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IT] '빅데이터→AI' 반도체 주력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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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력 메모리반도체 '역성장' 가능성
체질개선 못하면 '삼성 어닝쇼크' 장기화
체질개선 못하면 '삼성 어닝쇼크' 장기화
지난 5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올 1분기 영업이익(6조2000억원)은 1년 전에 비해 60% 넘게 빠졌다. 반도체 업황 부진 직격타를 맞은 어닝쇼크였다. 앞서 삼성은 실적 악화를 고백하며 ‘예방주사’를 놨다. 하지만 한국경제를 떠받쳐온 버팀목이 흔들린 충격파는 상당했다.
삼성의 주력은 D램과 낸드(NAND) 플래시로 대표되는 메모리 반도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메모리 비중은 84.5%(2017년 기준)에 이른다. 삼성뿐 아니라 SK하이닉스도 메모리에 ‘올인’ 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집계한 ‘메모리 반도체 시장성장률’을 보면 부침이 뚜렷하다. 2017년 무려 61.8%였던 성장률은 지난해 반 토막(29.9%) 났다. 성장폭도, 둔화폭도 컸다.
‘변동성 큰 메모리 반도체 편중현상’. 증상은 자명하다. 진단과 처방이 관건인데, 관측은 엇갈린다. 증권가는 대부분 D램 가격 반등을 점쳤다. 잘하는 것에만 집중해도 회복할 수 있단 얘기다. 메모리 전망이 밝다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반대 예상도 나온다. 가트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성장률이 올해 다시 3분의 1 수준(9.6%)으로 꺾인 뒤 내년 역성장(-15.7%)할 것으로 봤다. ◆ '메모리 몰빵'에 대한 오해
강점인 메모리를 더욱 벼릴 것인가, 약점인 비메모리(시스템) 분야를 키울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서 정답은 여지없이 후자로 보인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30년까지 비메모리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비메모리 분야를 키우자며 힘을 실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메모리 육성의 큰 방향성을 가져가되 섣부른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의 양자택일 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메모리는 데이터 저장 용도, 비메모리는 데이터 처리 목적의 반도체다. 메모리는 비교적 기능이 단순하다. 만들기 쉽다는 건 아니다. 크기가 작고 데이터 저장용량이 클수록 좋으므로 고도의 집적, 미세공정을 요한다. 따라서 대규모 투자 및 대량생산 전략이 통한다. 반면 비메모리는 특수한 기능을 수행한다. 작게 만드는 것보다 회로설계기술이 중요하다. 종류도 많아 다품종 소량생산이 적합하다. 비메모리란 명칭부터가 국내에서 주력인 메모리 외의 반도체를 묶어 부른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시스템 반도체라 통칭한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이 시스템 반도체에 해당된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교수)은 “그간 국내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쪽에 집중한 게 나쁜 전략이었다고 보진 않는다. 수요도 있고 생산성도 높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열이 아닌 선택의 문제였다는 설명. 그는 “마치 메모리는 당장 접고 시스템 반도체를 키워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맞지 않다. 기존에 구축해놓은 메모리 반도체 유휴 생산설비를 활용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강화 추세에 발맞춰 전환해나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현실론인 셈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2018년 메모리 반도체는 전체 시장의 35%, 시스템 반도체는 65% 비중을 차지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63%나 되지만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은 2.8%에 그쳤다. ◆ AI 끌고 5G 미는 '체질전환'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면 ‘이만큼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더군요. 그 자체로는 정보 더미에 불과합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죠.” 빅데이터 연구자인 이원재 KAIST 교수의 이같은 언급에서 반도체 산업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단순 메모리 쏠림 완화 차원을 넘어 반도체 용처 변화에 주목하는 관점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급성장은 빅데이터 산업과 긴밀하게 연동된 흐름이었다. 서버 업체들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쌓았다. 클라우드를 필두로 정보기술(IT) 기업이 전세계 곳곳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지으면서 데이터 저장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폭증했다. 이 흐름이 한풀 꺾인 게 메모리 시장 둔화로 직결됐다. 빅데이터 산업과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의 하강 국면으로 봐야 한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빅데이터’가 4차산업의 밑단 인프라라면,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가 체감하게 만드는 윗단의 핵심 접점은 ‘인공지능(AI)’이다. 데이터 저장(빅데이터)에서 데이터 활용(AI)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것이다. 이때 빅데이터 구축엔 메모리 반도체가, AI 적용에 시스템 반도체가 쓰인다고 도식화할 수 있다. AI 적용으로 시스템 반도체 수요를 늘리는 대표 사례는 자율주행차다. 사람이 운전대를 놓는 자율주행차 3단계(조건부 자동화)부터는 스마트폰 수준의 AP가 필요하다. 주행시 장애물 인식에 필요한 센싱과 데이터 분석에도 센서,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시스템 반도체가 들어간다.
