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개인비서가 된 구글 AI
“다음주 여행에 쓸 렌터카 좀 예약해줘~.” 스마트폰에 담긴 구글의 인공지능(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에 이렇게 말하자 곧바로 렌터카 인터넷 사이트를 띄웠다. AI 스스로 예약 메뉴로 들어간 뒤 사용자 메일에 저장돼 있는 여행정보, 웹브라우저(크롬)에 담아놓은 결제정보 등을 끌어와 알아서 예약을 척척 진행했다. 사용자는 일부 선택사항만 고른 뒤 최종 승인 버튼만 누르면 됐다. 구글이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개최한 연례 개발자대회 ‘구글 I/O 2019’에서 선보인 최신 AI 기능이다. 구글은 이날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Q, 증강현실(AR)을 활용한 3차원(3D) 검색 기능, AI 스피커 등도 한꺼번에 발표했다.

AI와 AR 활용한 검색

검색 기능은 더욱 진화했다. 스마트폰에서 영화 ‘죠스’에 나오는 백상아리를 검색한 뒤 ‘3D 보기’ 버튼을 누르자 카메라가 켜지면서 마치 실제 공간에 백상아리가 있는 것처럼 AR 효과로 보여줬다. 시연에 나선 구글 관계자는 “기존에는 검색어와 관련된 이미지와 설명을 보여주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실제 크기와 움직임 등을 체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상 속 개인비서가 된 구글 AI
카메라를 이용한 검색 기능인 ‘구글렌즈’에는 AI 기술이 결합됐다. 식당에서 메뉴판에 카메라만 갖다대면 인기 메뉴를 뚜렷하게 표시해준다. 제안된 메뉴 가운데 하나를 클릭하면 이용자들의 방문 후기와 사진 등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일상 속 개인비서가 된 구글 AI
구글렌즈는 다양한 간판, 표지판 등에 적힌 문자(외국어)를 원하는 언어로 변환하는 기능도 담았다. 문장을 음성으로 읽어주기도 하고, 특정 단어를 누르면 사전에서 검색해 알려주기도 한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검색기능은 이달 말부터 쓸 수 있다”며 “이제 문자를 모르는 사람도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 AI 비서는 더욱 빨라졌다. 기존에는 AI에 명령을 내리면 클라우드 서버를 거쳐 응답이 이뤄졌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에서 곧바로 데이터를 처리해 답변한다. 인터넷이 연결돼 있지 않아도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예년보다 큰 혁신은 없어

구글은 이날 새로운 AI 스피커 ‘네스트 허브 맥스’와 구글폰 ‘픽셀3a 시리즈’도 발표했다. 네스트 허브 맥스는 카메라와 스피커를 통해 사용자의 얼굴과 목소리를 인식하고 맞춤 일정 등을 안내한다. 예컨대 “오늘 일정은 뭐가 있지?”라고 물으면 “오전 10시 영업팀 미팅, 낮 12시엔 친구와 점심, 오후 5시엔 자동차 수리 예약”이라고 알려준다. 픽셀3a 시리즈는 5.6인치 화면을 장착한 픽셀3a와 6인치 화면의 픽셀3a XL 등으로 구분된다. AR 기능을 활용한 구글지도를 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마치 실제 거리 위에서 안내 표시를 보며 길을 찾는 느낌을 준다.

일상 속 개인비서가 된 구글 AI
구글의 새로운 모바일 OS 안드로이드Q는 폴더블폰과 5세대(5G) 이동통신 등에 최적화했다. 동영상에서 나오는 음성을 문자로 변환해주는 ‘실시간 자막’ 기능도 담았다. 청각장애인 등에게 유용한 기술로, 인터넷(클라우드)에 접속하지 않아도 곧바로 쓸 수 있다.

구글은 이날 행사 내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보안’을 강조하는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피차이 CEO는 “우리는 프라이버시와 보안이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구글은 수입 1달러 중 90센트(90%)를 광고로 벌어들인다”며 “세계 최고의 (개인정보를 활용한) 광고 판매처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구글 I/O가 기대에 미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에 비해 뚜렷한 혁신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마운틴뷰=안정락 특파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