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국민 유전정보 DB 개방…핀란드, 헬스케어 수출 22.2억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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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혁신' 핀란드를 가다
헬싱키市, 기업과 원격의료 계약
2년 전 '핀젠 프로젝트' 가동
신뢰 구축해 의료시스템 개혁
헬싱키市, 기업과 원격의료 계약
2년 전 '핀젠 프로젝트' 가동
신뢰 구축해 의료시스템 개혁
핀란드 헬싱키 외곽의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서비스센터헬싱키의 원격의료실. 모니터 앞에 앉은 간호사가 화상으로 연결된 환자에게 처방된 약을 잘 먹고 있는지, 잠은 잘 자는지, 식사는 제때 하는지 등을 질문했다. 노인 환자는 질문에 답한 뒤 요즘 무릎 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다. 간호사는 의자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어보라고 주문한 뒤 환자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서비스센터헬싱키에서 활용하는 원격의료 솔루션을 개발한 비디오비지트의 레페 하르마넨 대표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집에서 의료진을 편하게 만날 수 있어 치료받을 기회가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일상화된 원격의료
핀란드는 유럽에서 고령화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 중 하나다. 207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556만 명)의 3분의 1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핀란드에서는 국가 재정이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용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최근 수년간 사회적 화두였다. 핀란드 정부는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민간기업을 헬스케어 공공 서비스의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원격의료를 확대하고 질병 치료와 예방을 위한 유전체 정보 구축에 나섰다.
헬스케어 혁신 성과는 속속 나오고 있다. 헬싱키 시정부가 2014년부터 비디오비지트와 손잡고 만성질환자나 고령자에게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한 해에만 900만유로(약 118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원격의료 도입으로 간호사가 만성질환 노인 가정을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핀란드에서는 헬싱키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원격의료 업체와 계약을 맺고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핀란드 정부는 고혈압 당뇨 알츠하이머 같은 만성질환 노인 환자와 간호사 의사 등 의료진에게 태블릿PC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정기적으로 소통하게 하고 있다.
의료·유전정보 DB 구축
핀란드 정부는 한국 보건소와 비슷한 전국 149곳의 헬스케어센터 의료기록을 한데 모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작업을 10여 년 전부터 하고 있다. ‘칸타 프로젝트’다. 내년이면 DB 구축이 마무리된다. 나이, 직업 등 기본적인 개인 신상 기록과 진료 기록, 처방 기록 등을 한데 담았다. 카레이 마코넨 핀란드 사회보건부 장관 자문역은 “지자체가 칸타를 통해 시민의 건강상태를 효율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유전정보 DB를 구축하는 ‘핀젠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2017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2023년까지 핀란드 국민 10%인 50만 명의 유전정보를 모아놓은 바이오뱅크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핀란드 내 대다수 병원이 환자에게 동의를 얻어 유전정보 표본을 수집한 뒤 분석을 거쳐 이를 바이오뱅크로 보낸다. 이렇게 구축된 유전정보 DB는 의료 DB와 함께 헬스케어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허용된다. 아누 얄란코 핀젠 프로젝트 매니저는 “유전체 지도가 완성되면 개인별 유전 분석을 통해 질병 예측과 예방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쑥쑥 크는 헬스케어산업
핀란드 정부의 헬스케어 혁신은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헬싱키 최대 병원인 후스 등 병원들은 바이오벤처의 요람이 되고 있다. 핀란드 정부는 기업의 연구개발(R&D) 자금 지원, 해외 진출 촉진 지원 등에도 적극적이다. 이 덕분에 헬스케어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핀란드 헬스케어 수출액은 2017년 22억2000만유로였다. 전체 수출액의 4% 안팎이지만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핀란드 헬스케어 공기업인 비즈니스핀란드의 노라 카레라 헬스·웰빙산업국장은 “헬스케어 부문에서 무역수지 흑자를 거두는 국가는 세계에서 일곱 곳에 불과한데 핀란드가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국도 더 늦기 전에 헬스케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고령화 진행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르다. 그러나 원격의료는 아직도 19년째 시범사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전체 DB 구축은커녕 공공의료 데이터 활용도 막혀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쌓여 있는 2조여 건에 이르는 국민의료데이터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막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핀란드 헬스케어기업 모임인 헬스테크핀란드의 사라 하시넨 대표는 “핀란드에서도 5년여 전까지 유전체 DB 구축 등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며 “지속적인 사회적 설득을 통해 신뢰를 쌓았고 결국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헬싱키=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일상화된 원격의료
핀란드는 유럽에서 고령화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 중 하나다. 207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556만 명)의 3분의 1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핀란드에서는 국가 재정이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용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최근 수년간 사회적 화두였다. 핀란드 정부는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민간기업을 헬스케어 공공 서비스의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원격의료를 확대하고 질병 치료와 예방을 위한 유전체 정보 구축에 나섰다.