시스템 반도체 중에서도 특히 AI 반도체가 주목받는 이유다. 나영식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원은 “빅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처리환경, 각종 사물인터넷(IoT)으로 범위가 확대되는 AI 소프트웨어 등 산업적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반기술인 AI 전용 반도체가 시스템 반도체의 새로운 기회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성장속도가 빠른 AI 반도체는 5~10년 내 메모리 반도체에 버금가는 시장 규모로 커질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경쟁력 확보가 새로운 이슈로 부각된다”고 덧붙였다.
AI 반도체는 성장여력도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물리적으로 더 작게 만들기 어렵다. 18개월마다 칩 성능이 2배로 뛰는 ‘무어의 법칙’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작년 10월 강연에서 10나노대에 접어든 반도체 미세공정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결국 공정 수를 줄여 생산성과 수율을 확보하는 대안을 찾고 있다. 한계에 가까워진 메모리에 비해 AI 반도체는 기술발전이 눈에 띈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대국한 ‘알파고 리’는 CPU 1920개와 GPU 176개를 사용해 1메가와트에 달하는 전력을 소비했다. 한 해 뒤 커제 9단과 맞붙은 ‘알파고 마스터’는 AI 전용 반도체인 TPU 4개만 써 전력소모를 10분의 1로 줄였다.
데이터 전송속도는 20배, 처리용량이 100배 올라가는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는 AI 반도체 성장을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나영식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메모리 반도체 기술역량과 노하우를 발판 삼아 AI 반도체 원천기술 확보 등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삼성의 주력은 D램과 낸드(NAND) 플래시로 대표되는 메모리 반도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메모리 비중은 84.5%(2017년 기준)에 이른다. 삼성뿐 아니라 SK하이닉스도 메모리에 ‘올인’ 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집계한 ‘메모리 반도체 시장성장률’을 보면 부침이 뚜렷하다. 2017년 무려 61.8%였던 성장률은 지난해 반 토막(29.9%) 났다. 성장폭도, 둔화폭도 컸다.
