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지진 후 여진 2200회…'규모 7'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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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주 지진 1년'…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인가
행안부·지질연 세미나
암반 많고 진원 10㎞대로 깊어 경주지진 피해 예상보다 작아
단층파열 면적 놓고 '갑론을박'
정부, 재난문자 전송시간 현재 50초→2020년 10초로
행안부·지질연 세미나
암반 많고 진원 10㎞대로 깊어 경주지진 피해 예상보다 작아
단층파열 면적 놓고 '갑론을박'
정부, 재난문자 전송시간 현재 50초→2020년 10초로
12일은 경북 경주에서 규모 5.1과 5.8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당시 건물이 무너지는 심각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한반도 계기관측 사상 가장 규모가 큰 지진 위력에 대다수 국민이 불안에 떨었다. 지난 7일 경주 힐튼호텔에서는 경주 지진 1년을 맞아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주관한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지진 전문가들은 “불과 하룻밤 새 전진과 본진에 이어 1주일 만에 다시 규모 4.5 지진과 함께 수백 차례 여진이 이어진 건 한반도에서 매우 보기 어려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땅속 깊은 진원, 암반 많아 피해 작아
경주 지진은 강도에 비해 피해 규모가 작았다. 행안부에 따르면 일부 흙담이 무너지고 벽과 기둥에 금이 가거나 기왓장이 떨어진 수준이다.
피해 규모가 이 정도인 이유는 지진 진원과 에너지, 암반 구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통 지진 진원이 깊으면 방출된 에너지가 지표면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잃는다. 지난해 경주 지진이 일어나기 한 달 전 이탈리아에서 3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진은 지표면 5㎞ 아래에서 일어났다. 반면 경주 지진의 진원 깊이는 11~16㎞로 확인됐다.
지진이 일어난 진원 주변이 암반인 것도 피해를 줄인 요인이었다. 보통 진동수가 낮은 저주파는 건물 철근 콘크리트에 피해를 준다. 층수가 높을수록 저주파에 약하다. 하지만 경주 지진파 진동수는 고주파에 해당하는 13.77㎐였다. 단층 파열이 딱딱한 암반 지대에서 일어나면서 지진 에너지가 고주파로 방출됐다.
◆지질연 “16㎢ 면적서 여러 개 단층 파열”
지질연은 이날 경주 지진 이후 지난 8월12일까지 모두 2229회 여진을 관측했다고 공개했다. 학계는 지진이 경주 남서쪽을 지나는 양산단층과 그보다 서쪽에 떨어진 모량단층 사이 지하에 있는 무명단층(이름이 아직 붙지 않은 단층)이 수평 방향으로 북북동쪽과 남남서쪽으로 미끄러지며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70도쯤 비스듬히 기울어진 단층면에서 약 1.5초간 축구장 2200개 면적(16㎢)에 걸쳐 파열이 일어났다. 하지만 지진은 땅 위에는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고 나서 한반도가 2~5㎝ 이동한 것과 비교된다.
지질연은 땅속 지진을 유발한 힘이 점차 풀리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선창국 지질연 국토지질연구본부장은 “경주 지진이 일어난 직후 1주일간 본진을 유발한 응력이 대부분 해소됐고 여진이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한반도 상황을 감안하면 규모 4 중반부터 6 이하의 중급 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상존한다”고 말했다.
◆학계 “규모 7 지진 가능성 충분”
일부 학계 전문가는 경주 지진이 끝났다고 하기엔 이르다고 경고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올초 국제학술지 지오피지컬 리서치레터에 단층 파열 면적이 지질연이 추정한 16㎢보다 넓은 26㎢였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홍 교수는 지진 에너지를 바탕으로 역산하면 단층이 파열한 면적이 훨씬 크다고 봤다. 단층 길이는 최대 지진 규모를 산정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지진이 발생한 단층의 길이는 남북 400㎞에 이를 정도로 광범위했다.
홍 교수는 “최대 지진 규모를 확인하려면 단층의 전체 길이를 파악해야 하지만 지질연 분석은 지진이 일어난 곳에만 집중해 공개됐다”며 “지진 이후 진앙 주변에 설치한 지진계로부터 규모가 아주 작은 지진을 측정한 결과 단층이 멀리는 동해까지 연결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주 지진이 동해 단층을 자극해 지진을 유발할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양산단층 주변의 활성단층 지도 작성을 주도하는 김영석 부경대 교수와 지질연은 땅속에서 발견된 이 무명단층이 양산단층에서 갈라져 나온 지류로 보고 ‘덕천단층’이란 이름을 붙였다. 반면 지구과학 분야 전문가들은 지류 단층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단층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사실상 활동을 멈춘 양산단층에서 분리된 지류 단층으로 볼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론이다. 양산단층의 지류로 섣불리 규정하면 단층의 정체와 규모를 밝히는 데 제한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경주 지진 직후 한반도에서 일어날 최대 지진 규모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쏟아냈다. 홍 교수는 “최근 들어 국내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반도에 일어날 가장 큰 지진 규모는 6.5 이상 될 것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일부에선 규모 7 이상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했다.
