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시세 올려놔"…블록체인기업 발목잡는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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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암호화폐)를 발행하고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운영해오던 A사는 최근 '커뮤니티'에서 쏟아지는 폭언에 곤욕을 치렀다. 통상 커뮤니티는 발행 암호화폐 보유자들로 구성돼 있다. A사 발행 암호화폐 시세가 급등했다가 진정되자 고점에 매수한 투자자들이 몰려와 난동을 부린 것이다.
투자자들은 "시세를 올려달라" "왜 마케팅에 돈을 안 쓰느냐" "토큰 홀더는 주주다. 주주 말을 따라라"며 연일 A사를 비난했다. 인신공격을 당한 커뮤니티 관리자가 정신과 치료를 호소했을 정도다.
이처럼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변질된 커뮤니티 문화가 블록체인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성 기업과 달리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초기 단계부터 커뮤니티와 소통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움직이는 암호화폐 시장과 '토큰 이코노미'라는 독특한 형태의 경제구조가 접목돼 생긴 집단이 커뮤니티의 존재다.
거의 모든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투자자들 대상으로 텔레그램, 카카오톡 대화방 형태의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커뮤니티는 시장 감시와 소통 창구 역할을 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변질된 모습도 보인다. 시세를 올리라는 등의 사적 요구가 표출되면서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의 본질인 기업활동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 '주주' 탈을 쓴 블랙컨슈머
28일 다수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크립토(암호화폐) 펀드들을 취재한 결과 상당수가 커뮤니티로 인해 골머리를 앓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협 또는 협박하거나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민감한 정보를 물으며 대답을 하지 못할 경우 사기꾼으로 몰아가거나 △어떻게든 시세부터 올려놓으라며 과도한 요구를 하는 다양한 유형의 커뮤니티 폭언 사례가 확인됐다.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 B이사는 "커뮤니티 구성원 대다수가 회사 비즈니스나 내실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단기적 시세 변동에만 관심이 쏠린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 C이사도 "시장 흐름이나 기업 성장성과 무관하게 24시간 내내 시세 관련 요구가 들어온다"면서 "아무리 '본질'에 집중해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땐 방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회사 전체 사기도 떨어지고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 유·무형 피해사례 속출
이같은 커뮤니티 상의 폭언·폭설로 정신적 피해는 물론 금전적 피해까지 입고 있다. 프로젝트를 비난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추측성 발언이 빌미가 돼 암호화폐 거래소 상장이 취소된 사례까지 있다.
국내 크립토 펀드 D 프로젝트 매니저는 "몇몇 거래소는 상장을 계획하는 프로젝트의 커뮤니티를 모니터링 하기도 한다. 실제로 커뮤니티에서 생겨난 추측성 발언 때문에 거래소 상장 자체가 취소로 이어진 경우를 본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간접적인 피해를 입힌 경우도 있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E 이사는 "우리는 비교적 폭언·폭설이 심하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가격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다 보니 기업 전체적으로 인력이 낭비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나 기술개발에 집중해야 할 고급인력들이 단톡방 대응과 시세에만 신경을 쓴다는 얘기다. 그는 "제품을 잘 만들고 실사용 사례를 내놓아야 장기적으로 암호화폐 가치 상승도 동반된다. 그런데 커뮤니티가 계속 단기적 관점에서 돈을 쓰는 마케팅이나 거래소 상장만 요구하면 그만큼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기 힘들어진다"고 진단했다. ◆ "커뮤니티 실명화 등 유도해야"
왜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는 것일까. 업계는 2017년 호황 장과 학습효과를 이유로 지목했다. 암호화폐 시장에 급격한 버블이 형성된 지난 2017년에는 며칠 만에 10배, 몇 달 만에 100배 이상 이익을 내는 극단적 사례가 생겼다. 때문에 '암호화폐는 단기간에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접근하는 투기 성향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2017~2018년 초까지 이어진 호황 장에 대한 기억 때문에 토큰 가격 상승과 하락에 대한 책임을 무조건 프로젝트 팀에게 묻거나 커뮤니티에서 화풀이 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블록체인 기업들 입장에선 정부 정책 미비, 시장 상황 악화 등 외부 요인에다 본질인 기술 개발에 집중해도 시원찮은 마당에 왜곡된 커뮤니티 문화까지 겹쳐 3중고를 겪는 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커뮤니티 실명화 등을 통한 건전한 공론장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텔레그램방이나 카톡방 형태라 익명성에 숨어 마음껏 '배설'하는 경우가 많다. 실명 인증을 거친 사람만 커뮤니티 입장이 가능한 형태로 바꿔 건실한 토론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다른 관계자도 "기본적으로 투자문화 성숙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프로젝트는 최대한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투자자 역시 이유 없는 비난을 일삼기보단 건전한 형태의 비판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투자자들은 "시세를 올려달라" "왜 마케팅에 돈을 안 쓰느냐" "토큰 홀더는 주주다. 주주 말을 따라라"며 연일 A사를 비난했다. 인신공격을 당한 커뮤니티 관리자가 정신과 치료를 호소했을 정도다.
