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주도 국제핵융합실험로 공정률 63%…인공태양 꿈 '빛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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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국·러시아 등 7개국
부품 조달 협력 논의에 박차
부품 조달 협력 논의에 박차
‘인공태양’을 만들겠다는 인류의 실험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글로벌 과학 프로젝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정률이 지난달 63%를 돌파하면서 각국의 부품 조달 협력 논의가 빨라지고 있다고 2일 발표했다. ITER은 태양에너지의 원리인 핵융합을 이용해 열출력(단위시간당 방출 열에너지) 500㎿급 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인도 등 7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ITER이 들어서는 곳은 프랑스 카다라슈다.
한국의 국가핵융합연구소는 ITER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핵심 멤버다. 한국과 중국, 일본 3개국 관계자 40여 명은 1~2일 서울 을지로 프레지던트호텔에서 ITER 사업 추진 정례회의를 열고 플라즈마 진단장치, 전원공급장치, 차폐체(블랭킷) 등에 대한 기술 현안을 논의했다.
인류 에너지 최종병기
핵융합 발전은 태양에너지 생성의 원리를 그대로 구현한다. 먼저 수소를 플라즈마 상태로 만든다. 플라즈마는 고체→액체→기체에 이은 ‘물질의 네 번째 상태’다. 기체에 고온을 가했을 때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면서도 전기적으로 중성을 띠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 밖 우주 물질의 99%가 플라즈마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플라즈마가 대기권 내에서는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여서 금방 사라진다는 것. 플라즈마를 가둘 수 있게 진공 상태의 자기장 공간을 조성하면 ‘포획’이 가능해진다. D자형 도넛 모양의 ‘토카막’이 플라즈마를 가둬 둥둥 떠다닐 수 있게 하는 장치다. 이 장치는 절대영도에 가까운 영하 268도 극저온 상태로 유지돼야 한다. 토카막 내 플라즈마에 1억도 이상 초고온과 초고압을 가하면 비로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극과 극의 열탕·냉탕’을 동시에 구현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핵융합(충돌)하면서 헬륨과 중성자가 튀어나오고, 이때 질량 결손이 생기면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E=MC²)에 따라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된다.
핵융합발전은 원료가 무한하다. 바닷물에서 추출 가능한 중수소와 리튬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삼중수소만 있으면 된다. 부산물로 방사선 폐기물이 나오긴 하지만 원자력발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다. 그러면서도 발전 효율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일 것으로 평가된다. 과학자들이 핵융합발전을 ‘에너지원의 궁극’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ITER 부품 속속 프랑스로 건너가
ITER은 2025년께 첫 플라즈마 생성을 목표로 7개국이 18조원을 투자한 사업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초전도체, 진공용기 본체, 조립장비류, 전원공급장치, 열차폐체, 삼중수소 저장 및 공급장치 등 9개 품목 조달에 관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열차폐체 성능 검증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전원공급장치 중 하나인 컨버터 부품도 속속 제작이 마무리돼 프랑스로 건너가고 있다. 국가핵융합연구소 및 관련 기업은 지난 4월 기준 ITER로부터 총 127건, 6032억원어치 사업을 수주했다.
핵융합연구소는 ITER을 25분의 1 크기로 줄여 본뜬 핵융합 실험장치 ‘KSTAR’을 2008년부터 가동하고 있다. 2010년 플라즈마 생성을 시작으로 2016년 토카막 내 플라즈마 운전을 70초 이상 지속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지난해엔 초전도 토카막장치로는 처음 ‘플라즈마 이온 온도’ 1억도를 달성했다.
‘핵융합 패밀리’기업들 약진
ITER 참여로 쌓인 핵융합 기술을 이전받은 업체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농산물 저장고에 플라즈마를 접목한 업체도 있다.
코스닥 상장업체 모비스는 ITER 토카막 전원공급장치 정밀제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진단장치 설계도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핵융합연구소와 협력해 수주한 용역은 120억원. 모비스 관계자는 “KSTAR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제어시스템 성능을 높이는 연구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가스터빈 등에서 쓰는 열차폐용 코팅재 개발업체 세원하드페이싱은 핵융합연구소로부터 플라즈마를 이용한 미세분말 유동화 기술을 이전받았다. 코팅을 하기 위해서는 세라믹 미세분말을 잘 도포하는 게 중요한데 여기에 플라즈마를 접목해 차폐성능을 끌어올린 것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관련 기술을 개발해 국내외 특허를 출원했다.
