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수집 열올리는 해외업체
개인 맞춤 서비스로 경쟁력 높여
네이버와 카카오는 규제에 발목
개인정보 수집·활용 어려워
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기업들이 수집하는 개인정보 항목은 글로벌 업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구글은 이용자가 지메일 계정을 개설하려면 △유튜브 시청 목록 △검색 기록 △이용자가 지정한 주요 이메일 수신 주소 △구글 포토 등에 저장한 사진 △IP주소(인터넷주소) 등 57개 개인정보 수집 항목을 클릭해야 한다. 동의하지 않고 넘어가면 지메일 계정 개설이 쉽지 않다. 페이스북도 사진 촬영 장소, 스마트폰 주소록, 이용자 위치 정보 등 개인정보 51개 항목을 수집하고 있다. 이에 비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수집 항목이 각각 12개와 18개뿐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우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비롯한 개인정보 관련 법률이 발목을 잡는다. 이 법률은 개인정보를 최소한으로 수집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법령에 더해 더 구체적인 지침을 담은 ‘온라인 개인정보 처리 가이드라인’을 인터넷기업에 적용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포괄적으로 수집하고 활용할 수 없도록 막은 게 가이드라인의 핵심이다.
문제는 법령과 가이드라인이 국내 업체에만 적용된다는 데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모두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개인정보 수집 내역이 달라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보 수집 항목의 차이가 서비스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데이터가 없으면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해외 업체의 맞춤형 서비스는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사진 인식 기술을 활용해 친구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글은 이용자의 위치 정보를 수집해 사진의 지리 정보까지 알려준다. 사용자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해외 업체가 한 수 위다. 넷플릭스는 개인 데이터를 세밀히 분석해 영화를 추천한다. 구글도 뉴스를 추천할 때 사전 동의를 받은 개인정보를 활용한다.
국회만 바라보는 기업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데이터 이용 역차별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장은 “인공지능(AI) 분야 인재들이 한국을 떠나는 것은 국내에서 데이터 수집과 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데이터를 활용하는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AI는 발전할 수밖에 없는데 ‘골든타임’을 놓치면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의장의 발언 이후 정치권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9일 박성중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국내 기업이 해외 업체와 같은 수준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온라인 개인정보 처리 가이드라인’뿐 아니라 과도한 개인정보 활용 규제도 인터넷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꼽힌다. ‘개·망·신법’으로 불리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보호법 등이 개인정보 활용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관련 법들을 개정해 데이터 활용 규제를 완화한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1년 가까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반대가 만만찮은 탓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활용 규제가 지속되는 동안 국내 데이터는 해외로 계속 빠져나가고 국내 인터넷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