이처럼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변질된 커뮤니티 문화가 블록체인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성 기업과 달리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초기 단계부터 커뮤니티와 소통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움직이는 암호화폐 시장과 '토큰 이코노미'라는 독특한 형태의 경제구조가 접목돼 생긴 집단이 커뮤니티의 존재다.
거의 모든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투자자들 대상으로 텔레그램, 카카오톡 대화방 형태의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커뮤니티는 시장 감시와 소통 창구 역할을 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변질된 모습도 보인다. 시세를 올리라는 등의 사적 요구가 표출되면서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의 본질인 기업활동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 '주주' 탈을 쓴 블랙컨슈머
28일 다수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크립토(암호화폐) 펀드들을 취재한 결과 상당수가 커뮤니티로 인해 골머리를 앓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협 또는 협박하거나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민감한 정보를 물으며 대답을 하지 못할 경우 사기꾼으로 몰아가거나 △어떻게든 시세부터 올려놓으라며 과도한 요구를 하는 다양한 유형의 커뮤니티 폭언 사례가 확인됐다.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 B이사는 "커뮤니티 구성원 대다수가 회사 비즈니스나 내실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단기적 시세 변동에만 관심이 쏠린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 C이사도 "시장 흐름이나 기업 성장성과 무관하게 24시간 내내 시세 관련 요구가 들어온다"면서 "아무리 '본질'에 집중해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땐 방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회사 전체 사기도 떨어지고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 유·무형 피해사례 속출
이같은 커뮤니티 상의 폭언·폭설로 정신적 피해는 물론 금전적 피해까지 입고 있다. 프로젝트를 비난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추측성 발언이 빌미가 돼 암호화폐 거래소 상장이 취소된 사례까지 있다.
국내 크립토 펀드 D 프로젝트 매니저는 "몇몇 거래소는 상장을 계획하는 프로젝트의 커뮤니티를 모니터링 하기도 한다. 실제로 커뮤니티에서 생겨난 추측성 발언 때문에 거래소 상장 자체가 취소로 이어진 경우를 본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간접적인 피해를 입힌 경우도 있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E 이사는 "우리는 비교적 폭언·폭설이 심하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가격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다 보니 기업 전체적으로 인력이 낭비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나 기술개발에 집중해야 할 고급인력들이 단톡방 대응과 시세에만 신경을 쓴다는 얘기다. 그는 "제품을 잘 만들고 실사용 사례를 내놓아야 장기적으로 암호화폐 가치 상승도 동반된다. 그런데 커뮤니티가 계속 단기적 관점에서 돈을 쓰는 마케팅이나 거래소 상장만 요구하면 그만큼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기 힘들어진다"고 진단했다. ◆ "커뮤니티 실명화 등 유도해야"
왜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는 것일까. 업계는 2017년 호황 장과 학습효과를 이유로 지목했다. 암호화폐 시장에 급격한 버블이 형성된 지난 2017년에는 며칠 만에 10배, 몇 달 만에 100배 이상 이익을 내는 극단적 사례가 생겼다. 때문에 '암호화폐는 단기간에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접근하는 투기 성향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2017~2018년 초까지 이어진 호황 장에 대한 기억 때문에 토큰 가격 상승과 하락에 대한 책임을 무조건 프로젝트 팀에게 묻거나 커뮤니티에서 화풀이 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블록체인 기업들 입장에선 정부 정책 미비, 시장 상황 악화 등 외부 요인에다 본질인 기술 개발에 집중해도 시원찮은 마당에 왜곡된 커뮤니티 문화까지 겹쳐 3중고를 겪는 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커뮤니티 실명화 등을 통한 건전한 공론장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텔레그램방이나 카톡방 형태라 익명성에 숨어 마음껏 '배설'하는 경우가 많다. 실명 인증을 거친 사람만 커뮤니티 입장이 가능한 형태로 바꿔 건실한 토론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다른 관계자도 "기본적으로 투자문화 성숙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프로젝트는 최대한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투자자 역시 이유 없는 비난을 일삼기보단 건전한 형태의 비판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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