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동의 3분IT] "日수출규제 조치, 한국 아니라 '삼성'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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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동의 3분IT]는 전자·IT 업계 최신 이슈를 3분 만에 둘러보는 코너입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한국'이 아니라 콕 집어 '삼성'을 노린 것 같네요".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내놓자 국내 반도체 업계 한 고위 임원은 이같이 평가했다.
일본이 마치 삼성전자 사업 현황판을 펼쳐놓고 어떻게 하면 타격을 줄 수 있을지 연구한 것 같다는 얘기다. 그는 "(수출 규제 조치한) 소재를 하나하나 놓고 뜯어보면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차세대 사업 핵심 소재들"이라며 "정밀 분석에 능한 일본다운 결정"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 조치 발표 후 한 달 간 유예 기간을 둬 본격 시행은 다음달 1일부터 하기로 했다. 다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식각 원료(고순도 불화수소) 등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꼭 필요한 3개 품목에 대해선 4일부터 곧바로 규제를 시행한다.
국내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소재는 반도체 회로를 그릴 때 쓰는 포토레지스트다. 일본 스미토모, 신에쓰 등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들 기업으로부터 포토레지스트를 공급받는다. 삼성전자는 일본 정부 발표 직후 구매 담당자를 곧바로 일본에 급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일본합성고무(JSR)는 전체 매출에서 삼성으로부터 발생하는 비중이 10%나 된다.
칼 끝이 정확히 삼성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대목은 또 있다. 일본 정부가 포토레지스트 중에서도 차세대 노광장비로 불리는 극자외선(EUV·Extreme Ultra Violet)용에 한정해 규제를 가했다는 점이다. 현재 더 많이 사용되는 불화크립톤(KrF), 불화아르곤(ArF) 포토레지스트는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EUV를 활용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대만 TSMC를 따라잡는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EUV는 빛 파장이 13.5나노미터로 현재 반도체 양산 라인에 주로 쓰이는 ArF 액침 장비(193나노미터)보다 짧다. 웨이퍼에 더 미세하게 패턴을 새길 수 있다. 삼성전자가 전세계 반도체 업체 중 최초로 EUV를 적용해 7나노미터 제품을 양산한 점을 감안하면, EUV용 포토레지스트 수출 규제는 결국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 타도'를 선언한 삼성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EUV처럼 첨단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는 일본 외엔 사실상 대안이 없다.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한 임원은 "중국, 대만 등에서 대체 수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물류비가 많이 드는 데다 일본 업체들만큼의 품질을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포토레지스트를 교체하면 거기에 맞춰 생산 라인도 바꿔야 해 비용 부담도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만 피해를 보는 건 아니다. 삼성에 소재를 공급하는 일본 업체들도 정부 수출 규제 조치에 속앓이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세계 시장 점유율 80~90%의 에칭가스 생산업체 모리타 화학공업은 연간 약 1만4000t을 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포토레지스트 전문업체 TOK도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생산량이 적고 한국에도 일부 생산시설이 있어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며 수출 규제에 우려를 표했다. 니혼게이자이 역시 "이번 조치는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크고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대체 국가를 확보하려는 등 '탈(脫) 일본' 움직임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말을 아끼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일본 정부 조치에 대해선 어떠한 입장도 얘기해줄 수 없다. 일본의 특정 밴더(협력업체)에게 어떤 소재를 공급받는지도 밝힐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내놓자 국내 반도체 업계 한 고위 임원은 이같이 평가했다.
일본이 마치 삼성전자 사업 현황판을 펼쳐놓고 어떻게 하면 타격을 줄 수 있을지 연구한 것 같다는 얘기다. 그는 "(수출 규제 조치한) 소재를 하나하나 놓고 뜯어보면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차세대 사업 핵심 소재들"이라며 "정밀 분석에 능한 일본다운 결정"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 조치 발표 후 한 달 간 유예 기간을 둬 본격 시행은 다음달 1일부터 하기로 했다. 다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식각 원료(고순도 불화수소) 등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꼭 필요한 3개 품목에 대해선 4일부터 곧바로 규제를 시행한다.
국내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소재는 반도체 회로를 그릴 때 쓰는 포토레지스트다. 일본 스미토모, 신에쓰 등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들 기업으로부터 포토레지스트를 공급받는다. 삼성전자는 일본 정부 발표 직후 구매 담당자를 곧바로 일본에 급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일본합성고무(JSR)는 전체 매출에서 삼성으로부터 발생하는 비중이 10%나 된다.
칼 끝이 정확히 삼성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대목은 또 있다. 일본 정부가 포토레지스트 중에서도 차세대 노광장비로 불리는 극자외선(EUV·Extreme Ultra Violet)용에 한정해 규제를 가했다는 점이다. 현재 더 많이 사용되는 불화크립톤(KrF), 불화아르곤(ArF) 포토레지스트는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EUV를 활용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대만 TSMC를 따라잡는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EUV는 빛 파장이 13.5나노미터로 현재 반도체 양산 라인에 주로 쓰이는 ArF 액침 장비(193나노미터)보다 짧다. 웨이퍼에 더 미세하게 패턴을 새길 수 있다. 삼성전자가 전세계 반도체 업체 중 최초로 EUV를 적용해 7나노미터 제품을 양산한 점을 감안하면, EUV용 포토레지스트 수출 규제는 결국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 타도'를 선언한 삼성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EUV처럼 첨단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는 일본 외엔 사실상 대안이 없다.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한 임원은 "중국, 대만 등에서 대체 수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물류비가 많이 드는 데다 일본 업체들만큼의 품질을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포토레지스트를 교체하면 거기에 맞춰 생산 라인도 바꿔야 해 비용 부담도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만 피해를 보는 건 아니다. 삼성에 소재를 공급하는 일본 업체들도 정부 수출 규제 조치에 속앓이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세계 시장 점유율 80~90%의 에칭가스 생산업체 모리타 화학공업은 연간 약 1만4000t을 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포토레지스트 전문업체 TOK도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생산량이 적고 한국에도 일부 생산시설이 있어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며 수출 규제에 우려를 표했다. 니혼게이자이 역시 "이번 조치는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크고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대체 국가를 확보하려는 등 '탈(脫) 일본' 움직임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말을 아끼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일본 정부 조치에 대해선 어떠한 입장도 얘기해줄 수 없다. 일본의 특정 밴더(협력업체)에게 어떤 소재를 공급받는지도 밝힐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