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에어컨 설치된 건물에 IoT 솔루션 도입하면
냉방 자동조절로 전기료↓
IoT 사업의 핵심은 빅데이터…시작 빠를수록 노하우 쌓여
폭스바겐 등 협력 요청 급증
LG전자를 대표해 연단에 나선 최성호 클라우드센터장(전무·사진)은 “진정한 IoT 시대가 열리려면 서로 다른 분야의 업체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전자의 기업간거래(B2B) 분야 IoT 사업 추진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IoT는 B2B에서 효과 크다
최 전무는 LG전자의 IoT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그는 벤처 창업, 네이버 부사장 등을 거쳐 2012년 LG전자로 옮겼다. LG가 클라우드, IoT 등 신규 서비스를 키우기 위해 스카우트한 것이다.
최 전무는 최근 기자와 만나 “B2B 사업에 IoT를 더하면 당장 부가가치를 20% 이상 늘릴 수 있다”며 “자동차, 에너지 등 B2B사업과 IoT를 결합하는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의 IoT 전략이 B2B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다.
LG전자도 TV 에어컨 냉장고 등 소비자용 가전에 센서와 통신칩을 달아 서로 연결해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IoT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큰돈’을 벌기는 어렵다는 게 LG의 판단이다.
최 전무는 “가전에 IoT를 더하는 것은 중국 등 후발주자를 따돌리기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도 “기존 가전제품을 좀 더 고급화해 비싸게 파는 것 외에는 큰 수익모델이 되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IoT 기능이 더해진 가전이 많이 확산되고 이들이 서로 연결돼 시너지를 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B2B 쪽은 다르다. 당장 수익을 낼 수 있고 그만큼 이익도 쉽게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최 전무의 설명이다. LG전자 시스템에어컨이 설치된 대형 건물에 IoT 솔루션을 더하는 식이다. 방마다 센서를 설치해 사람 수에 따라 자동으로 냉방 강도를 조절한다. 사람이 없으면 저절로 꺼진다. 이렇게 되면 건물주는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
LG전자가 집중 투자하고 있는 태양광사업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태양광 모듈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IoT 솔루션과 관리 시스템을 함께 판다면 더 많은 이익을 올릴 수 있다. 최 전무는 “LG전자는 이미 많은 시스템에어컨과 태양광 패널을 판매했기 때문에 여기에 IoT를 더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IoT 솔루션 자체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최 전무는 IoT 사업은 경쟁사보다 빨리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핵심이 ‘빅데이터’이기 때문이다.
그는 “제품에 센서를 다는 식의 ‘하드웨어’ 중심 IoT 사업은 중국 등 경쟁업체가 언제든 쫓아올 수 있다”며 “하지만 누적된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공급한다면 후발주자가 쉽게 따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전무가 이끄는 조직 이름을 지난해 ‘스마트비즈니스센터’에서 ‘클라우드센터’로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LG전자는 집 자동차 등 서로 다른 공간을 연결하는 문제에 대해 그 어느 업체보다 먼저 고민을 시작했고 그만큼 많은 데이터를 쌓아놨다”며 “그 결과 폭스바겐뿐 아니라 자동차, 에너지 분야의 많은 기업이 협업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