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서 음식 나르는 서빙로봇, 비밀은 천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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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시켰더니 로봇이 왔다
로봇이 카메라로 '천장 마커' 읽어
식당 테이블 위치 정확하게 찾아 이동
로봇이 카메라로 '천장 마커' 읽어
식당 테이블 위치 정확하게 찾아 이동
알아서 길을 찾고 장애물을 척척 피하는 자율주행 기술. 이 기술을 제일 먼저 상용화한 것은 로봇청소기 업체들이다. 로봇청소기의 눈은 라이다(LiDAR)다. 이 장비로 주변 장애물을 파악해 알아서 경로를 바꾼다.
최근엔 ‘상용화된 자율주행 기기’ 목록에 제품 하나가 추가됐다. 식당을 누비며 음식을 나르는 서빙로봇이다. 서빙로봇도 자율주행차와 다를 게 없다. 스스로 경로를 바꾸는 것은 기본. 어린이 손님이 경로에 뛰어들면 즉시 움직임을 멈춘다.
서빙로봇은 항상 천장을 바라본다
서빙로봇은 어떻게 정확하게 식당 테이블을 찾을 수 있을까. 비밀은 식당 천장에 있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이 식당에 유료로 대여하는 딜리플레이트는 로봇의 위치 파악에 ‘천장 마커’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식당 천장 구석구석에 QR코드처럼 정보를 담은 스티커를 붙여 놓고 카메라로 이를 읽어들이는 방식이다. 카메라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 다음 목표 지점까지의 동선을 계산해 움직인다. 스티커는 2m당 하나 붙이는 게 보통이다. 천장이 높은 식당은 스티커를 좀 더 촘촘하게 붙여야 한다.
천장 마커는 초기 로봇청소기에 쓰이던 기술로 5년 전 ‘멸종 선고’를 받았다. 중국 샤오미가 초저가 라이다를 장착한 제품을 내놓은 것을 기점으로 로봇청소기의 눈이 라이다로 바뀌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라이다는 초당 수백만 개의 레이저 빔을 발사한 뒤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주변 상황을 감지하는 장비다. 다양한 기후 환경과 조명 조건에서도 사물과 사람의 모습을 정밀한 3차원(3D) 이미지로 바꿔준다.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라이다는 여전히 대당 수천만원에 달할 만큼 고가다. 하지만 로봇 청소기에 들어가는 라이다는 꾸준히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20만원짜리 제품이 등장했을 정도다.
서빙로봇 업체들이 천장 마커 기술을 다시 활용하는 것은 정확도 때문이다. 라이다만 쓸 때보다 오차를 줄일 수 있다. 서빙로봇은 좁은 통로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위치 오차를 ㎝ 단위에서 잡아야 한다. 김명식 우아한형제들 연구원은 “로봇의 위치는 천장 마커로 잡고 돌발 상황은 라이다와 센서로 감지한다”며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질 때 지금의 조합이 가장 낫다”고 설명했다.
사람과 서빙로봇은 역할 달라
전국 식당에 보급된 딜리플레이트는 20여 대다. 서울 송파구 이탈리아 음식점 메리고키친, 강원 속초시 청초수물회앤섭국, 경남 창원시 소고기전문점 성산명가 등이 서빙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딜리플레이트엔 선반 4개가 달려있고 최대 50㎏을 실어나를 수 있다. 선반 하나에 그릇 2~3개를 올리는 게 보통이다.
선반에 음식을 올린 뒤 테이블 번호를 누르면 된다. 로봇이 알아서 주문자 테이블까지 최적의 경로를 찾아 음식을 싣고 간다. 테이블에 도착하면 “도착했습니다”란 음성 안내를 한다. 손님이 ‘확인’ 버튼을 누르면 “즐거운 식사 되세요”라고 말한 뒤 주방으로 되돌아간다.
딜리플레이트의 최고 속도는 초당 1.2m다. 하지만 초당 0.5~0.7m 안팎으로 감속해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과 비슷한 속도로 움직이면 불안해하는 소비자가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배달로봇은 몇 사람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우아한형제들이 처음 테스트했던 메리고키친에선 3명의 종업원을 1명으로 줄이는 효과를 냈다. 회사 관계자는 “메리고키친은 규모가 작은 이탈리아 음식점이어서 서빙로봇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컸다”며 “감자탕과 전골 등 국물 요리를 팔거나 규모가 크면 종업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달로봇과 종업원에 다른 일을 맡기는 경우도 많다. 식당 종업원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음식 운반만 로봇에 맡기고 손님 응대는 사람에게 맡기는 식이다.