경농산업은 OH라디칼(수산화기)과 플라즈마 발생장치를 결합해 유해균과 가스를 분해, 수확 후 농산물 저장 기간을 늘린 장치를 개발했다. 핵융합연구소는 이들 73개 기업을 ‘패밀리기업’으로 관리하며 기술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비츠로넥스텍, 서린메디케어, 케이알에프 등 22개 기업이 새로 선정됐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국가핵융합연구소는 글로벌 과학 프로젝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정률이 지난달 63%를 돌파하면서 각국의 부품 조달 협력 논의가 빨라지고 있다고 2일 발표했다. ITER은 태양에너지의 원리인 핵융합을 이용해 열출력(단위시간당 방출 열에너지) 500㎿급 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인도 등 7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ITER이 들어서는 곳은 프랑스 카다라슈다.
한국의 국가핵융합연구소는 ITER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핵심 멤버다. 한국과 중국, 일본 3개국 관계자 40여 명은 1~2일 서울 을지로 프레지던트호텔에서 ITER 사업 추진 정례회의를 열고 플라즈마 진단장치, 전원공급장치, 차폐체(블랭킷) 등에 대한 기술 현안을 논의했다.
인류 에너지 최종병기
핵융합 발전은 태양에너지 생성의 원리를 그대로 구현한다. 먼저 수소를 플라즈마 상태로 만든다. 플라즈마는 고체→액체→기체에 이은 ‘물질의 네 번째 상태’다. 기체에 고온을 가했을 때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면서도 전기적으로 중성을 띠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 밖 우주 물질의 99%가 플라즈마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플라즈마가 대기권 내에서는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여서 금방 사라진다는 것. 플라즈마를 가둘 수 있게 진공 상태의 자기장 공간을 조성하면 ‘포획’이 가능해진다. D자형 도넛 모양의 ‘토카막’이 플라즈마를 가둬 둥둥 떠다닐 수 있게 하는 장치다. 이 장치는 절대영도에 가까운 영하 268도 극저온 상태로 유지돼야 한다. 토카막 내 플라즈마에 1억도 이상 초고온과 초고압을 가하면 비로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극과 극의 열탕·냉탕’을 동시에 구현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핵융합(충돌)하면서 헬륨과 중성자가 튀어나오고, 이때 질량 결손이 생기면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E=MC²)에 따라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된다.
핵융합발전은 원료가 무한하다. 바닷물에서 추출 가능한 중수소와 리튬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삼중수소만 있으면 된다. 부산물로 방사선 폐기물이 나오긴 하지만 원자력발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다. 그러면서도 발전 효율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일 것으로 평가된다. 과학자들이 핵융합발전을 ‘에너지원의 궁극’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ITER 부품 속속 프랑스로 건너가
ITER은 2025년께 첫 플라즈마 생성을 목표로 7개국이 18조원을 투자한 사업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초전도체, 진공용기 본체, 조립장비류, 전원공급장치, 열차폐체, 삼중수소 저장 및 공급장치 등 9개 품목 조달에 관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열차폐체 성능 검증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전원공급장치 중 하나인 컨버터 부품도 속속 제작이 마무리돼 프랑스로 건너가고 있다. 국가핵융합연구소 및 관련 기업은 지난 4월 기준 ITER로부터 총 127건, 6032억원어치 사업을 수주했다.
핵융합연구소는 ITER을 25분의 1 크기로 줄여 본뜬 핵융합 실험장치 ‘KSTAR’을 2008년부터 가동하고 있다. 2010년 플라즈마 생성을 시작으로 2016년 토카막 내 플라즈마 운전을 70초 이상 지속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지난해엔 초전도 토카막장치로는 처음 ‘플라즈마 이온 온도’ 1억도를 달성했다.
‘핵융합 패밀리’기업들 약진
ITER 참여로 쌓인 핵융합 기술을 이전받은 업체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농산물 저장고에 플라즈마를 접목한 업체도 있다.
코스닥 상장업체 모비스는 ITER 토카막 전원공급장치 정밀제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진단장치 설계도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핵융합연구소와 협력해 수주한 용역은 120억원. 모비스 관계자는 “KSTAR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제어시스템 성능을 높이는 연구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가스터빈 등에서 쓰는 열차폐용 코팅재 개발업체 세원하드페이싱은 핵융합연구소로부터 플라즈마를 이용한 미세분말 유동화 기술을 이전받았다. 코팅을 하기 위해서는 세라믹 미세분말을 잘 도포하는 게 중요한데 여기에 플라즈마를 접목해 차폐성능을 끌어올린 것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관련 기술을 개발해 국내외 특허를 출원했다.
경농산업은 OH라디칼(수산화기)과 플라즈마 발생장치를 결합해 유해균과 가스를 분해, 수확 후 농산물 저장 기간을 늘린 장치를 개발했다. 핵융합연구소는 이들 73개 기업을 ‘패밀리기업’으로 관리하며 기술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비츠로넥스텍, 서린메디케어, 케이알에프 등 22개 기업이 새로 선정됐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