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오는 10월께 회전형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스마트폰 'LG 윙'(코드명)을 내놓는다.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를 종합하면 이 제품은 가로로 회전하는 6.8인치 디스플레이와 정사각형 모양의 4인치 보조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메인 디스플레이를 가로로 돌리면 보조 디스플레이가 나온다. 화면을 가로로 돌리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삼성전자가 2004년 내놓은 휴대폰 애니콜 가로본능폰(SCH-V500)이 워낙 유명했던 탓에 비슷한 방식의 폼팩터를 적용한 LG 윙에도 가로본능폰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LG전자도 이같은 방식의 제품을 선보였다. 2007년 내놓은 휴대폰 VX9400이 대표적이다. 북미 국가의 모바일 TV 방송을 지원하는 제품으로 화면을 돌려 영상을 감상할 수 있었다. 2008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린 영화 '아이언맨'에도 등장한다. 영화 초반 위기에 처한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가 이 제품으로 도움을 청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LG 윙은 5세대(5G) 이동통신 전용 제품으로 나올 전망이다. 지난 5월 선보인 LG 벨벳과 마찬가지로 퀄컴의 중급형 칩셋 스냅드래곤 765 5G 프로세서를 내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화면을 왜 돌려야하나"
LG전자가 디스플레이를 회전시킬 수 있는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처음 들렸을 때 업계 관계자 상당수는 "스마트폰을 가로로 들면 되는데 왜 그런 제품을 만드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과거 가로본능폰 같은 피처폰은 디스플레이와 물리 조작 버튼이 구분돼 있었다. 휴대폰을 가로로 들면 조작 버튼을 누르기가 번거로웠다. 이때문에 조작 버튼을 그대로 둔 채 화면만 돌리는 제품이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반면 스마트폰은 디스플레이와 조작 버튼의 구분이 없다. 가로로 스마트폰을 쥔 상태에서도 모든 조작을 세로 상태와 동일하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LG 윙처럼 전면부 디스플레이를 가로로 돌림으로써 얻게 될 장점은 무엇일까. 영상을 볼 때 한 손으로 하단부를 잡고 안정적으로 볼 수 있다거나 보조 화면을 이용해 영상을 보면서 메시지를 주고받는 등의 멀티태스킹을 떠올릴 수 있다. 보조 화면을 게임 콘트롤러로 이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단점은 명확하다. 디스플레이 두 장을 겹쳐야 하기 때문에 제품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회전 부위의 내구성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추가 디스플레이 장착으로 인한 단가 상승도 예상된다.
새로운 스마트폰 폼팩터로 떠오른 폴더블폰의 경우 접으면 크기가 작아지고 펼치면 화면이 커진다는 직관적인 장점이 있었다. LG전자의 가장 큰 과제는 잠재적 고객들에게 화면을 돌림으로써 지금과 다른 장점이 있다고 설득하는 일이 될 것이다.
4대3 비율 옵티머스 뷰에서 모듈형 LG G5까지
LG전자는 스마트폰 시대 들어서도 꾸준히 새로운 폼팩터를 적용한 제품을 선보여왔다. 대표적인 제품이 3대 4 비율의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옵티머스 뷰 시리즈다. 10여년간 스마트폰의 흐름을 보면 화면의 세로 비율이 길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초창기 2대 3 비율에서 9대 16을 지나 최근에는 9대 19~20 수준까지 늘어났다. LG전자가 2012년 처음 내놓은 옵티머스 뷰는 정사각형에 가까운 3대 4 비율로 만들었다. 전자책, 웹툰 감상에 유용했다. 내장된 러버듐 펜을 이용해 메모를 할 수도 있었다. 독특한 화면 비율로 마니아를 모았지만 2014년 뷰3를 마지막으로 단종됐다. LG전자는 2016년 선보인 LG G5를 통해 모듈형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폼팩터에 도전했다. 제품 하단부에 바꿔 끼울 수 있는 모듈을 도입했다. 모듈을 교체해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당시 LG전자는 출시 당시 기본 모듈 외에 오디오 브랜드 B&O와 협력해 만든 '하이파이 플러스'와 카메라 기능에 특화된 '캠 플러스' 등 2개의 모듈을 선보였다. 향후 다양한 모듈이 더 나올 것이라고 했지만 후속작인 LG G6에서 다시 일체형 스마트폰으로 돌아가면서 추가 모듈은 없던 일이 됐다.그밖에도 3차원(3D) 입체 영상을 볼 수 있었던 '옵티머스 3D'와 물리 키패드를 장착한 '옵티머스Q' 같은 제품도 2010년대 초반에 선보였다.
LG전자의 실험을 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한켠에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시도의 결과물이라고 격려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선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LG전자의 이번 시도가 어떤 평가를 받게될 지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