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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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이 보안 논란에 휘청이는 틈을 타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존 강자들이 추격에 나섰다. 토종 플랫폼인 네이버의 라인웍스도 화상회의 시장 각축전에 가세했다.

14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만 독일에 이어 최근 싱가포르 정부가 보안 문제로 줌 서비스 사용을 금지했다. 줌으로 온라인 재택수업을 진행하는 도중 해킹돼 음란물 사진을 유포하는 등 문제가 일자 싱가포르 교육부가 온라인 수업시 줌 사용을 중단한 것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라 각광받은 줌은 최근 해킹 위협과 데이터 불법판매 등 각종 보안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외부인이 대화방에 무단 침입해 음란물을 배포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줌 폭탄(zoombombing)'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줌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 기업이지만 중국 내 소프트웨어 자회사 3곳에 개발자 700여명을 둔 데다 데이터가 중국 서버를 경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차이나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미국의 공공기관과 기업들은 잇따라 줌 금지령을 내렸다. 대만과 독일 정부도 줌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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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이 보안 문제로 주춤하는 사이 MS·구글 등이 치고나오기 시작했다.

MS의 협업솔루션 '팀즈'를 활용한 화상회의는 지난달 사용시간이 전달보다 1000% 급증했다. 3월31일 하루에만 사용시간 27억분을 기록, 보름 만에 3배 늘었다.

구글의 화상회의 서비스 '미트'도 하루 200만명 이상의 새로운 이용자가 추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기준 전체 유료 사용자는 600만명에 이른다. 구글은 미트의 무료이용 범위를 올 9월 말까지 추가 확대하기로 했다. 줌의 대항마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네이버 자회사 웍스모바일도 국산 협업툴 '라인웍스'로 화상회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웍스모바일은 최대 200명까지 화상회의에 동시 참여할 수 있는 '라이트' 상품을 무료 지원 중이다.

실제 성과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라인웍스를 도입한 국내 기업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지난달 9일 기준 화상회의 사용량은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20일 대비 다자간 영상통화 28배, 음성통화 25배, PC 화면 공유 15배 이상씩 증가했다.

줌의 보안 논란이 해소되지 않는 한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든 만큼 화상회의 시장 각축전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IT 업계 전문가는 "줌은 문제가 불거진 후 페이스북 출신 보안책임자를 영입했지만 보안 우려가 여전하다"며 "구글과 MS가 줌을 대체할 수 있으리라 본다. 시장이 이제 막 커지고 있는 단계인 만큼 국내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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