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 기술 수출…4조7000억원 '잭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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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직접 놓는 주사제 기술
국내 바이오기업 알테오젠이 4조677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국내 바이오벤처의 기술수출로는 최대 규모다. 알테오젠은 글로벌 톱10 제약사 한 곳과 피하주사 제형(SC) 기술인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계약 비밀조항에 따라 계약 당사자는 밝히지 않았다.
이 회사의 ALT-B4 기술이전 계약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1월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와 1조6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번 기술수출 계약금은 194억원(약 1600만달러)이다. 후보물질의 임상 개발, 허가 및 판매 등 개발 단계에 따라 4조6770억원의 기술료를 받게 된다.
ALT-B4는 정맥주사 제형을 인슐린 주사 같은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꿔주는 물질이다. 환자들의 투약 편의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어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이 높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올해 3~4건의 기술수출을 추가로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신약 개발과 다른 약물전달 기술이 국내 바이오벤처의 성공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약물전달 기술로 올해 2건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레고켐바이오의 김용주 대표는 “단일 후보물질은 한 번 기술이전하면 끝이지만 약물전달 플랫폼 기술은 지속적인 기술이전이 가능하다”고 했다.알테오젠 "병원서 맞던 링거주사, 집에서 간편히 투여"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대표적인 플랫폼 기술 기업으로 꼽히는 알테오젠이 대규모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후보물질 개발에 집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플랫폼 기술로 승부를 거는 새로운 성공모델이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약품 이후 최대 규모
알테오젠은 10대 글로벌 제약사 A사와 피하주사 제형(SC) 기술인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에 대한 비독점적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계약금은 1600만달러(약 194억원)다. 제품 개발과 허가, 판매 실적에 따라 총 38억6500만달러(약 4조6770억원)를 받게 된다. 한미약품이 2015년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을 5조1845억원에 기술이전한 이후 최대 규모다.
ALT-B4는 약물이 인체 피하조직을 뚫고 들어갈 수 있게 하는 분해효소다. 이 물질을 사용하면 정맥주사제를 피하주사제로 바꿀 수 있다. A사는 ALT-B4를 자사 후보물질들에 적용해 피하주사제로 개발하고 이를 전 세계에서 상업화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임상시험에 쓰일 시료와 최종 허가된 제품에 들어갈 ALT-B4는 알테오젠이 직접 생산한다.
이번 계약은 비독점적 기술이전 계약이기 때문에 알테오젠은 후보물질에 ALT-B4를 적용하고 싶어 하는 다른 기업들과 언제든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알테오젠은 지난해 11월 10대 글로벌 제약사 B사와 1조6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사진)는 “향후 A사가 이번 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후보물질에 ALT-B4를 적용할 때 추가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계약금 규모가 작아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할로자임은 로슈에 유방암 관련 유전자인 HER2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줘서 HER2와 관련해 추가 기술이전을 할 수 없었다”며 “우리는 비독점적 기술이전이기 때문에 동일한 표적에 작용하는 약물이라도 그 물질이 다르기만 하면 기술이전을 추가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 편의성 획기적으로 높여
ALT-B4가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환자의 사용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정맥주사는 환자가 2~3주마다 병원에 가서 2시간 이상 맞아야 한다. 반면 피하주사는 인슐린 주사처럼 환자가 직접 자기 몸에 5분간 놓으면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워진 것도 이 기술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박 대표는 “계면활성제를 사용하는 기존 SC 기술보다 피부에 더 잘 스며들기 때문에 투약 시 고통이 작고 시간이 적게 걸린다”고 했다.