업계에선 서빙로봇이 빠르게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스피커와 서빙로봇을 결합하는 게 첫 단계다. 소비자의 복잡한 주문을 이해하고 결제를 받는 작업도 로봇이 맡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서빙로봇에 로봇팔이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레이를 운반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손님들의 테이블에 음식을 차려준다는 얘기다. 문제는 로봇팔의 가격이다. 로봇팔은 산업용으로 많이 활용되는데 고가품은 대당 수억원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로봇팔의 가격이 50만원 이하가 돼야 서빙로봇에 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만큼 가격이 내려가려면 최소 5년은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최근엔 ‘상용화된 자율주행 기기’ 목록에 제품 하나가 추가됐다. 식당을 누비며 음식을 나르는 서빙로봇이다. 서빙로봇도 자율주행차와 다를 게 없다. 스스로 경로를 바꾸는 것은 기본. 어린이 손님이 경로에 뛰어들면 즉시 움직임을 멈춘다.
서빙로봇은 항상 천장을 바라본다
서빙로봇은 어떻게 정확하게 식당 테이블을 찾을 수 있을까. 비밀은 식당 천장에 있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이 식당에 유료로 대여하는 딜리플레이트는 로봇의 위치 파악에 ‘천장 마커’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식당 천장 구석구석에 QR코드처럼 정보를 담은 스티커를 붙여 놓고 카메라로 이를 읽어들이는 방식이다. 카메라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 다음 목표 지점까지의 동선을 계산해 움직인다. 스티커는 2m당 하나 붙이는 게 보통이다. 천장이 높은 식당은 스티커를 좀 더 촘촘하게 붙여야 한다.
천장 마커는 초기 로봇청소기에 쓰이던 기술로 5년 전 ‘멸종 선고’를 받았다. 중국 샤오미가 초저가 라이다를 장착한 제품을 내놓은 것을 기점으로 로봇청소기의 눈이 라이다로 바뀌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라이다는 초당 수백만 개의 레이저 빔을 발사한 뒤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주변 상황을 감지하는 장비다. 다양한 기후 환경과 조명 조건에서도 사물과 사람의 모습을 정밀한 3차원(3D) 이미지로 바꿔준다.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라이다는 여전히 대당 수천만원에 달할 만큼 고가다. 하지만 로봇 청소기에 들어가는 라이다는 꾸준히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20만원짜리 제품이 등장했을 정도다.
서빙로봇 업체들이 천장 마커 기술을 다시 활용하는 것은 정확도 때문이다. 라이다만 쓸 때보다 오차를 줄일 수 있다. 서빙로봇은 좁은 통로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위치 오차를 ㎝ 단위에서 잡아야 한다. 김명식 우아한형제들 연구원은 “로봇의 위치는 천장 마커로 잡고 돌발 상황은 라이다와 센서로 감지한다”며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질 때 지금의 조합이 가장 낫다”고 설명했다.
사람과 서빙로봇은 역할 달라
전국 식당에 보급된 딜리플레이트는 20여 대다. 서울 송파구 이탈리아 음식점 메리고키친, 강원 속초시 청초수물회앤섭국, 경남 창원시 소고기전문점 성산명가 등이 서빙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딜리플레이트엔 선반 4개가 달려있고 최대 50㎏을 실어나를 수 있다. 선반 하나에 그릇 2~3개를 올리는 게 보통이다.
선반에 음식을 올린 뒤 테이블 번호를 누르면 된다. 로봇이 알아서 주문자 테이블까지 최적의 경로를 찾아 음식을 싣고 간다. 테이블에 도착하면 “도착했습니다”란 음성 안내를 한다. 손님이 ‘확인’ 버튼을 누르면 “즐거운 식사 되세요”라고 말한 뒤 주방으로 되돌아간다.
딜리플레이트의 최고 속도는 초당 1.2m다. 하지만 초당 0.5~0.7m 안팎으로 감속해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과 비슷한 속도로 움직이면 불안해하는 소비자가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배달로봇은 몇 사람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우아한형제들이 처음 테스트했던 메리고키친에선 3명의 종업원을 1명으로 줄이는 효과를 냈다. 회사 관계자는 “메리고키친은 규모가 작은 이탈리아 음식점이어서 서빙로봇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컸다”며 “감자탕과 전골 등 국물 요리를 팔거나 규모가 크면 종업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달로봇과 종업원에 다른 일을 맡기는 경우도 많다. 식당 종업원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음식 운반만 로봇에 맡기고 손님 응대는 사람에게 맡기는 식이다.
업계에선 서빙로봇이 빠르게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스피커와 서빙로봇을 결합하는 게 첫 단계다. 소비자의 복잡한 주문을 이해하고 결제를 받는 작업도 로봇이 맡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서빙로봇에 로봇팔이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레이를 운반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손님들의 테이블에 음식을 차려준다는 얘기다. 문제는 로봇팔의 가격이다. 로봇팔은 산업용으로 많이 활용되는데 고가품은 대당 수억원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로봇팔의 가격이 50만원 이하가 돼야 서빙로봇에 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만큼 가격이 내려가려면 최소 5년은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