◆먼저 오는 P파 잡아 재난방송 시간 벌어
여전히 한반도 땅속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질연은 지난 2~3월과 이달 들어 진앙 주변의 4기 지층에 구덩이를 파고 급격한 지각현상을 살펴보는 트렌치 조사를 하고 있다. 4기 토양은 가장 젊은 토양층으로 최근에 벌어진 지각활동의 흔적이 남아 있다. 내년부터 5년 동안 동남권에 지진을 유발하는 양산단층 주변의 활성단층 지도를 그리는 사업도 한다.
정부는 경주 지진 이후 지진 재난문자 전송시간을 현재 50초에서 2018년 25초, 2020년 10초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지질연은 지진이 난 직후 가장 빨리 전파되는 P파(종파) 신호를 잡아 조기경보에 활용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경주=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경주 지진은 강도에 비해 피해 규모가 작았다. 행안부에 따르면 일부 흙담이 무너지고 벽과 기둥에 금이 가거나 기왓장이 떨어진 수준이다.
피해 규모가 이 정도인 이유는 지진 진원과 에너지, 암반 구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통 지진 진원이 깊으면 방출된 에너지가 지표면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잃는다. 지난해 경주 지진이 일어나기 한 달 전 이탈리아에서 3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진은 지표면 5㎞ 아래에서 일어났다. 반면 경주 지진의 진원 깊이는 11~16㎞로 확인됐다.
지진이 일어난 진원 주변이 암반인 것도 피해를 줄인 요인이었다. 보통 진동수가 낮은 저주파는 건물 철근 콘크리트에 피해를 준다. 층수가 높을수록 저주파에 약하다. 하지만 경주 지진파 진동수는 고주파에 해당하는 13.77㎐였다. 단층 파열이 딱딱한 암반 지대에서 일어나면서 지진 에너지가 고주파로 방출됐다.
◆지질연 “16㎢ 면적서 여러 개 단층 파열”
지질연은 이날 경주 지진 이후 지난 8월12일까지 모두 2229회 여진을 관측했다고 공개했다. 학계는 지진이 경주 남서쪽을 지나는 양산단층과 그보다 서쪽에 떨어진 모량단층 사이 지하에 있는 무명단층(이름이 아직 붙지 않은 단층)이 수평 방향으로 북북동쪽과 남남서쪽으로 미끄러지며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70도쯤 비스듬히 기울어진 단층면에서 약 1.5초간 축구장 2200개 면적(16㎢)에 걸쳐 파열이 일어났다. 하지만 지진은 땅 위에는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고 나서 한반도가 2~5㎝ 이동한 것과 비교된다.
지질연은 땅속 지진을 유발한 힘이 점차 풀리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선창국 지질연 국토지질연구본부장은 “경주 지진이 일어난 직후 1주일간 본진을 유발한 응력이 대부분 해소됐고 여진이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한반도 상황을 감안하면 규모 4 중반부터 6 이하의 중급 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상존한다”고 말했다.
◆학계 “규모 7 지진 가능성 충분”
일부 학계 전문가는 경주 지진이 끝났다고 하기엔 이르다고 경고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올초 국제학술지 지오피지컬 리서치레터에 단층 파열 면적이 지질연이 추정한 16㎢보다 넓은 26㎢였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홍 교수는 지진 에너지를 바탕으로 역산하면 단층이 파열한 면적이 훨씬 크다고 봤다. 단층 길이는 최대 지진 규모를 산정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지진이 발생한 단층의 길이는 남북 400㎞에 이를 정도로 광범위했다.
홍 교수는 “최대 지진 규모를 확인하려면 단층의 전체 길이를 파악해야 하지만 지질연 분석은 지진이 일어난 곳에만 집중해 공개됐다”며 “지진 이후 진앙 주변에 설치한 지진계로부터 규모가 아주 작은 지진을 측정한 결과 단층이 멀리는 동해까지 연결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주 지진이 동해 단층을 자극해 지진을 유발할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양산단층 주변의 활성단층 지도 작성을 주도하는 김영석 부경대 교수와 지질연은 땅속에서 발견된 이 무명단층이 양산단층에서 갈라져 나온 지류로 보고 ‘덕천단층’이란 이름을 붙였다. 반면 지구과학 분야 전문가들은 지류 단층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단층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사실상 활동을 멈춘 양산단층에서 분리된 지류 단층으로 볼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론이다. 양산단층의 지류로 섣불리 규정하면 단층의 정체와 규모를 밝히는 데 제한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경주 지진 직후 한반도에서 일어날 최대 지진 규모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쏟아냈다. 홍 교수는 “최근 들어 국내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반도에 일어날 가장 큰 지진 규모는 6.5 이상 될 것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일부에선 규모 7 이상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했다.
◆먼저 오는 P파 잡아 재난방송 시간 벌어
여전히 한반도 땅속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질연은 지난 2~3월과 이달 들어 진앙 주변의 4기 지층에 구덩이를 파고 급격한 지각현상을 살펴보는 트렌치 조사를 하고 있다. 4기 토양은 가장 젊은 토양층으로 최근에 벌어진 지각활동의 흔적이 남아 있다. 내년부터 5년 동안 동남권에 지진을 유발하는 양산단층 주변의 활성단층 지도를 그리는 사업도 한다.
정부는 경주 지진 이후 지진 재난문자 전송시간을 현재 50초에서 2018년 25초, 2020년 10초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지질연은 지진이 난 직후 가장 빨리 전파되는 P파(종파) 신호를 잡아 조기경보에 활용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경주=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