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진다는 겁니다.”(김지현 SK 경제경영연구소 상무)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 2019’의 ‘전통산업의 디지털 리모델링’ 세션.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은 완전히 새로운 분야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제조업에 디지털을 입히는 산업혁신이 핵심이라는 말이다. 이 세션에선 김지현 상무를 비롯해 신종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박진우 서울대 산업공학과 명예교수가 강연을 맡았다.

김 상무는 “1, 2, 3차 산업혁명에서는 효율성 개선이 중요했다”며 “4차 산업혁명은 효율화에서 나아가 산업의 경계를 허문다”고 말했다. 전통산업인 자동차, 식음료 분야의 예를 들었다. 테슬라는 자동차 기업이지만 이를 기반으로 에너지 중개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식음료 기업인 스타벅스는 결제 앱(응용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산업 간 연계가 핵심이라는 뜻이다. 그는 “국내 기업들은 다른 분야의 혁신을 보지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신 교수는 “제조업이 혁신과 멀다는 인식은 오해”라며 “선박은 첨단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개발 중인 스마트 선박은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돼 있다. 배가 맞닥뜨리는 파도의 강도, 주기 등을 분석해 적절한 항로를 찾는다. 실제와 똑같은 가상의 쌍둥이 공간을 만드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 선박과 스마트 조선소도 개발하고 있다.

공장이 디지털화하더라도 대량 실업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박 교수는 “스마트 공장은 ‘무인자동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핵심은 ‘적정 자동화’”라고 말했다.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작업환경이 이상적이라는 뜻이다.

그는 스마트 공장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지멘스의 암베르그 공장을 예로 들며 “직접 방문해 보면 직원들이 바글바글하다”고 전했다. ‘적정 자동화’를 이상적이라고 본 이유는 유연성 때문이다. 박 교수는 “생산자원 중 가장 유연한 게 인간의 노동력”이라며 “모든 것을 자동화한 공장은 시장 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홍윤정/김남영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