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출시된 'LG 페이'…집나간 LG팬심 돌아올까
LG 페이가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시장에 나왔다. 당초 예상보다 9개월 정도 늦은 출시다.

원래 LG 페이는 지난해 9월 출시한 'LG V20'에 탑재될 계획이었지만 '화이트카드' 테스트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해 무산됐다. 곧바로 LG전자는 화이트카드 방식을 포기하고 자체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그러나 LG 페이는 'LG G6' 출시일에도 나오지 못했고 결국 출시 3개월이 지난 최근에서야 빛을 보게 됐다.

LG 페이는 기기를 일반 신용카드 단말기에 갖다대면 결제되는 삼성 페이의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 방식과 유사한 ‘WMC(Wireless Magnetic Communication)’기술을 적용했다. 두 페이는 기능면에서 비슷하지만 이용자수와 적용 범위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국내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은 네이버(네이버 페이)·삼성전자(삼성 페이)·카카오(카카오 페이)·NHN엔터테인먼트(페이코)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지만, 신용카드 기반의 오프라인 결제 시장은 삼성전자의 독무대다.

삼성 페이는 서비스 출시 1년만인 지난해 8월 누적 거래건수 1억건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 3월 기준으로 누적 거래 2억4000만건을 기록했다. LG 페이의 가세로 양자 경쟁 구도가 형성됐지만 LG로선 버거운 상황이다.

출시한지 2년이 다 된 삼성 페이는 이제 막 시작한 LG 페이에게 골리앗 같은 존재다. 여기에 삼성 페이는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스마트워치‘기어S3’ 를 통해서도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영토 확장에 적극적이다.
드디어 출시된 'LG 페이'…집나간 LG팬심 돌아올까
LG 페이는 삼성 페이에 밀려 고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출시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바로 충성 고객들을 지킬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선 그동안 LG가 삼성에 충성 고객을 뺏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 스마트폰만을 구매했던 상당수의 고객들이 페이 사용을 위해 삼성 스마트폰으로 갈아탔다는 설명이다. LG로선 간편한 결제 방식을 찾아 돌아서는 충성 고객들을 막을 방도가 없었다. LG엔 없는게 삼성엔 있었으니 말이다.

LG에게 이번 LG 페이 출시는 각별하다. 적어도 페이가 없어서 고객을 뺏기는 경우는 방지할 수 있게 돼서다. 충성 고객들이 다시 돌아올 여지가 생겼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스마트폰 자체 문제가 아니라 단지 페이 부재로 이탈했다면 충분히 LG 제품으로 유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이 LG 페이를 LG MC(모바일)사업부의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IT업계 관계자는 "LG 페이는 누적 거래액, 거래 건수 실적도 중요하겠지만, 스마트폰의 충성 고객을 지킨다는 의미가 더 크다"며 "변심하려 했거나 이미 변심한 LG의 충성 고객들을 다시 결집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LG 페이는 신한, KB, BC, 롯데 등 4개 카드사가 지원중이지만 오는 9월에는 모든 카드사로 확대된다. LG는 G6 외에도 LG 페이 지원 제품을 계속 늘릴 계획이다. LG 페이가 집나간 충성 고객들의 '팬심'을 돌릴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