기존 제품의 수명을 늘리고 경쟁사들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로슈는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을 SC 제형으로 바꾼 허셉틴SC로 유럽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박 대표는 “오리지널 제품을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 대항하는 전략 중 하나로 SC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며 “우리 기술이 세계적으로 더 입지가 공고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SC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알테오젠과 미국 바이오기업 할로자임뿐이다. 할로자임은 15년간 로슈,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에 7조원 규모의 기술이전을 했다. 박 대표는 “우리 기술은 할로자임보다 보관 기간이 길고 면역원성(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성질)이 낮아 약효가 더 높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이 회사의 ALT-B4 기술이전 계약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1월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와 1조6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번 기술수출 계약금은 194억원(약 1600만달러)이다. 후보물질의 임상 개발, 허가 및 판매 등 개발 단계에 따라 4조6770억원의 기술료를 받게 된다.
ALT-B4는 정맥주사 제형을 인슐린 주사 같은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꿔주는 물질이다. 환자들의 투약 편의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어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이 높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올해 3~4건의 기술수출을 추가로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신약 개발과 다른 약물전달 기술이 국내 바이오벤처의 성공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약물전달 기술로 올해 2건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레고켐바이오의 김용주 대표는 “단일 후보물질은 한 번 기술이전하면 끝이지만 약물전달 플랫폼 기술은 지속적인 기술이전이 가능하다”고 했다.알테오젠 "병원서 맞던 링거주사, 집에서 간편히 투여"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대표적인 플랫폼 기술 기업으로 꼽히는 알테오젠이 대규모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후보물질 개발에 집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플랫폼 기술로 승부를 거는 새로운 성공모델이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약품 이후 최대 규모
알테오젠은 10대 글로벌 제약사 A사와 피하주사 제형(SC) 기술인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에 대한 비독점적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계약금은 1600만달러(약 194억원)다. 제품 개발과 허가, 판매 실적에 따라 총 38억6500만달러(약 4조6770억원)를 받게 된다. 한미약품이 2015년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을 5조1845억원에 기술이전한 이후 최대 규모다.
ALT-B4는 약물이 인체 피하조직을 뚫고 들어갈 수 있게 하는 분해효소다. 이 물질을 사용하면 정맥주사제를 피하주사제로 바꿀 수 있다. A사는 ALT-B4를 자사 후보물질들에 적용해 피하주사제로 개발하고 이를 전 세계에서 상업화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임상시험에 쓰일 시료와 최종 허가된 제품에 들어갈 ALT-B4는 알테오젠이 직접 생산한다.
이번 계약은 비독점적 기술이전 계약이기 때문에 알테오젠은 후보물질에 ALT-B4를 적용하고 싶어 하는 다른 기업들과 언제든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알테오젠은 지난해 11월 10대 글로벌 제약사 B사와 1조6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사진)는 “향후 A사가 이번 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후보물질에 ALT-B4를 적용할 때 추가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계약금 규모가 작아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할로자임은 로슈에 유방암 관련 유전자인 HER2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줘서 HER2와 관련해 추가 기술이전을 할 수 없었다”며 “우리는 비독점적 기술이전이기 때문에 동일한 표적에 작용하는 약물이라도 그 물질이 다르기만 하면 기술이전을 추가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 편의성 획기적으로 높여
ALT-B4가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환자의 사용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정맥주사는 환자가 2~3주마다 병원에 가서 2시간 이상 맞아야 한다. 반면 피하주사는 인슐린 주사처럼 환자가 직접 자기 몸에 5분간 놓으면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워진 것도 이 기술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박 대표는 “계면활성제를 사용하는 기존 SC 기술보다 피부에 더 잘 스며들기 때문에 투약 시 고통이 작고 시간이 적게 걸린다”고 했다.
기존 제품의 수명을 늘리고 경쟁사들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로슈는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을 SC 제형으로 바꾼 허셉틴SC로 유럽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박 대표는 “오리지널 제품을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 대항하는 전략 중 하나로 SC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며 “우리 기술이 세계적으로 더 입지가 공고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SC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알테오젠과 미국 바이오기업 할로자임뿐이다. 할로자임은 15년간 로슈,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에 7조원 규모의 기술이전을 했다. 박 대표는 “우리 기술은 할로자임보다 보관 기간이 길고 면역원성(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성질)이 낮아 약효가 더 높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