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이 김택진을 이겼다.’ 지난달 27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사진)가 내놓은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이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1위 ‘리니지M’을 추월했다. 1위가 바뀐 것은 2년5개월 만이다. 그만큼 그동안 리니지M의 인기는 압도적이었다. 리니지 시리즈로 국내 PC 게임시장을 호령했던 엔씨소프트가 모바일 게임시장에서도 군림하고 있다.
리니지끼리 1위 다툼

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리니지2M은 이날 기준 구글 앱 장터(구글플레이)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리니지2M의 출시 전 예약 건수는 738만 건에 달해 국내 최다 사전예약 기록을 경신했다. 리니지2M은 출시 직후 애플의 앱 장터(앱스토어)와 구글 앱 장터에서 모두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앱스토어 매출 1위는 지난달 이미 달성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은 국내 시장에서는 모바일 게임시장 매출의 60% 이상을 구글 앱 장터가 차지하고 있다”며 “리니지2M이 구글플레이까지 매출 1위에 올라 명실공히 국내 시장 1위가 됐다”고 설명했다.

리니지2M은 하루 최고 매출로 70억~100억원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상위 10위권에 리니지2M과 리니지M을 비롯해 넷마블의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5위)과 ‘리니지2 레볼루션’(7위) 등 엔씨소프트의 IP(지식재산권) 게임이 4개에 달한다.

리니지2M까지 성공시킨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주요 게임 업체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게임시장 진출은 늦은 편이다. 넷마블 등이 모바일 게임을 앞세워 엔씨소프트를 매출에서 추월할 정도였다.

모바일 게임시장의 ‘권력이동’이 시작된 건 2016년. 그해 엔씨소프트가 출시한 ‘리니지 레드나이츠’가 매출 1위를 달성했고, 이듬해 6월 내놓은 리니지M은 대박을 터뜨렸다. 리니지2M도 인기를 끌면서 엔씨소프트는 내놓는 모바일 게임마다 흥행에 성공한 게임회사가 됐다.

김 대표가 줄곧 진두지휘

리니지2M의 인기 요인은 복합적이다. 원작인 PC 게임 리니지2의 후광 효과가 컸다. 리니지2를 즐겼던 게임 이용자가 몰렸다. 그렇다고 원작의 인기에만 의지한 것은 아니다. 역대 최고 수준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게임(MMOPRG)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게임 그래픽만 보면 4K UHD(3840×2160)급 해상도의 풀 3차원(3D) 화면을 구현했다.

모바일 3D MMORPG 처음으로 현실 세계에서처럼 캐릭터끼리 부딪치면 나뒹구는 등의 장면을 그래픽으로 처리한 것도 특징이다. 충돌 처리는 게임의 재미를 높여주지만 고난도의 그래픽 구현과 데이터 처리 기술이 필요하다. 게임을 하면서 별도의 로딩(게임 데이터를 받기 위한 멈춤 현상) 작업이 필요없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수많은 게임 이용자가 몰렸지만 게임 서버가 버벅거리지 않았고 게임 출시 초기 자주 나타나는 임시 점검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리니지2M 개발 역시 김 대표가 진두지휘했다. 게임 개발 초기부터 “기본적으로 원작인 PC 게임 리니지2가 남긴 의미와 가치를 모바일 플랫폼에서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게임 개발 원칙을 정했다. 게임 내 충돌 효과, 대규모 전투 구현 등도 그의 아이디어다. 게임 출시 직전 게임 홍보광고에 김 대표가 목소리로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 강한 집념을 보여왔다. 국내 시장을 장악한 데 그치지 않고 향후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접목한 혁신적인 게임으로 글로벌 게이머들을 열광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