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 쓰던 600곳, 세일즈포스로 갈아탄 이유
국내 기업들이 고객 정보 관리에 주로 쓰는 소프트웨어(SW)는 표 계산 프로그램(스프레드시트) 엑셀이다. 인공지능(AI)을 통한 업무혁명이 화두지만 많은 기업은 과거부터 사용해 오던 엑셀을 여전히 선호한다. 고객관계관리(CRM) 전문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대표손부한·사진)는 이 부분에 주목해 지난해부터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고객 정보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돕는 소프트웨어 ‘커스터머 360’을 선보이면서다.

대한항공 쿠팡 등 600여 개 기업 도입

엑셀 쓰던 600곳, 세일즈포스로 갈아탄 이유
세일즈포스는 글로벌 CRM 서비스 업계 1위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18년 점유율은 19.5%다. 포천 100대 기업 중 96%, 500대 기업 중 87%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171억달러(약 21조1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커스터머 360의 ‘세일즈 클라우드’를 쓰면 여러 장의 스프레드시트를 통해 부서별로 관리하던 고객 정보를 하나의 클라우드에 통합할 수 있다. 고객의 특성, 과거 이력 등을 대시보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고객 정보를 AI로 분석해 맞춤형 영업도 가능하다. 이 밖에 온라인 마케팅에 활용되는 ‘마케팅 클라우드’, 고객 지원을 돕는 ‘서비스 클라우드’ 등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엑셀 쓰던 600곳, 세일즈포스로 갈아탄 이유
제품을 쓰는 국내 기업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쿠팡은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커스터머 360을 도입했다. 쿠팡 관계자는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사업 현황을 볼 수 있게 되면서 업무 효율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서식에 맞춘 보고서를 쓰거나 그래프를 만드는 데 들이는 시간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고객의 요구사항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세일즈포스와 손잡았다. 여러 SNS의 게시물을 통합 관리하면서 온라인 발생 이슈에 신속 대응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여객·화물 수요 관리 업무도 세일즈포스 서비스 기반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이 밖에 풀무원, 유한킴벌리 등 국내 기업 600여 곳이 세일즈포스의 SW 제품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운송 플랫폼을 운영하는 로지스팟, 보상형 광고 플랫폼 기업 버즈빌 등 스타트업도 세일즈포스의 고객사다.

“국내 CRM 솔루션 시장 커질 것”

세일즈포스는 2008년 국내에 진출했지만 지사를 별도로 두지 않고 영업 조직 위주로 운영해왔다. 분위기가 바뀐 건 최근 들어서다. 세일즈포스는 지난해 처음 국내 지사를 설립하고 인원을 50% 이상 늘렸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손부한 전 아카마이코리아 대표를 세일즈포스코리아 대표로 선임했다. 고객사 컨설팅 지원을 시작하고 기술 인력도 충원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을 시도하는 기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세일즈포스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증가율인 29%를 웃도는 국내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글로벌 CRM 솔루션 시장은 그동안 크게 성장해왔지만 한국은 아직 도입기”라며 “최근 디지털 전환에 공을 들이는 국내 기업이 증가하면서 앞으로 성장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