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IT] 중소기업엔 '그림의 떡' 스마트팩토리, 대안으로 떠오른 블록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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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팩토리 도입을 검토해봤는데 20억원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어요. 인건비도 빠듯한데 투자비용 회수에 대한 확신이 안 서더군요. 결국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포기했습니다.”
경기도 안산에 공장을 둔 A중소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스마트팩토리 정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스마트팩토리 3만개를 제조 중소·중견기업에 보급할 방침을 세웠다.
정책 취지는 좋았다. 공정 자동화로 생산성을 높이는 스마트팩토리는, 전통 제조업 방식을 유지하는 중소·중견기업이 후발국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하다. 데이터 분석과 모니터링을 생산 공정에 접목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 핵심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재고와 생산량을 조절해 손실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비용. 산업 현장 반응이 회의적인 이유가 있다. 스마트팩토리는 설비 하나당 센서가 100개 이상 들어가 막대한 데이터를 생산한다. 이를 감당하려면 전용 서버가 필수적이다. 서버 구축, 유지 관리 비용까지 감안하면 중소기업에겐 버겁다. “20억원 때문에 포기”하는 게 현실이란 얘기다. A중소기업은 결국 생산공장의 베트남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직접 서버를 구축하는 대신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비용은 절감할 수 있지만 보안 문제가 생긴다. 최근 페이스북은 아마존웹서비스(AWS)에 보관하던 사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를 겪었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 클라우드 서비스도 보안 안전성이 완전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영업기밀 등에 대한 보안은 기업 입장에선 비용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그림의 떡’ 형국인 중소·중견기업 스마트팩토리에 블록체인을 입히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팩토리 기술인 이른바 ‘팩토리체인’ 개발을 정부가 직접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700억원 규모 예산을 들여 정부와 산학연이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했던 블록체인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에 팩토리체인 개발을 포함시켰다. 이 사업은 지난 1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등 부족으로 탈락했다. 블록체인이 신기술인 데다 초기 시장이라 예비타당성 지표를 만족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국내 제조업 중소·중견기업 경쟁력 확보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 팩토리체인 기술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재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블록체인과 스마트팩토리가 결합되면 어떤 효과를 낳을까. 업계는 보안성과 신뢰성이 뛰어난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클라우드 상에서 스마트팩토리를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만능이란 얘기는 아니다. 블록체인의 강점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게 핵심이다. 일례로 위·변조가 일어나선 안 되는 중요 정보는 블록체인에 저장해 신뢰성을 확보하고, 다소 중요도가 떨어지는 정보는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등 이원화하는 방식도 구상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암호화 기술을 이용하면 스마트팩토리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암호화해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해킹 우려를 제로(0)에 가깝게 떨어뜨릴 수 있다. 암호를 푸는 복호화 기술을 해당 기업만 갖고 있다면 만약 해킹 등으로 클라우드에서 데이터가 유출되더라도 악용 염려는 없다는 뜻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협력사에 제품을 공급하는 업무도 편리해진다. 가령 부품을 공급하는 B기업은 C기업이 정한 규격을 맞춰 부품을 생산해야 하며 주기적으로 인증도 받아야 한다. 기존에 사람을 통해 부품 설계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정보가 변경되거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부품 설계를 블록체인에 올려 허가된 기업끼리 볼 수 있도록 하면 동일한 설계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다. 별도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돼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고 오류 가능성도 없애는 장점이 뚜렷하다.
나아가 부품을 공급하면 대금이 자동 지급되도록 응용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대금 지급이 늦어져 하청 기업이 부도 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팩토리를 보급하면 하청업체 구조와 불안한 어음 지급이 뿌리내린 산업 생태계를 중소기업에 대금 지급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 협력업체들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스마트계약을 통해 정산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통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팩토리는 개발 단계라 아직 눈에 띌 만한 활용 사례는 없다”면서도 “블록체인이 스마트팩토리 도입 장벽을 낮추고 기업들의 업무 프로세스를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경기도 안산에 공장을 둔 A중소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스마트팩토리 정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스마트팩토리 3만개를 제조 중소·중견기업에 보급할 방침을 세웠다.
정책 취지는 좋았다. 공정 자동화로 생산성을 높이는 스마트팩토리는, 전통 제조업 방식을 유지하는 중소·중견기업이 후발국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하다. 데이터 분석과 모니터링을 생산 공정에 접목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 핵심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재고와 생산량을 조절해 손실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비용. 산업 현장 반응이 회의적인 이유가 있다. 스마트팩토리는 설비 하나당 센서가 100개 이상 들어가 막대한 데이터를 생산한다. 이를 감당하려면 전용 서버가 필수적이다. 서버 구축, 유지 관리 비용까지 감안하면 중소기업에겐 버겁다. “20억원 때문에 포기”하는 게 현실이란 얘기다. A중소기업은 결국 생산공장의 베트남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직접 서버를 구축하는 대신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비용은 절감할 수 있지만 보안 문제가 생긴다. 최근 페이스북은 아마존웹서비스(AWS)에 보관하던 사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를 겪었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 클라우드 서비스도 보안 안전성이 완전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영업기밀 등에 대한 보안은 기업 입장에선 비용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그림의 떡’ 형국인 중소·중견기업 스마트팩토리에 블록체인을 입히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팩토리 기술인 이른바 ‘팩토리체인’ 개발을 정부가 직접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700억원 규모 예산을 들여 정부와 산학연이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했던 블록체인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에 팩토리체인 개발을 포함시켰다. 이 사업은 지난 1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등 부족으로 탈락했다. 블록체인이 신기술인 데다 초기 시장이라 예비타당성 지표를 만족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국내 제조업 중소·중견기업 경쟁력 확보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 팩토리체인 기술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재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블록체인과 스마트팩토리가 결합되면 어떤 효과를 낳을까. 업계는 보안성과 신뢰성이 뛰어난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클라우드 상에서 스마트팩토리를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만능이란 얘기는 아니다. 블록체인의 강점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게 핵심이다. 일례로 위·변조가 일어나선 안 되는 중요 정보는 블록체인에 저장해 신뢰성을 확보하고, 다소 중요도가 떨어지는 정보는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등 이원화하는 방식도 구상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암호화 기술을 이용하면 스마트팩토리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암호화해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해킹 우려를 제로(0)에 가깝게 떨어뜨릴 수 있다. 암호를 푸는 복호화 기술을 해당 기업만 갖고 있다면 만약 해킹 등으로 클라우드에서 데이터가 유출되더라도 악용 염려는 없다는 뜻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협력사에 제품을 공급하는 업무도 편리해진다. 가령 부품을 공급하는 B기업은 C기업이 정한 규격을 맞춰 부품을 생산해야 하며 주기적으로 인증도 받아야 한다. 기존에 사람을 통해 부품 설계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정보가 변경되거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부품 설계를 블록체인에 올려 허가된 기업끼리 볼 수 있도록 하면 동일한 설계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다. 별도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돼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고 오류 가능성도 없애는 장점이 뚜렷하다.
나아가 부품을 공급하면 대금이 자동 지급되도록 응용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대금 지급이 늦어져 하청 기업이 부도 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팩토리를 보급하면 하청업체 구조와 불안한 어음 지급이 뿌리내린 산업 생태계를 중소기업에 대금 지급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 협력업체들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스마트계약을 통해 정산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통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팩토리는 개발 단계라 아직 눈에 띌 만한 활용 사례는 없다”면서도 “블록체인이 스마트팩토리 도입 장벽을 낮추고 기업들의 업무 프로세스를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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