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전자결제(PG) 사업부를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다. 이 사업부는 KG이니시스에 이어 국내 2위 전자결제 사업자다.

LG유플러스, 국내 2위 전자결제 사업 판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PG사업부를 팔기로 방침을 정하고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했다. 예상 매각가격은 4000억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투자안내문(티저레터)을 인수후보들에게 보낼 예정이다. 매각은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국내 전자결제시장은 KG이니시스와 LG유플러스, NHN한국사이버결제 등 3개사가 65~70%를 과점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PG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한 건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다. 본업인 통신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통신과 유료방송 등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비핵심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최대 고객 가운데 하나였던 네이버가 자체 결제사업을 시작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게 매각 배경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그동안 7조원에 달하는 결제대행서비스를 KG이니시스와 LG유플러스에 의존해 왔지만, 지난해 PG사업부를 세워 이 물량을 자체적으로 소화하기 시작했다. LG유플러스가 맡았던 3조5000억원 규모의 네이버 결제대행 물량이 빠져나가면서 매출과 수익도 10%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LG유플러스 PG사업부의 올 1분기 수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 전분기보다 9.4% 줄었다. 여기에 카카오 등 콘텐츠 플랫폼 기업들이 PG 시장에 직접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기존 PG 사업자들과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전자결제시장은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지만, 결제사업자의 수익성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도 LG유플러스가 PG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한 이유로 꼽힌다. 11번가 등 소셜커머스와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오픈마켓 사업자의 힘이 세지면서 수수료 협상의 주도권을 쥐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PG 사업자들은 사실상 마진을 거의 남기지 못하고 결제대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경쟁은 더 빠른 속도로 치열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PG사업부는 LG유플러스 기업사업부 소속이다. 기업사업부는 전자결제사업을 하는 PG사업부와 기업의 전산설비 운영을 대행하는 IDC사업부로 이뤄져 있다. 기업사업부의 지난해 수익은 4609억원으로 LG유플러스 전체 수익의 20%를 차지하지만 PG사업부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PG사업부를 팔아 4000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하면 CJ헬로 인수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국내 1위 케이블TV 사업자인 CJ헬로를 약 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인수후보로는 KG이니시스, NHN한국사이버결제 등 경쟁업체가 우선 거론된다. LG유플러스 PG사업부를 손에 넣으면 시장 점유율을 20~25%포인트 끌어올려 압도적인 1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보통신(KICC), 나이스정보통신 등 점유율 10% 안팎의 4~5위 회사도 단숨에 1위가 될 수 있다. 전자결제시장 신규 진입을 노리는 전략적투자자(SI)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가운데 깜짝 인수후보가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