세포끼리 서로 상호작용함으로써 빚어지는 연구결과의 왜곡 현상)을 발견할 수 없었는데 이런 것을 해소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이 기술은 무엇보다 신체의 원하는 곳에다 특정 항체 세포를 보내 치료하는 의술인 세포치료제에 응용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입니다. 그 외 응용 가능한 분야론 세포기반의 바이오센서, 바이오촉매, 군사 분야가 손꼽힙니다.
이 대목에서 이번에 나온 기술이 별로 어렵지 않은 기술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연구진 설명에 따르면 그동안 기술적으로 달걀에다 세포를 한 개씩 집어넣는 일도 힘들었다고 합니다. 세포가 자기 맘대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설사 집어넣었다 하더라도 세포의 생명유지 담보(세포 안정도 유지와 세포분열제어)가 어려웠으며 궁극적으로 껍질을 깨면 거의 100% 죽는다는 게 문제로 꼽혔습니다.
앞선 설명은 전문적 용어로 ‘세포피포화 細胞被包化’로 불립니다. 세포의 생존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각각의 세포를 단단한 캡슐로 포획하는 기술로 풀이되고요. 이를 위해 기존에는 유기박막 혹은 유기박막을 주형으로 만든 무기물 캡슐을 이용했습니다. 이들은 세포표면에 단단하게 형성되긴 하지만 잘 분해되지 않아 활용하기가 어렵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됩니다.
“기존의 이런 문제점을 해소했다는데 어떤 식으로 연구를 했냐고요?” 국제공동연구팀은 효모세포를 갖고 탄닌산 수용액과 철이온 수용액을 섞어 세포를 하나씩 금속-폴리페놀박막으로 감싸는 기술을 세계 처음 개발했다고 합니다. 탄닌산은 참나무껍질이나 포도껍질에서 추출한 천연물질로 세포친화도가 높아 철이온과 만나면 10초 이내 금속-폴리페놀박막이 만들어진다고 하네요.
연구팀은 이 결과, 박막으로 붙잡은 세포는 높은 생존율을 보인 것은 물론 박막 형성시간이 짧고 간단해 효율적으로 많은 양의 ‘피포화’ 세포를 얻을 수 있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연구팀은 이어 금속-폴리페놀박막이 중성 pH (수소이온지수)에서는 안정하지만 약한 산성조건에서 빠르게 분해되는 특성을 이용해 원하는 시간에 세포를 피포화 이전 상태로 복구해 세포분열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달걀껍질처럼 외부환경으로부터 내부 세포를 보호해주는 금속-폴리페놀박막은 △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분해효소 △장시간의 자외선 처리 △은나노입자에 대한 방어기작을 가져 세포가 극한의 외부환경에 노출되더라도 높은 세포 생존도를 유지하는 결과를 나타냈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인성 교수는 “세포피포화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기술이 성숙함에 따라 세포조작기술의 응용가능성이 현실화될 것”이라며 “세포기반 응용분야에서 현실적으로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맞춤형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구결과는 화학분야 세계적 학술지 ‘앙게반테 케미 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11월 10일자 속표지 frontispiece 논문 [제1저자 박지훈 박사과정]으로 소개됐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