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읽기｜박막례부터 지병수까지…실버세대는 왜 유튜버가 됐나

"인생의 '아싸' 되기 싫다. 황혼 '인싸'라 불러주오"
박막례 할머니 등 실버크리에이터 '붐'

박막례 할머니 /사진=유튜브

연륜과 구수한 입담으로 유튜브를 장악한 황혼 '인싸'(인사이더)들이 몰려온다.

나이 지긋한 세대들이 스마트 폰 활용에 능숙해지면서 1인 크리에이터로 제 2의 삶을 모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와이즈앱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50대들의 유튜브 이용은 78%나 증가했다.

한 통신사는 전국 만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디지털 콘텐츠 특강과 멘토링 과정을 통해 차세대 유튜브 스타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을 정도다.

황혼 인싸 중 대표적 인물은 바로 72세의 박막례 할머니다. "할머니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며 추천한 손녀딸 때문에 유튜브를 시작한 그는 87만 구독자를 가진 '톱스타'다.

'치과 들렀다 시장 갈 때 메이크업'으로 239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본격적으로 화제 인물이 된 박 할머니는 거의 모든 영상 조회수가 10만뷰를 넘길 정도로 유튜브 시장 안에서도 상징적인 인물이다.

박막례 할머니는 최근 유튜브 CEO인 수잔 워치스키를 '박막례 쇼'에 초대했다. 워치스키는 "유튜브를 통해 할머니 이야기가 전해졌던 것처럼, 전 세계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기회를 갖기 바란다"라며 박 할머니에 대해 주목했다.

이덕화 /사진=유튜브

배우 이덕화(67) 역시 최근 유튜버로 데뷔했다. 특히 그의 유튜브 크리에이터 도전기는 KBS 2TV '덕화TV'에서 6부작으로 방송됐다.

이덕화는 "여러분의 덕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구독 좋아요 꾸욱 눌러주세요. 부탁해요"라며 크리에이터답게 구독자를 독려하기도 했다.

그는 "칠순이 코앞인데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건 쉽지 않았다. 지금은 편집도 잘 못하는데 이홍렬은 다 직접 하더라. 열심히 내 손으로 편집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덕화는 개인방송을 통해 68년 인생을 바탕으로 한 자신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알려줘 젊은 세대와도 소통했다.

아내와의 데이트 뿐만 아니라 가발 개봉기까지 이덕화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콘텐츠로 화제가 됐고 최종회에서 구독자 5만명을 달성했다. 현재는 시즌2 준비 중이다.

지병수 할아버지 /사진=유튜브

또 다른 실버 크리에이터로 지병수(77) 할아버지를 빼놓을 수 없다.

지병수 할아버지는 KBS 1TV '전국노래자랑'에서 가수 손담비의 '미쳤어' 춤과 노래를 자신만의 흥과 멋으로 소화해 '할담비'로 불리며 스타덤에 올랐다.

지 할아버지는 유튜브 채널 개설 후 동영상을 올려 "취미로 노래를 옛날부터 좋아했다"며 홍진영, 카라, 티아라, 채연의 팬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통무용을 18년 했다"며 박진영의 히트곡 '허니', 나미의 '인디언 인형처럼'에 맞춰 춤과 노래를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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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인터뷰에서 그는 "(몸을) 흔드는 젊은 노래를 좋아한다. 또 흑인 노래도 좋아한다"며 "이 나이에 '전국노래자랑' 나가서 보람을 많이 느낀다. 전국적으로 경제도 침침한데 이런 노래로 웃겼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병수 할아버지의 유튜브 채널엔 이밖에도 '할담비 세로직캠 단독공개'와 '연예가중계 후기와 집 공개' 등이 올라와 있다. 방송에도 진출했다. 지 할아버지는 유재석이 MC인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 KBS 2TV '안녕하세요' 등 TV 방송에도 활발하게 출연하며 인기를 과시 중이다. 심지어 롯데홈쇼핑 모델로 광고에 데뷔하는 데도 성공했다.

대표 트로트 가수 주현미(59)도 '주현미 TV'를 개설했다. 그는 "아이돌이 아닌 우리 같은 가수들은 설 무대가 없다"면서 "신곡 발매 후 알릴 방도가 없어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이밖에도 유튜브 세계에서는 '심방골주부', '성호육묘장' 등 실버 크리에이터가 화제를 모은다. 뿐만 아니라 단독 주인공이 아니라 3대가 함께하는 '공대생네 가족' 와 같은 채널들도 늘고 있다.

주현미 /사진=유튜브

황혼 유튜버들이 관심을 끌자 방송가에서도 이들을 TV로 불러들였다. 코미디TV는 디지털 라이프를 즐기는 실버 세대를 다루는 예능 '할매야 학교가자'를 6일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평생 밭일, 부엌일이 전부였던 시골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개인 콘텐츠 방송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리얼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도전을 위해 영화감독 겸 만능 엔터테이너 봉만대 감독과 뷰티 크리에이터 개그우먼 김지민, 한국을 사랑하는 대한가나인 샘 오취리, 그리고 JBJ 출신 김동한이 멘토로 나서 먹방(먹는 방송)을 즐겨보는 82세 할머니, 여군을 꿈꾼 카리스마 가득한 80대 할머니, 초등 동창 삼총사 할아버지들과 호흡을 맞춘다. 평균 연령은 무려 81.8세다.

업계 관계자는 "실버세대가 그동안 쌓은 연륜과 통찰력을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에서 가감 없이 선보이며 젊은 세대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크리에이터 도전이 계속 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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