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실제 블랙홀"…인류 역사상 최초로 관측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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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지평선 망원경' 연구진 공개
태양의 65억배 달하는 초대질량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져
태양의 65억배 달하는 초대질량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져
‘중력이 너무 커서 빛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찌그러지는 작은 점.’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블랙홀의 정의다. 블랙홀을 눈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물을 볼 수 있는 건 빛의 반사 때문인데 블랙홀엔 아예 빛이 닿을 수 없다. 공상과학(SF) 영화나 사진 등에서 봤던 블랙홀들 역시 추측으로 만들어낸 이미지였다.
그런 ‘상상 속 블랙홀’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블랙홀 탐사 글로벌 프로젝트팀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 연구진은 “블랙홀을 인류 역사상 처음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10일 발표했다. EHT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한 정태현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그룹장은 “우주의 기원에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5500만 광년 떨어진 ‘초대질량’ 블랙홀
연구팀이 관측한 건 무게가 태양 질량의 65억 배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다.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부의 거대은하 ‘M87’ 한복판에 있다.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빛의 속도(초속 약 29만9792㎞)를 감안하면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거리다.
블랙홀의 이론적 근거는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어떤 물체든 주변 빛과 시공간에 영향을 미친다. 또 해당 물체 질량이 크면 클수록 빛과 시공간은 더 많이 휘어진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앞서 발표된 특수상대성이론은 ‘빛보다 빠른 물질은 없고 에너지와 질량은 호환된다(E=mc²)’로 요약할 수 있다.
두 이론을 종합하면, 빛이 닿는 순간 왜곡되는 블랙홀은 볼 수 없다. 블랙홀에선 시간이 정지하거나 마이너스 상태가 된다. 질량이 무한대로 증가하면서 속도가 무한소가 되는 것이다. 즉 시공간이 완전히 휘고 뒤틀려 어떤 상태인지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데, 이 경계가 이른바 ‘사건의 지평선’이다. 이론상 지구 질량에 가까운 블랙홀 지름은 탁구공의 절반보다도 작다.
우주 비밀에 한걸음 더 다가가
EHT 연구진은 블랙홀을 관측하기 위해 우회로를 택했다. 블랙홀 주위를 겉도는 빛을 조각조각 담아 블랙홀의 윤곽을 재구성했다. 남극 망원경, 유럽남방천문대(ESO) 망원경, 미국 애리조나 전파천문대 등 6개 대륙 8개 망원경의 합작품이다.
이들이 각각 하루에 보낸 자료 양만 약 350테라바이트(TB)에 달했다. 이들 자료를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슈퍼컴퓨터가 합성해 블랙홀을 영상으로 그려냈다. 1000억㎞에 걸친 ‘블랙홀의 그림자’를 통해 블랙홀 모습(지름 약 380억㎞)이 인류 역사상 처음 밝혀진 것이다.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아인슈타인 일반상대성이론의 궁극적 증명”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상대성이론이 알려진 1919년 이후 100주년 되는 해 나온 성과여서 과학계는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1개 은하엔 블랙홀이 하나 존재한다는 게 과학계 추정이었지만, 실제로 입증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EHT팀은 유럽 북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서 모인 200여 명의 연구자로 구성됐다. 국내에서도 한국천문연구원 서울대 연세대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등 네 곳 연구진 8명이 참여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블랙홀의 정의다. 블랙홀을 눈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물을 볼 수 있는 건 빛의 반사 때문인데 블랙홀엔 아예 빛이 닿을 수 없다. 공상과학(SF) 영화나 사진 등에서 봤던 블랙홀들 역시 추측으로 만들어낸 이미지였다.
그런 ‘상상 속 블랙홀’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블랙홀 탐사 글로벌 프로젝트팀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 연구진은 “블랙홀을 인류 역사상 처음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10일 발표했다. EHT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한 정태현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그룹장은 “우주의 기원에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5500만 광년 떨어진 ‘초대질량’ 블랙홀
연구팀이 관측한 건 무게가 태양 질량의 65억 배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다.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부의 거대은하 ‘M87’ 한복판에 있다.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빛의 속도(초속 약 29만9792㎞)를 감안하면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거리다.
블랙홀의 이론적 근거는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어떤 물체든 주변 빛과 시공간에 영향을 미친다. 또 해당 물체 질량이 크면 클수록 빛과 시공간은 더 많이 휘어진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앞서 발표된 특수상대성이론은 ‘빛보다 빠른 물질은 없고 에너지와 질량은 호환된다(E=mc²)’로 요약할 수 있다.
두 이론을 종합하면, 빛이 닿는 순간 왜곡되는 블랙홀은 볼 수 없다. 블랙홀에선 시간이 정지하거나 마이너스 상태가 된다. 질량이 무한대로 증가하면서 속도가 무한소가 되는 것이다. 즉 시공간이 완전히 휘고 뒤틀려 어떤 상태인지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데, 이 경계가 이른바 ‘사건의 지평선’이다. 이론상 지구 질량에 가까운 블랙홀 지름은 탁구공의 절반보다도 작다.
우주 비밀에 한걸음 더 다가가
EHT 연구진은 블랙홀을 관측하기 위해 우회로를 택했다. 블랙홀 주위를 겉도는 빛을 조각조각 담아 블랙홀의 윤곽을 재구성했다. 남극 망원경, 유럽남방천문대(ESO) 망원경, 미국 애리조나 전파천문대 등 6개 대륙 8개 망원경의 합작품이다.
이들이 각각 하루에 보낸 자료 양만 약 350테라바이트(TB)에 달했다. 이들 자료를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슈퍼컴퓨터가 합성해 블랙홀을 영상으로 그려냈다. 1000억㎞에 걸친 ‘블랙홀의 그림자’를 통해 블랙홀 모습(지름 약 380억㎞)이 인류 역사상 처음 밝혀진 것이다.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아인슈타인 일반상대성이론의 궁극적 증명”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상대성이론이 알려진 1919년 이후 100주년 되는 해 나온 성과여서 과학계는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1개 은하엔 블랙홀이 하나 존재한다는 게 과학계 추정이었지만, 실제로 입증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EHT팀은 유럽 북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서 모인 200여 명의 연구자로 구성됐다. 국내에서도 한국천문연구원 서울대 연세대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등 네 곳 연구진 8명이 참여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