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병 초기 증상에서 회복된 뒤에도 소뇌가 망가져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지수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사진)와 정일억 고려대안산병원 교수, 최서영 부산대병원 교수 등은 열사병 환자 사례를 분석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체가 고온에 노출되면 땀을 흘려 체온을 내린다. 열사병은 고온 환경에서 열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생기는 질환이다. 가벼운 탈진, 두통, 어지럼증부터 다발성 장기손상, 중추신경기능 이상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심하면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열사병 급성기 증상과 발병 기전 등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급성기 증상이 회복된 뒤 생기는 합병증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김 교수는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던 중 일부 환자가 수일 전 열사병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열사병에서 회복된 뒤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자기공명영상(MRI)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열사병 증상이 심하지 않던 환자도 초기 증상이 회복된 뒤 1주일 뒤 소뇌가 위축돼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열사병 때문에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의식 수준 저하, 이상 행동, 판단력 저하 등을 보이거나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소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소뇌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하거나 손발을 정밀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떨리듯이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는 초기 증상이 회복되더라도 다른 이상 증상이 없는지 관찰해야 한다. 어지럼증이 다시 생기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 소뇌가 망가지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김 교수는 “열사병 환자가 발생하면 체온을 빨리 떨어뜨려야 심각한 뇌 손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응급처치가 매우 중요하다”며 “소뇌의 평형기능에 이상은 없는지, 지연성 뇌손상이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열사병 환자에게서 장기적 소뇌 손상이 확인된 만큼 지연성 소뇌 손상을 예방하는 방안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학 분야 국제학술지 ‘신경학저널(Journal of Neurology)’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