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숙박 플랫폼 업체들 초대형 투자 유치…배민 4.1兆 '최다'
지난해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4조1000억원짜리 ‘빅딜’을 일으킨 우아한형제들이었다. 우아한형제들 외에도 투자유치금액 ‘톱10’을 달성한 스타트업 상당수가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거액의 투자자금을 받았다. 배달·숙박·부동산 등을 취급하는 플랫폼 스타트업이 대부분이었다.

○배민, 4조7000억원 기업가치 인정

배달·숙박 플랫폼 업체들 초대형 투자 유치…배민 4.1兆 '최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2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된다는 사실을 알리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우아한형제들은 이 과정에서 4조7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DH는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87%를 가져오는 대가로 약 4조100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인수가 마무리되는 대로 신설법인 우아DH아시아의 회장을 맡는다.

이 M&A가 주목받은 건 막대한 인수자금 때문만이 아니다. DH가 보유하고 있던 요기요와 배달의민족의 합병 사실도 파장을 일으켰다. 본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던 국내 배달업계 1·2위 사업자가 하루아침에 ‘한 식구’가 됐다. 두 회사가 어떤 식으로 협업을 전개할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우아한형제들 다음으로 투자유치금액이 높았던 스타트업은 ‘닥터자르트’를 운영하는 해브앤비다. 지난해 11월 미국 에스티로더에 인수된 이 회사의 투자유치금액은 1조3000억원에 달한다.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다. 해브앤비는 이 과정에서 2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에스티로더는 아시아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닥터자르트를 앞세워 스킨케어 부문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지난해 9월 넥슨으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받은 원더홀딩스(3500억원)가 3위에 올랐다. 원더홀딩스는 2009년 허민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이커머스 플랫폼 ‘위메프’와 게임 개발사 ‘원더피플’, ‘에이스톰’ 등을 보유하고 있다.

○대세는 플랫폼 스타트업

투자유치금액 상위권에 오른 스타트업 중 상당수가 플랫폼 스타트업이었다. 지난해 네 번째로 높은 투자유치금액을 달성한 위드이노베이션, 5위를 기록한 야놀자는 둘 다 숙박 플랫폼 업체로 사업 영역까지 비슷하다.

지난해 9월 글로벌 사모펀드(PEF) CVC캐피털에 인수된 위드이노베이션은 숙박앱 ‘여기어때’로 ‘대박’을 터뜨렸다. 이 회사의 인수가는 2500억원으로 책정됐다. 야놀자는 싱가포르투자청과 부킹홀딩스 등으로부터 214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로써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온라인패션스토어 무신사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아캐피털로부터 2000억원을 투자받으며 기업가치를 2조330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최신 유행 의류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며 1020세대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은 쇼핑몰이다.

렌터카업계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렌터카 예약앱 ‘카플랫’을 운영하는 플랫은 지난해 10월 1746억원을 투자받았다. 기존 렌터카 예약 앱과 달리 소비자가 원하는 곳에 렌터카를 가져다주는 서비스가 소비자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플랫은 이 중 1700억원을 들여 국내 1위 주차장 운영업체 하이파킹을 인수했다.

부동산 중개앱 직방도 지난해 급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6월까지 골드만삭스PIA와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누적 1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3년 10억원에 불과했던 투자유치금액이 6년 새 160배 증가한 셈이다. 직방은 이 투자자금으로 상업용 부동산 정보서비스 ‘네모’를 운영하는 슈가힐을 인수한다.

지난해 10월 미국 코그넥스에 인수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수아랩은 철저하게 기술만을 따져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사례다. 수아랩은 AI와 머신비전, 슈퍼컴퓨팅 등 세 가지 기술을 토대로 무인 검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 상품은 제조 라인에서 불량품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이미지인식 소프트웨어 ‘수아킷’이다. 삼성전자, LG, 한화, SK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