‘변동성 큰 메모리 반도체 편중현상’. 증상은 자명하다. 진단과 처방이 관건인데, 관측은 엇갈린다. 증권가는 대부분 D램 가격 반등을 점쳤다. 잘하는 것에만 집중해도 회복할 수 있단 얘기다. 메모리 전망이 밝다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반대 예상도 나온다. 가트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성장률이 올해 다시 3분의 1 수준(9.6%)으로 꺾인 뒤 내년 역성장(-15.7%)할 것으로 봤다. ◆ '메모리 몰빵'에 대한 오해
강점인 메모리를 더욱 벼릴 것인가, 약점인 비메모리(시스템) 분야를 키울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서 정답은 여지없이 후자로 보인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30년까지 비메모리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비메모리 분야를 키우자며 힘을 실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메모리 육성의 큰 방향성을 가져가되 섣부른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의 양자택일 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메모리는 데이터 저장 용도, 비메모리는 데이터 처리 목적의 반도체다. 메모리는 비교적 기능이 단순하다. 만들기 쉽다는 건 아니다. 크기가 작고 데이터 저장용량이 클수록 좋으므로 고도의 집적, 미세공정을 요한다. 따라서 대규모 투자 및 대량생산 전략이 통한다. 반면 비메모리는 특수한 기능을 수행한다. 작게 만드는 것보다 회로설계기술이 중요하다. 종류도 많아 다품종 소량생산이 적합하다. 비메모리란 명칭부터가 국내에서 주력인 메모리 외의 반도체를 묶어 부른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시스템 반도체라 통칭한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이 시스템 반도체에 해당된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교수)은 “그간 국내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쪽에 집중한 게 나쁜 전략이었다고 보진 않는다. 수요도 있고 생산성도 높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열이 아닌 선택의 문제였다는 설명. 그는 “마치 메모리는 당장 접고 시스템 반도체를 키워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맞지 않다. 기존에 구축해놓은 메모리 반도체 유휴 생산설비를 활용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강화 추세에 발맞춰 전환해나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현실론인 셈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2018년 메모리 반도체는 전체 시장의 35%, 시스템 반도체는 65% 비중을 차지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63%나 되지만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은 2.8%에 그쳤다. ◆ AI 끌고 5G 미는 '체질전환'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면 ‘이만큼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더군요. 그 자체로는 정보 더미에 불과합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죠.” 빅데이터 연구자인 이원재 KAIST 교수의 이같은 언급에서 반도체 산업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단순 메모리 쏠림 완화 차원을 넘어 반도체 용처 변화에 주목하는 관점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급성장은 빅데이터 산업과 긴밀하게 연동된 흐름이었다. 서버 업체들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쌓았다. 클라우드를 필두로 정보기술(IT) 기업이 전세계 곳곳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지으면서 데이터 저장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폭증했다. 이 흐름이 한풀 꺾인 게 메모리 시장 둔화로 직결됐다. 빅데이터 산업과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의 하강 국면으로 봐야 한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빅데이터’가 4차산업의 밑단 인프라라면,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가 체감하게 만드는 윗단의 핵심 접점은 ‘인공지능(AI)’이다. 데이터 저장(빅데이터)에서 데이터 활용(AI)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것이다. 이때 빅데이터 구축엔 메모리 반도체가, AI 적용에 시스템 반도체가 쓰인다고 도식화할 수 있다. AI 적용으로 시스템 반도체 수요를 늘리는 대표 사례는 자율주행차다. 사람이 운전대를 놓는 자율주행차 3단계(조건부 자동화)부터는 스마트폰 수준의 AP가 필요하다. 주행시 장애물 인식에 필요한 센싱과 데이터 분석에도 센서,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시스템 반도체가 들어간다.
시스템 반도체 중에서도 특히 AI 반도체가 주목받는 이유다. 나영식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원은 “빅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처리환경, 각종 사물인터넷(IoT)으로 범위가 확대되는 AI 소프트웨어 등 산업적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반기술인 AI 전용 반도체가 시스템 반도체의 새로운 기회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성장속도가 빠른 AI 반도체는 5~10년 내 메모리 반도체에 버금가는 시장 규모로 커질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경쟁력 확보가 새로운 이슈로 부각된다”고 덧붙였다.
AI 반도체는 성장여력도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물리적으로 더 작게 만들기 어렵다. 18개월마다 칩 성능이 2배로 뛰는 ‘무어의 법칙’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작년 10월 강연에서 10나노대에 접어든 반도체 미세공정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결국 공정 수를 줄여 생산성과 수율을 확보하는 대안을 찾고 있다. 한계에 가까워진 메모리에 비해 AI 반도체는 기술발전이 눈에 띈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대국한 ‘알파고 리’는 CPU 1920개와 GPU 176개를 사용해 1메가와트에 달하는 전력을 소비했다. 한 해 뒤 커제 9단과 맞붙은 ‘알파고 마스터’는 AI 전용 반도체인 TPU 4개만 써 전력소모를 10분의 1로 줄였다.
데이터 전송속도는 20배, 처리용량이 100배 올라가는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는 AI 반도체 성장을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나영식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메모리 반도체 기술역량과 노하우를 발판 삼아 AI 반도체 원천기술 확보 등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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