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한국만 타격? 日기업에도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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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재 수입 지연되면 생산라인 계획적 운용 불가"
"日 소재 우수하지만 중국·대만 등 이미 거래선 다변화"
닛케이신문 "삼성 등 '탈 일본' 움직임 초래 가능성 우려"
"코리아연합군 점유율 53%, 日 정부 판단 자충수될 것"
"日 소재 우수하지만 중국·대만 등 이미 거래선 다변화"
닛케이신문 "삼성 등 '탈 일본' 움직임 초래 가능성 우려"
"코리아연합군 점유율 53%, 日 정부 판단 자충수될 것"
일본 정부가 오는 4일부터 한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주요 소재들에 대해 신고 절차를 강화하는 등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키로 했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일단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일본산 소재를 공급받는 기업들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는 한국 기업들에 소재를 수출하는 일본 기업들이 역(逆)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 "재고 2~3달치밖에 안 남아"
일본 정부는 1일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정책을 수정해 TV와 스마트폰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부품으로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리지스트와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오는 4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3개 품목은 당장 계약건별로 수출 허가를 얻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 동안 한국에 대해선 절차 간소화 등 우대조치를 취해왔으나, 이번 조치에 따라 앞으로는 허가 신청과 심사까지 90일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일본은 첨단재료 등의 수출과 관련해 안전보장상 우호국으로 인정, 수출 허가 신청을 면제해주는 외국환관리법상 우대제도인 '백색 국가' 대상에서도 한국을 제외키로 했다. 일본 업체들이 한국에 수출할 때 건별로 당국 허가를 받아야 하며 첨단재료 등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가능한 소재들의 수출이 까다로워진다는 뜻이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불소처리를 통해 열 안정성 등을 강화한 PI 필름을 가리킨다. 일본이 전세계 생산량의 약 70%를 공급한다. 리지스트는 반도체 공정에서 빛을 인식하는 감광재, 에칭가스는 반도체 회로에서 빛을 쏘지 않는 부분을 깎아낼 때 사용되는 소재로 일본 기업들이 약 90%를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성능이나 효율, 가격 등을 대신할 곳을 찾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다른 거래선을 찾는다 해도 소재 물질이 달라지면 공정 자체를 수정해야 하므로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리지스트나 에칭가스는 고품질 수요가 커 세계적으로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라며 "게다가 오래 보관하기도 어려워 2~3개월치 재고만 남았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소재 공급이 지연될 경우 반도체 생산라인 자체의 가동을 중지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국내 기업 80%는 이들 소재를 일본 기업에 의존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 "日소재기업도 역타격 불가피"
지금 당장 큰 타격은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 조치가 거론되는 소재들은 이미 업체마다 리스크에 대비해 거래선을 다변화해놓은 상황"이라며 "단순히 신고 절차가 까다로워진다는 것만으로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반도체 업체 관계자도 "일본이 고품질 소재를 생산하는 건 사실이지만 중국, 대만 등에서도 조달 가능한 재료"라며 "국내 밴더(협렵업체)들과도 공동개발하면서 거래선을 다변화하는 노력은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플렉서블 OLED의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국내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일본에서 수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아예 일본 기업에서 이들 재료를 수입하지 않아 직접 영향이 없다.
역으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 1위인 한국 기업에 이들 재료를 수출하지 않을 경우 일본 소재 기업도 크게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거론됐다. 일본 정부가 이번 규제를 장기화하긴 어렵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 정치적 목적에 의해 통상 규정을 자의적으로 운영한다고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면서 "이번 조치는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크고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대체 국가를 확보하려는 등 '탈(脫) 일본' 움직임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은 단기적으로 생산 차질을 겪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혜를 볼 수 있다"며 "현재 반도체·디스플레이는 공급과잉 상태다. 제조사들은 이번 이슈를 계기로 과잉 재고를 소진하는 한편 일본 업체에 대한 가격협상력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향후 국내산 소재 비중을 늘리면 국내 소재 업체들도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전세계 메모리 생산설비 점유율이 53%에 달한다. 이번 규제가 일본 소재기업들에 타격을 주는 일본 정부의 자충수 측면도 있다고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노정동/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일단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일본산 소재를 공급받는 기업들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는 한국 기업들에 소재를 수출하는 일본 기업들이 역(逆)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 "재고 2~3달치밖에 안 남아"
일본 정부는 1일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정책을 수정해 TV와 스마트폰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부품으로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리지스트와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오는 4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3개 품목은 당장 계약건별로 수출 허가를 얻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 동안 한국에 대해선 절차 간소화 등 우대조치를 취해왔으나, 이번 조치에 따라 앞으로는 허가 신청과 심사까지 90일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일본은 첨단재료 등의 수출과 관련해 안전보장상 우호국으로 인정, 수출 허가 신청을 면제해주는 외국환관리법상 우대제도인 '백색 국가' 대상에서도 한국을 제외키로 했다. 일본 업체들이 한국에 수출할 때 건별로 당국 허가를 받아야 하며 첨단재료 등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가능한 소재들의 수출이 까다로워진다는 뜻이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불소처리를 통해 열 안정성 등을 강화한 PI 필름을 가리킨다. 일본이 전세계 생산량의 약 70%를 공급한다. 리지스트는 반도체 공정에서 빛을 인식하는 감광재, 에칭가스는 반도체 회로에서 빛을 쏘지 않는 부분을 깎아낼 때 사용되는 소재로 일본 기업들이 약 90%를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성능이나 효율, 가격 등을 대신할 곳을 찾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다른 거래선을 찾는다 해도 소재 물질이 달라지면 공정 자체를 수정해야 하므로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리지스트나 에칭가스는 고품질 수요가 커 세계적으로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라며 "게다가 오래 보관하기도 어려워 2~3개월치 재고만 남았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소재 공급이 지연될 경우 반도체 생산라인 자체의 가동을 중지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국내 기업 80%는 이들 소재를 일본 기업에 의존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 "日소재기업도 역타격 불가피"
지금 당장 큰 타격은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 조치가 거론되는 소재들은 이미 업체마다 리스크에 대비해 거래선을 다변화해놓은 상황"이라며 "단순히 신고 절차가 까다로워진다는 것만으로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반도체 업체 관계자도 "일본이 고품질 소재를 생산하는 건 사실이지만 중국, 대만 등에서도 조달 가능한 재료"라며 "국내 밴더(협렵업체)들과도 공동개발하면서 거래선을 다변화하는 노력은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플렉서블 OLED의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국내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일본에서 수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아예 일본 기업에서 이들 재료를 수입하지 않아 직접 영향이 없다.
역으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 1위인 한국 기업에 이들 재료를 수출하지 않을 경우 일본 소재 기업도 크게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거론됐다. 일본 정부가 이번 규제를 장기화하긴 어렵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 정치적 목적에 의해 통상 규정을 자의적으로 운영한다고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면서 "이번 조치는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크고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대체 국가를 확보하려는 등 '탈(脫) 일본' 움직임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은 단기적으로 생산 차질을 겪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혜를 볼 수 있다"며 "현재 반도체·디스플레이는 공급과잉 상태다. 제조사들은 이번 이슈를 계기로 과잉 재고를 소진하는 한편 일본 업체에 대한 가격협상력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향후 국내산 소재 비중을 늘리면 국내 소재 업체들도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전세계 메모리 생산설비 점유율이 53%에 달한다. 이번 규제가 일본 소재기업들에 타격을 주는 일본 정부의 자충수 측면도 있다고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노정동/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