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램시마’가 작년 4분기 미국에서 분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3년 만이다. 램시마는 지난해 3억달러(약 3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 사보험에 등재된 이후 처방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 환자 공략하는 램시마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램시마의 미국 유통회사인 화이자는 28일(현지시간)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램시마 매출이 9100만달러(약 1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류머티즘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램시마는 2016년 11월 미국에서 출시됐다. 미국에서는 ‘인플렉트라’라는 이름으로 화이자가 판매하고 있다.

작년 4분기 램시마 판매가 급증한 것은 사보험 가입 환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처방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사보험이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셀트리온을 비롯한 바이오시밀러 회사들은 그동안 사보험 시장을 뚫지 못해 고전해왔다. 오리지널 제품보다 바이오시밀러 가격이 저렴해도 환자들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의약품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대형 사보험 회사들이 바이오시밀러에 우호적으로 돌아서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3대 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UNH)가 램시마를 선호의약품으로 등재했다. 이 보험사에 가입한 환자들이 램시마를 처방받으면 약값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셀트리온은 올해부터 램시마의 매출 상승세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램시마는 오리지널 제품인 존슨앤드존슨의 레미케이드가 장악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레미케이드의 지난해 매출은 30억7900만달러(약 3조6000억원), 램시마는 3억달러(약 3500억원)로, 오리지널 제품 매출의 약 10%까지 치고 올라왔다.

합성의약품까지 미 시장에 투입
美 시장서 '성장 날개' 단 셀트리온 램시마
셀트리온은 조만간 미국 시장에 유방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를 출시한다. 오리지널 개발사인 로슈와 특허 분쟁에 합의하면서다. 이렇게 되면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3종이 모두 미국 판매에 돌입한다. 작년 11월 미국에 출시한 혈액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는 출시 두 달 만에 시장 점유율 2%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트룩시마와 램시마는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한 퍼스트무버(시장개척자) 제품으로,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린다는 전략이다.

미국에서는 바이오시밀러들 간 격돌이 벌어질 전망이다. 화이자는 트룩시마의 경쟁 제품인 룩시엔스와 허쥬마의 대항마인 트라지메라를 미국 시장에 출시한다. 유통 파트너였던 화이자와 전면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램시마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렉플렉시스와도 경쟁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뿐만 아니라 제네릭 20여 종을 올해 미국 시장에 한꺼번에 출시한다. 에이즈 치료제 ‘테믹시스’와 항생제 ‘리네졸리드’를 비롯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제네릭으로 미국 시장에서 승부하겠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케미컬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수출할 합성의약품을 개발해왔다. 제네릭은 셀트리온제약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다. 셀트리온은 미국의 제네릭 시장에서 연간 1300억원 정도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은 “국내 제약사 중에서도 미국에 복제약을 대량 수출하는 회사는 없다”며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으로 미국 제약 시장을 전방위로 공략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회사로서 입지를 굳히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