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식 현대·기아자동차 ICT본부장(왼쪽)과 이성열 SAP코리아 대표가 27일 계약 내용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SAP코리아 제공
서정식 현대·기아자동차 ICT본부장(왼쪽)과 이성열 SAP코리아 대표가 27일 계약 내용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SAP코리아 제공
현대·기아자동차가 사내 정보기술(IT)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면 전환한다. 2026년까지 현대차와 기아차의 세계 39개 공장에 클라우드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구축한다. 스마트팩토리로 전환해 빅데이터 기반의 경영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포석이다.

현대차는 27일 독일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 SAP의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베이스(DB)인 ‘SAP 하나’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DB 구축에 이어 전사적자원관리(ERP)도 클라우드 기반으로 바꾼다. 완성차업체 중 기업 DB와 ERP를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것은 현대차가 처음이다.

SAP 하나는 하드디스크를 사용하는 기존 DB와 달리 처리 속도가 빠른 D램에 바로 데이터를 저장한다. 기존 DB 솔루션 대비 최대 1800배 이상 처리 속도가 빠르다.

현대차는 3년 안에 현대차와 기아차를 포함한 계열사들의 DB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한다. 이후 2026년까지 세계 각지에 있는 39개 현대·기아차 공장의 ERP를 단계적으로 클라우드 ERP인 ‘SAP S/4 하나’로 전환할 방침이다.

데이터센터는 현대차가 2015년 설립한 광주 데이터센터를 활용한다. 국내 공장은 물론 해외 공장의 데이터도 이곳에 모은다.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경영전략을 세울 수 있고, 운영비용 절감도 가능하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서정식 현대·기아차 ICT본부장(전무)은 “기존에는 공장마다 ERP가 달라 생산, 재무 데이터를 한꺼번에 분석하기 어려웠다”며 “클라우드 기반으로 시스템을 전환하면 보고서 작성에 걸리는 시간을 5분의 1가량으로 줄이고 운영비용을 4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클라우드 전환을 계기로 스마트팩토리 전환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광주 데이터센터 증축 및 자체 서버 설계도 고려 중이다. 서 전무는 “클라우드 전환은 스마트팩토리를 추구하기 위한 밑그림”이라며 “데이터 수집이 중요한 만큼 데이터센터 확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성열 SAP코리아 대표는 “현대차의 이번 결정은 디지털 변혁에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보다 한 발 앞선 미래 지향적 투자”라며 “두 회사가 지속적으로 협력해 모범적인 클라우드 전환 사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