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업계 재편이 이뤄지는 가운데 업계 1위인 KT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일몰된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란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T의 케이블TV 업체 딜라이브 인수 논의는 사실상 중단됐다. 한 개 업체가 위성방송, 케이블TV, 인터넷TV(IPTV)를 합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을 확보하지 못하게 한 유료방송 합산규제 탓이다. KT의 IPTV와 계열사인 위성방송 KT 스카이라이프가 차지하는 비중은 31.07%에 달한다. 케이블TV 3위인 딜라이브(6.29%)를 인수할 경우 점유율 33.3%를 넘어선다.

합산규제는 작년 6월 일몰됐지만 재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찮다. 국회에서는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이 이슈를 둘러싼 의견이 상이했다.

딜라이브 인수 관련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온 상태다. 업계에서는 KT가 아니라 SK브로드밴드 등에 팔릴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유료방송업계 2위인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와의 합병에 성공하더라도 점유율이 23.92%에 불과해서다. CJ헬로를 업은 LG유플러스(24.54%)보다도 점유율이 낮다.

딜라이브 대주주인 한국유선방송투자(KCI)는 급할 게 없다는 태도다. 최근 채권단이 만기가 돌아온 1조원의 채무를 30년 만기 영구채로 전환하면서 채무 부담이 줄었다. 천천히 내실을 다져 몸값을 올린 뒤 높은 값에 사줄 인수자를 찾겠다는 속내가 읽힌다. 업계에서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각각의 인수합병을 마친 내년 4~5월께야 인수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둘러싼 주무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지난 5일 실무협의체를 꾸려 합산규제 일몰 이후 유료방송 재편 및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했고 합의안도 마련했다. 국회에서 합산규제 관련 논의를 빠르게 종결짓는다면 KT의 딜라이브 인수 논의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홍윤정/황정환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