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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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LG유플러스와 CJ헬로 등 방송·통신업계 기업끼리의 결합이 결국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이들 기업들이 결합으로 디지털 유료방송 시장 부작용이 불가피하지만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 환경에 제때 대응할 기회를 주겠다는 게 공정거래위원회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10일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계열사까지 3개사)의 합병, LG유플러스의 CJ헬로 주식취득 건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LG유플러스는 CJ헬로 발행주식 50%+1주를 CJ ENM에서 취득하는 계약을 신고했다. SK브로드밴드 지분 100%를 소유한 SK텔레콤도 티브로드 지분 79.7%를 소유한 태광그룹과 합병계약 사실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번 승인은 이례적으로 8개월 가까이 심사가 진행됐다. 지난달 16일엔 전원회의 결정이 유보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공정위는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건에 대해선 디지털 유료방송시장과 8SVSB시장(아날로그방송 가입자 상대 디지털방송 전송 서비스)에서 소수 기업의 영향력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티브로드 23개 구역 가운데 결합 당사회사들이 1위인 5개 지역의 경우 2위와의 디지털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격차가 18.3~42.6%포인트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새로 1위 사업자로 오르는 지역도 12곳에 이를 전망이다. 경쟁 압력이 줄어드는 만큼 SK브로드밴드의 가격 인상이 채널 수 축소 등 경쟁 제한 행위 가능성도 점쳤다.

LG유플러스-CJ헬로 건의 경우 같은 이유로 8SVSB시장에서 경쟁이 완화할 유려가 있지만 디지털 유료방송시장과 이동통신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방송·통신 융합 산업이 발전하는 대세를 수용하고 사업자들이 급변하는 기술·환경 변화에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승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는 이번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2022년 말까지 케이블TV 수신료를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릴 수 없다. 8VSB 케이블TV 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마련해야 한다. 8VSB와 디지털 케이블TV 사이 채널 격차를 줄이는 한편 8VSB 케이블TV를 포함한 결합 상품 출시 방안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또 케이블TV 전체 채널 수나 소비자 선호 채널을 업체가 임의로 줄이거나 없앨 수 없다. 저가형 상품 전환이나 계약 연장도 거절하지 못하도록 했다. 고가형 방송상품 전환 강요 행위도 금지된다.

이 같은 시정조치 적용 대상 시장은 양사에 차이가 있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티브로드 17개 방송구역 디지털 유료방송시자오가 23개 방송구역 8VSB시장이 모두 포함된다. LG유플러스의 경우엔 경쟁 제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 23개 구역 8VSB시장만 해당된다. 기한은 2022년까지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 7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을 불허한 바 있다. 양사의 결합이 유료방송시장과 이동통신 도·소매시장의 경쟁을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와 심사 결과가 다른 이유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2016년과 2019년 사이 유료방송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유료방송시장이 디지털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IPTV 가입자 수는 이미 SO 가입자 수를 추월했다. 아날로그 케이블TV 송출도 속속 종료되는 상황이다. IPTV나 디지털 케이블TV 등 디지털 유료방송시장에서 8VSB시장으로 소비자가 이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로 유료방송시장 안에서도 세부 시장이 뚜렷하게 나뉜 양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거에는 유료방송시장을 하나의 시장으로 볼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시장을 분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분리된 각 세부 시장에서 경쟁 제한성이 여전히 있지만 전체 유료방송시장에 미칠 영향을 따졌던 2016년 당시보다는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의미다. 공정위는 1위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과 3위 LG유플러스의 시장 지배력 차이 등도 2016년과 심사 결과가 다른 배경의 하나로 꼽았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