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인공지능(AI) 역량을 앞세워 B2B(기업 간 거래) 서비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작년 12월 AI 사업을 담당하던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분사해 이 시장에 뛰어든 카카오는 5개월간 10건의 사업수주를 따냈다. 제조, 유통 등 전통 산업 분야에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DT)’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AI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카카오가 빼어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카카오, 올해만 사업 수주 10번째…IT서비스업계 긴장
출범 5개월 달라진 위상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7일 교보생명과 ‘AI 기반 비대면 채널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AI와 카카오톡 챗봇을 활용해 교보생명이 고객과 소통하는 비대면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 고객이 챗봇으로 문의하면 AI가 이용자 의도에 가장 정확한 답변을 찾아준다.

이번 MOU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출범 후 열 번째 사업수주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달 LG전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가전제품에 카카오의 AI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LG전자가 올해 출시하는 2020년형 울트라HD TV 등 전 모델에 카카오의 스마트 스피커 ‘카카오미니’를 연동할 계획이다.

지난 2월에는 NH투자증권과 MOU를 맺고 자사가 개발 중인 기업용 메신저 플랫폼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특허청, 삼성물산, 이랜드, 경동택배 등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협력 업체를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는 작년 12월 카카오의 사내 조직이었던 ‘AI 랩(Lab)’을 카카오엔터프라이즈로 분사하며 현재의 외연 확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20년 이상 LG에 근무하며 B2B 사업 분야에 오래 몸담아온 백상엽 전 LG CNS 미래전략사업부장을 신임대표로 선임했다. 당시 백 대표는 “카카오의 AI 기술 및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기업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시켜 국내 대표 기업형 정보기술(IT)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카카오의 이 같은 행보는 빠르게 진행되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흐름과 맞물려 기대 이상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사업 분야에 속속 도입하며 기존 업무를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다. IT 전문 리서치 기업 KRG는 국내 B2B IT 시장이 올해 23조33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IT서비스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선 2010년 이후 매년 1% 내외로 성장세가 주춤했지만 올해는 3.2%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카톡 활용해 B2B 시장 공략

B2B IT서비스는 기존 대기업 계열사들이 주도해온 시장이다. 삼성SDS, LG CNS, SK C&C, 포스코ICT 등이 그룹 계열사를 고객으로 확보하며 시장을 주도해왔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B2B IT서비스 분야 상위 3사(삼성SDS, SK C&C, LG CNS)의 점유율은 2013년 76.0%에서 2019년 87.9%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데이터 기술력을 기반으로 틈새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분사 이전부터 카카오는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 i’를 활용한 서비스를 외부업체(현대자동차, 포스코, 삼성전자 등)에 제공해 AI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중점을 뒀다. 카카오 관계자는 “AI 생태계가 커질수록 데이터의 신뢰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는 메신저 ‘카카오톡’을 활용해 각종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것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장점이다. 이번 교보생명에 제공하는 챗봇 기술도 카카오톡을 이용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기술로 개발한 챗봇서비스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별도의 앱 다운로드 없이 기존 카카오톡을 통해 손쉽게 고객과 상담할 수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연내 기업용 메신저 ‘카카오워크’도 선보일 예정이다.

구민기/김주완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