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주도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토종 업체들의 반격이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 3사가 손잡은 ‘웨이브’가 자체 콘텐츠로 승부수를 띄운 가운데 CJ ENM과 JTBC의 합작법인 ‘티빙’이 본격적인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토종 OTT업체들의 ‘헤쳐모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콘텐츠 강자’ 티빙 출격 시동

29일 방송·통신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다음달 1일 티빙(OTT)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한다. JTBC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수순이다. CJ ENM과 JTBC는 지난해 9월 OTT 합작법인 출범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각자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콘텐츠를 통합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티빙을 기반으로 한 OTT 플랫폼을 출시하는 내용이다. 티빙 대표로는 삼성영상사업단 출신인 양지을 씨가 내정됐다.
넷플릭스 맞설 '티빙 연합군' 뜬다
티빙은 CJ ENM이 1대 주주, JTBC가 2대 주주로 참여한다. JTBC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승인을 신청하고 심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티빙 측은 이르면 10월 초께 새 법인이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KT, LG유플러스가 티빙에 참여할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웨이브가 독자적인 OTT로 자리잡은 반면 KT의 ‘시즌(seezn)’은 아직 시장에서 자리잡지 못한 상태다. LG유플러스는 올해로 넷플릭스와 독점계약이 끝난다. 티빙 관계자는 “통신사들의 투자 및 지분 참여는 언제든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대항” 합종연횡 이뤄질까

티빙이 출범하면 웨이브가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준 6월 OTT 사용자 수는 1위 넷플릭스가 467만 명, 2위 웨이브가 272만 명으로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고 있다. 다만 1인당 월평균 앱 사용시간은 웨이브가 11.9시간으로 9.5시간을 기록한 넷플릭스를 앞섰다. 티빙의 출범에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드라마·예능 제작 역량을 갖춘 두 회사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자들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SK텔레콤 측에서 흘러나오는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 구상을 주목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맞서 국내 업체끼리 경쟁하기보다는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유영상 SK텔레콤 이동통신(MNO)사업부장은 지난 23일 ‘한국OTT포럼 하반기 세미나’에서 “(웨이브와 티빙이) 합병하면 (넷플릭스를) 바로 이길 수 있다”고 운을 띄웠다. 티빙 관계자는 “웨이브 측으로부터 합병 제안을 받은 적이 없고 검토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물밑 움직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공개석상에서 잇따라 콘텐츠 강화 필요성을 밝혀온 만큼 일종의 ‘군불때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도 국내 업체 간 합종연횡으로 넷플릭스 대항마를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비친 상태다. 정부는 지난달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 방안’을 발표하면서 디지털 플랫폼 대형화를 지원하기 위해 시장점유율 합산 규제를 없애고 인수합병(M&A)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