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AI 스피커 시장 3년내 10조원…구글·아마존·알리바바 각축전
세계 최초 인공지능(AI) 스피커는 2014년 아마존이 출시한 ‘에코’(사진)다. 이후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업체들이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는 2년여 뒤 첫 제품이 나왔다. 2016년 9월 SK텔레콤이 ‘누구’를 내놓은 데 이어 2017년 1월 KT가 ‘기가지니’를 선보였다.

최근 세계 AI 스피커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17년 기준 AI 스피커 시장 규모는 25억2000만달러(약 3조원)였다. 2022년엔 87억1000만달러(약 10조4000억원)로 세 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AI 스피커 시장은 미국 기업들이 선점했다. 강자는 아마존과 구글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AI 스피커 시장의 1위와 2위는 아마존(21.7%)과 구글(18%)이다. 아마존과 구글의 AI 스피커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50%, 92% 늘었다.

하지만 이들의 점유율은 지난해에 비해 각각 17.1%포인트, 7.1%포인트 떨어졌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 때문이다. 세계 시장 3~5위인 바이두(15.8%)와 알리바바(14.1%), 샤오미(13.1%)가 바짝 뒤쫓고 있다. 1분기 바이두가 410만 대, 알리바바 370만 대, 샤오미는 340만 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1분기 이들 3사의 총 판매량은 200만 대에 못 미쳤다. 폭발적인 성장 속도다.
그래픽=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그래픽=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SA가 집계한 1분기 AI 스피커 시장 규모는 2590만 대다.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했다. SA는 “중국이 세계 최대 AI 스피커 시장이 됐다. 중국 업체들이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 아마존과 구글을 위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AI 스피커 시장은 초기 단계다. KT 디지털 미디어랩 나스미디어는 올해 국내 AI 스피커 보급 대수가 8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 집이 평균 한 대의 AI 스피커를 보유한다고 가정하면 전체 가구의 약 40%가 AI 스피커를 이용하는 셈이다. 2017년 100만 대 수준이던 국내 AI 스피커 보급 대수는 지난해 300만 대까지 늘었다.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AI 스피커 시장은 아직 초기”라며 “경쟁사와 함께 시장을 키워가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시장 성장과 함께 스펙도 진화하고 있다. 디스플레이(화면)를 장착하는 AI 스피커가 잇달아 나왔다. 2017년 아마존의 ‘에코쇼’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국내에서는 KT의 ‘기가지니 테이블 TV’, SK텔레콤의 ‘누구네모’ 등이 디스플레이 일체형 제품이다. 콘텐츠도 다양해졌다. 기존 AI 스피커의 주요 기능은 음성 검색이나 음악 재생에 그쳤다. 최근엔 어린이, 고령층을 타깃으로 한 특화 콘텐츠 등을 선보이고 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