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플로우가 개발한 웨어러블 기기 ‘넥스 360’.
링크플로우가 개발한 웨어러블 기기 ‘넥스 360’.
“난세에 영웅 난다”는 옛말이 있다. 어려울 때 진가를 발휘하는 인물이 등장한다는 뜻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에도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4~6월 선정한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혁신기업 메디컬아이피, 링크플로우, 알서포트가 대표적이다.

2015년 설립된 서울대병원 1호 벤처기업 메디컬아이피는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에서 코로나19 폐렴 병변을 1분 만에 자동으로 탐지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의료영상 분석 소프트웨어(SW)를 개발했다. 인도적 차원에서 지난 3월 이 SW를 무료 공개했다. 폐 전체에서 병변이 차지하는 비율(%)과 중량(g)까지 제시하는 이 SW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 21일 기준 48개국 1164개 기관이 이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았다.

이 SW는 메디컬아이피가 보유한 대표 기술인 메딥프로(MEDIP PRO)에서 비롯됐다. 메딥프로는 CT, 자기공명영상(MRI) 등 2차원 영상에 색을 입혀 3차원(3D) 모델로 바꿔주는 SW다. 기존 흑백 영상으론 확인하기 어려웠던 환자 장기 경계와 병변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해 말 국내 기업 최초로 AI 의료영상 SW 분야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CE 인증을 동시에 받았다.

실제 신체 장기를 3D로 구현한 메디컬아이피 ‘아낫델’
실제 신체 장기를 3D로 구현한 메디컬아이피 ‘아낫델’
메디컬아이피는 모의 수술용 3D 프린팅 장기 제작에서도 독보적이다. 심장, 신장, 뇌, 척추 등 신체 장기 모양을 3차원으로 정확히 본떠 수술 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하는 '아낫델'을 의료계에 공급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아낫델로 만든 3D 프린팅 신장을 활용한 수술 100여 건을 했다. 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신장 종양을 실제와 똑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구현한 3D 모형이 수술의 정확도를 상당히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메디컬아이피는 올해 코로나19 사태에도 14명을 추가로 채용하며 연구개발(R&D)을 확대하고 있다.

링크플로우가 지난해 KT와 함께 선보인 넥밴드(목에 감는)형 360도 카메라도 코로나19 상황에서 활약했다. 링크플로우는 삼성전자 사내벤처(C랩)로 시작해 분사했다. 이 업체가 개발한 넥밴드 핏(FITT)360은 초고화질(UHD 4K) 영상을 360도 각도에서 촬영할 수 있다. 와이파이, 블루투스는 물론 5세대(5G) 이동통신을 지원한다. 영상통화는 물론 촬영 영상을 유튜브 등에 올릴 수도 있다. 흔들림 보정, 빛 노출도 자동 조절 기능도 갖췄다. 군·경 등 공공보안, 산업 및 건설현장 등엔 핏360의 다른 버전인 넥스360을 공급하고 있다. 넥스360은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를 비롯해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증축 공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하남 감일지구 공사, LH 김포지구 공사 현장 등에서 사용됐다.

코로나19 창궐 이후엔 중국으로 진출했다. 격리병동에서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파악해 관계기관에 상황을 전달하거나 원격 검진, 원격 면회 등 다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어서다. 지난 2월 차이나모바일 관계사와 2만 대 공급계약을 맺었다. 중국 병원 등에서 핏360을 테스트 중이다. 링크플로우는 그동안 롯데, 일본계 글로벌 IT회사, KT 등으로부터 223억여원의 투자를 받았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지난 4월 첫 번째 ‘DNA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알서포트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기술 수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업체로 꼽힌다.

클라우드 기반 SW 전문기업인 알서포트는 원격으로 회사 업무시스템, 네트워크 등에 접속해 장애나 고장을 처리해주는 원격 지원 및 제어, 화상회의 솔루션 등을 제공하고 있다. 2001년 창업 이후 이 분야에만 집중해 노하우를 쌓아오다 코로나19로 도약의 계기를 맞았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지난 2~4월 화상회의 서비스 리모트미팅, 재택근무 서비스 리모트뷰를 중소기업, 학교 등에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 기간 1000여 개 초·중·고교와 대학 그리고 4200여 개 기업이 이들 서비스를 활용했다.

지난해 연매출 284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올린 알서포트는 보유 특허가 100개에 달한다. 코스닥 상장사인 이 업체 주가는 지난 13일 장중 한때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알서포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활동 단절에 대응할 수 있는 재택근무 솔루션을 사회에 무료로 제공해 경제 충격 완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