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메드팩토 대표가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신약후보물질 개발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임유 기자
김성진 메드팩토 대표가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신약후보물질 개발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임유 기자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 기반 임상 개발 전략으로 항암신약 ‘백토서팁’ 출시를 앞당길 것입니다.”

김성진 메드팩토 대표는 “올해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 면역치료제 등과 백토서팁을 병용하는 임상에서 중요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키트루다, 옵디보 등 면역항암제가 등장하면서 최근 항암 분야에서는 2개 이상의 약물을 함께 투여하는 병용요법이 주목받고 있다. 백토서팁은 암세포의 증식·전이에 관여하는 물질인 ‘TGF-베타’를 억제하는 병용 치료제로 국내외에서 다양한 임상이 이뤄지고 있다.

30여 년간 TGF-베타 ‘한우물’

김성진 메드팩토 대표 "맞춤형 임상으로 백토서팁 출시 앞당길 것"
김 대표는 30여 년간 TGF-베타를 연구해온 세계적인 권위자다. 일본 쓰쿠바대에서 고혈압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박사후과정 연구원으로 채용된 그는 TGF-베타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1994년 NIH의 전체 연구원 중 10%만 보장되는 종신재직권(테뉴어)을 받았다. TGF-베타의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암이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한 공로다.

2007년 암·당뇨연구원장을 맡아달라는 이길여 가천대 총장의 부탁을 받고 귀국했다. 그는 “이 총장이 사실상 백지수표를 주며 연구원 설립을 총괄해 달라고 했다”며 “건물 설계, 인력 채용 등 1000억원 규모의 지원 덕분에 세계적 수준의 연구소를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테라젠이텍스 창업자인 고진업 부회장의 제안을 받고 의약품 유통사업을 하던 테라젠이텍스가 2011년 바이오 분야에 진출하는 데 관여했다. 이후 김대기 이화여대 약대 교수가 국가과제로 개발한 TGF-베타 저해제 백토서팁을 테라젠이텍스가 도입하면서 김 대표는 이를 본격 개발하기 위해 2013년 메드팩토 설립에 참여했다. 메드팩토의 최대 주주는 테라젠이텍스(지분율 15.3%), 2대 주주는 김 대표(10.4%)다.

바이오마커 기반 신약 개발

TGF-베타는 암세포에서 다량 분비되는 물질이다. 면역세포의 기능을 억제하고 암세포 전이를 촉진시킨다. 항암제 내성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TGF-베타를 저해하는 항암제를 개발하려는 노력은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대부분 중단됐다. 후보물질이 암 전이는 막지만 원발성 암 크기는 줄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TGF-베타 저해제는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것보다 암의 증식을 돕는 종양미세환경을 조절하는 데 더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며 “당시에는 항암제 하나만 쓰는 단일 치료가 대세여서 TGF-베타 저해제를 병용치료제로 개발할 생각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백토서팁은 항암제와 면역세포가 암 조직에 침투하지 못하게 막는 딱딱한 막인 스트로마가 생성되는 것을 억제한다. 암 조직을 감싸는 스트로마가 얇아지면 항암제와 면역세포의 효과가 높아진다. 현재 국내에서 표적항암제 글리벡,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임핀지와 백토서팁을 병용하는 임상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키트루다·임핀지 병용임상 결과는 올해 안에 나올 것”이라고 했다.

메드팩토는 바이오마커 기반의 신약 개발 전략을 통해 상업화를 앞당긴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테라젠이텍스의 유전체 분석 기술을 적용해 백토서팁이 잘 듣는 환자에게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바이오마커인 ‘TBRS’를 찾아냈다. 김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들에서 투약 전에 환자에게서 특정 유전자들을 확인하고 투여 후 그 유전자들이 사라지는지 파악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며 “바이오마커가 최종적으로 검증되면 수십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으로도 조건부 판매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