헬스케어 혁신 성과는 속속 나오고 있다. 헬싱키 시정부가 2014년부터 비디오비지트와 손잡고 만성질환자나 고령자에게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한 해에만 900만유로(약 118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원격의료 도입으로 간호사가 만성질환 노인 가정을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핀란드에서는 헬싱키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원격의료 업체와 계약을 맺고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핀란드 정부는 고혈압 당뇨 알츠하이머 같은 만성질환 노인 환자와 간호사 의사 등 의료진에게 태블릿PC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정기적으로 소통하게 하고 있다.
의료·유전정보 DB 구축
핀란드 정부는 한국 보건소와 비슷한 전국 149곳의 헬스케어센터 의료기록을 한데 모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작업을 10여 년 전부터 하고 있다. ‘칸타 프로젝트’다. 내년이면 DB 구축이 마무리된다. 나이, 직업 등 기본적인 개인 신상 기록과 진료 기록, 처방 기록 등을 한데 담았다. 카레이 마코넨 핀란드 사회보건부 장관 자문역은 “지자체가 칸타를 통해 시민의 건강상태를 효율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유전정보 DB를 구축하는 ‘핀젠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2017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2023년까지 핀란드 국민 10%인 50만 명의 유전정보를 모아놓은 바이오뱅크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핀란드 내 대다수 병원이 환자에게 동의를 얻어 유전정보 표본을 수집한 뒤 분석을 거쳐 이를 바이오뱅크로 보낸다. 이렇게 구축된 유전정보 DB는 의료 DB와 함께 헬스케어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허용된다. 아누 얄란코 핀젠 프로젝트 매니저는 “유전체 지도가 완성되면 개인별 유전 분석을 통해 질병 예측과 예방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쑥쑥 크는 헬스케어산업
핀란드 정부의 헬스케어 혁신은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헬싱키 최대 병원인 후스 등 병원들은 바이오벤처의 요람이 되고 있다. 핀란드 정부는 기업의 연구개발(R&D) 자금 지원, 해외 진출 촉진 지원 등에도 적극적이다. 이 덕분에 헬스케어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핀란드 헬스케어 수출액은 2017년 22억2000만유로였다. 전체 수출액의 4% 안팎이지만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핀란드 헬스케어 공기업인 비즈니스핀란드의 노라 카레라 헬스·웰빙산업국장은 “헬스케어 부문에서 무역수지 흑자를 거두는 국가는 세계에서 일곱 곳에 불과한데 핀란드가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국도 더 늦기 전에 헬스케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고령화 진행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르다. 그러나 원격의료는 아직도 19년째 시범사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전체 DB 구축은커녕 공공의료 데이터 활용도 막혀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쌓여 있는 2조여 건에 이르는 국민의료데이터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막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핀란드 헬스케어기업 모임인 헬스테크핀란드의 사라 하시넨 대표는 “핀란드에서도 5년여 전까지 유전체 DB 구축 등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며 “지속적인 사회적 설득을 통해 신뢰를 쌓았고 결국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헬싱키=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