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정보기술(IT)의 바다는 역동적입니다. 감탄을 자아내는 신기술이 밀물처럼 밀려오지만 어렵고 생소한 개념이 넘실대는 통에 깊이 다가서기 어렵습니다. 독자들의 보다 즐거운 탐험을 위해 IT의 바다 한가운데서 매주 생생한 '텔레파시'를 전하겠습니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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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7일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의 보급형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갤럭시A51'에 가격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에 선보이는 5G 모델이 해외에서 먼저 출시된 동일 단말기 LTE(롱텀에볼루션) 모델보다 20만원가량 비싸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삼성닷컴과 이동통신3사, 오픈마켓에서 갤럭시A51 사전판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5G 대중화를 위해 전면에 내세운 보급형 모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강조하며 5G 스마트폰임에도 출고가를 57만2000원으로 책정했다. 내달 애플의 보급형 '아이폰SE', LG전자의 매스프리미엄 스마트폰 'LG 벨벳'과 자웅을 겨룰 예정이다.

50만원대 가성비로 어필하는 아이폰SE(64GB 기준 53만9000원)와 흔히 비교되지만 갤럭시A51이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해외에서 먼저 출시한 갤럭시A51 LTE 모델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12월 베트남에서 갤럭시A51 LTE 모델을 처음 공개했다. 현지 출고가는 799만동(약 40만원)으로 국내 5G 모델보다 약 17만원 저렴하다.

해외 직구 가격은 이보다 싸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이베이 등에서는 해외 배송료를 포함해 동일 LTE 모델(128GB)이 35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배송료 부담 없이 32만원에 팔리는가 하면 국내 오픈마켓에서도 홍콩발 매물이 배송비 포함 37만원선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이베이
사진=이베이
국내 고객의 불만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 누리꾼은 "LTE 모델은 35만원에 해외 직구로 살 수 있다. 5G를 탑재했다고 국내 가격은 20만원 넘게 뛰었다"면서 "왜 잘 터지지도 않고 요금제도 비싼 5G만 고집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측은 5G와 LTE 모델에 성능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저장 용량, 배터리 용량 등 스펙이 다르다는 것이다.

5G 모델은 △옥타코어(2.2GHz 듀얼코어 + 1.7GHz 헥사코어) △128GB, 마이크로SD 슬롯(1TB) △4500mAh 배터리를 탑재했다. 반면 LTE 모델은 △옥타코어(2.3GHz 쿼드 + 1.7GHz 쿼드) △64·128GB, 마이크로SD 슬롯(512GB) △4000mAh 배터리를 지원한다.

갤럭시A51의 장점으로 꼽히는 쿼드 카메라는 성능이 동일하다. 4800만 화소 메인·500만 화소 접사·1200만 화소 초광각·500만 화소 심도 후면 카메라를 갖췄다. 전면 카메라는 3200만 화소다.

5G 모델이 LTE 모델보다 일부 성능이 우수한 건 사실이나 출고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LTE 모델을 출시할 수 있음에도 5G만 고집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겹쳤다. 5G 전국망 구축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데다 요금제 역시 5G가 LTE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측은 갤럭시 A51을 자급제로 구매할 경우 고객의 선택에 따라 LTE 요금제를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통사를 통해 구입한 고객은 5G 요금제를 써야한다. 고객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LTE, 5G 모델을 함께 출시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일각에선 이러한 이유로 5G를 전면에 내세운 갤럭시A51이 도리어 LTE 전용인 아이폰SE에 밀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작년 10월 출시된 아이폰11처럼 아이폰SE가 LTE 수요를 흡수할 것이란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11 시리즈는 출시 전 혁신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LTE 수요를 흡수하면서 예상외로 좋은 성적을 냈다"며 "아이폰SE도 시장의 LTE 수요를 빨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A51이 LTE 모델보다 비싼 가격에 5G로만 출시된 건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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