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규제에 발목 잡힌 교육부의 '디지털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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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행정시스템 구축 1년 연기
대기업 공공 사업 참여 제한
SW 서비스 품질만 떨어져
교육부 "규제 풀어달라" 요청
대기업 공공 사업 참여 제한
SW 서비스 품질만 떨어져
교육부 "규제 풀어달라" 요청
교육부는 최근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구축 사업을 돌연 1년 연기하기로 했다. 나이스는 학생의 성적 처리와 출·결석, 학사 일정 등을 관리하는 교육부의 핵심 정보기술(IT) 시스템이다. 애초 2022년에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다. 올해 사업자를 선정해야 가능한 일정이다. 하지만 관련 규제로 이 사업에 대기업 참여가 어려워지면서 교육부는 재검토에 들어갔다.
산업계 전반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대전환)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의 묵은 규제들이 디지털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사업 참여 제한 제도(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가 대표 사례다. 국내 중소·중견 IT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2013년 도입했다. 연매출 80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은 사업 규모 80억원 이상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대규모 공공사업에서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민의 불편만 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에서 발생한 접속 오류도 비슷한 사례다. 온라인 수업에 한 번에 수십만 명의 학생이 몰렸고, 이를 견디지 못한 온라인 공공교육 사이트에 장애가 발생했다. 주로 고등학생의 원격 수업을 담당했던 EBS는 IT 서비스업체 LG CNS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이를 해결했다.
교육부가 나이스 구축 사업을 1년 연기한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나이스 구축 사업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세 차례 요청했다. 국가안보 사업, 신기술 도입 등 일부 예외 사업에 한해 대기업은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관련 심사는 과기정통부 산하 ‘대기업의 참여제한 예외사업 심의위원회’가 맡고 있다. 하지만 위원회는 모두 불허했다. 교육부는 나이스 계획을 재작성해 대기업 참여를 다시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개정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도 시행령에 모호한 기준이 많아 새로운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초 국회를 통과한 데이터3법은 오는 8월 시행을 앞두고 후속 조치를 밟고 있다.
IT·금융업계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가명 정보 등을 이용할 때 지켜야 하는 정보의 추가 제공·이용 요건을 지나치게 강화했다고 지적한다. 제14조 2항은 당초 목적과의 상당한 관련성, 추가 이용 예측 가능성, 제3자 이익 침해 방지, 가명처리 의무 등 네 가지 조항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핵심 산업이 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를 키우는 것도 과제다. 삼정KPMG에 따르면 누적 투자액 기준 글로벌 상위 100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중 한국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원격의료를 막고, 진료 데이터 활용을 제한하는 규제가 산업 발달을 막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헬스케어에 클라우드를 접목하는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의료정보보호법은 비식별화된 의료정보에 한해 사전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의료데이터 교류 플랫폼인 헬스베리티는 2014년 설립 이후 3억 명의 비식별화 의료데이터 거래를 중개하는 서비스로 발전했다.
원격의료 사업도 활발하다. 의료 스타트업 카디오다이어그로틱스는 심장 전문의가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와 웨어러블 장비를 이용해 환자의 심장 상태를 장기간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김주완/배태웅/조수영 기자 kjwan@hankyung.com
산업계 전반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대전환)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의 묵은 규제들이 디지털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사업 참여 제한 제도(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가 대표 사례다. 국내 중소·중견 IT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2013년 도입했다. 연매출 80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은 사업 규모 80억원 이상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대규모 공공사업에서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민의 불편만 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에서 발생한 접속 오류도 비슷한 사례다. 온라인 수업에 한 번에 수십만 명의 학생이 몰렸고, 이를 견디지 못한 온라인 공공교육 사이트에 장애가 발생했다. 주로 고등학생의 원격 수업을 담당했던 EBS는 IT 서비스업체 LG CNS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이를 해결했다.
교육부가 나이스 구축 사업을 1년 연기한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나이스 구축 사업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세 차례 요청했다. 국가안보 사업, 신기술 도입 등 일부 예외 사업에 한해 대기업은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관련 심사는 과기정통부 산하 ‘대기업의 참여제한 예외사업 심의위원회’가 맡고 있다. 하지만 위원회는 모두 불허했다. 교육부는 나이스 계획을 재작성해 대기업 참여를 다시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개정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도 시행령에 모호한 기준이 많아 새로운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초 국회를 통과한 데이터3법은 오는 8월 시행을 앞두고 후속 조치를 밟고 있다.
IT·금융업계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가명 정보 등을 이용할 때 지켜야 하는 정보의 추가 제공·이용 요건을 지나치게 강화했다고 지적한다. 제14조 2항은 당초 목적과의 상당한 관련성, 추가 이용 예측 가능성, 제3자 이익 침해 방지, 가명처리 의무 등 네 가지 조항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핵심 산업이 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를 키우는 것도 과제다. 삼정KPMG에 따르면 누적 투자액 기준 글로벌 상위 100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중 한국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원격의료를 막고, 진료 데이터 활용을 제한하는 규제가 산업 발달을 막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헬스케어에 클라우드를 접목하는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의료정보보호법은 비식별화된 의료정보에 한해 사전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의료데이터 교류 플랫폼인 헬스베리티는 2014년 설립 이후 3억 명의 비식별화 의료데이터 거래를 중개하는 서비스로 발전했다.
원격의료 사업도 활발하다. 의료 스타트업 카디오다이어그로틱스는 심장 전문의가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와 웨어러블 장비를 이용해 환자의 심장 상태를 장기간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김주완/배태웅/조수영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