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낳은 3대 게임 IP(지식재산권)’로 꼽히는 던전앤파이터, 리니지, 크로스파이어가 지난 20여 년간 올린 매출이 4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스타워즈, 해리포터 등 해외 유명 영화 IP를 웃도는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은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출고가 119만9000원)가 3336만여 개 팔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작인 갤럭시노트8·9이 1000만 대 안팎 팔린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게임의 IP를 가진 각 업체가 관련 콘텐츠를 늘리는 추세라 매출은 더 많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3대 게임 누적 IP 매출 40조원+α

넥슨은 2005년 출시한 던전앤파이터로 올린 누적 매출이 지난해 말 기준 150억달러(약 17조7660억원)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PC게임 리니지·리니지2, 모바일 게임 리니지M·리니지2M 등 리니지 IP로 올린 누적 매출은 올 1분기 기준 10조7071억원에 달한다. 리니지 IP의 시작인 리니지는 1998년 출시됐다.

스마일게이트가 2007년 내놓은 크로스파이어의 글로벌 누적 매출은 지난해 1분기 기준 105억달러(약 12조4383억원)였다. 스마일게이트가 가장 최근 집계한 수치다. 세 업체가 공식적으로 계산한 3대 게임 IP의 누적 매출을 모두 합하면 40조9114억원에 이른다.

해리포터 시리즈(위키피디아 기준·320억달러), 스파이더맨(290억달러) 등 해외 유명 IP가 올린 매출보다 많은 수준이다. 김영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최근 K팝, 웹툰, 드라마 등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게임만큼 경제적 가치가 큰 한국의 문화 IP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한국 IP 덕에 글로벌 1위 오른 中 텐센트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공식 집계에서 제외한 던전앤파이터와 리니지의 관련 매출까지 더하면 3대 IP의 경제적 가치는 더 커진다. 던전앤파이터를 중국에 유통한 텐센트의 관련 누적 매출만 7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중국에서 한국 게임을 유통하는 중국 업체는 전체 수익의 70~80%를 가져간다. 나머지 20~30%(14조~21조원)의 수익을 넥슨이 거둬들였다는 뜻이다. 중국의 텐센트는 한국 IP를 발판으로 세계 1위 게임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에서 유통하는 던전앤파이터와 크로스파이어로 매년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번 돈으로 글로벌 매출 1위 PC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했고, 모바일 게임 ‘브롤스타즈’의 슈퍼셀도 사들였다.

리니지 IP의 경우 엔씨소프트 외 다른 업체들이 활용해 만든 게임까지 더하면 관련 매출이 더 늘어난다. 넷마블이 2016년 출시한 ‘리니지2 레볼루션’의 누적 매출은 1조원이 넘는다. 중국 스네일게임즈도 리니지2 IP를 이용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2:혈맹’을 2016년 내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국내 1위(넥슨), 2위(넷마블), 3위(엔씨소프트), 5위(스마일게이트) 게임업체들의 성장은 사실상 단 3개의 게임 IP가 일궈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던파 ‘부동의 1위’ 슈퍼마리오 넘봐

세계 최대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는 ‘역대 매출을 (가장) 많이 올린 게임 프랜차이즈 순위’라는 항목이 있다. 인터넷 이용자들이 게임업체의 공식 발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순위를 실시간으로 수정한다. 게임업계에선 그동안 굳건했던 이 순위 1~5위에 조만간 변동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7위인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버전 출시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의 20위 목록에는 크로스파이어가 9위, 리니지가 12위에 올라 있다. 1위는 닌텐도의 슈퍼마리오, 2위는 포켓몬스터다.

넥슨은 신작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앞세워 올해 매출 4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원래 지난 12일 이 게임을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미성년자 게임 의존(게임 내 과몰입) 방지 시스템’ 적용 작업이 늦어지면서 연기됐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1월 출시한 리니지2M이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1위에 오르는 등 대박이 터지면서 연 매출 2조원 달성이 유력하다. 스마일게이트는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미국 할리우드에서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한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세 게임을 잇는 게임 IP로는 펍지의 배틀그라운드와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등이 꼽힌다. 2017년 나온 배틀그라운드의 PC·콘솔 버전은 세계적으로 7000만 개 이상 팔렸다. 모바일 버전의 누적 다운로드는 6억 건이 넘었다. 펄어비스가 2015년과 2018년에 각각 출시한 검은사막과 검은사막 모바일의 글로벌 누적 매출은 3조원에 육박한다. 컴투스가 2014년 내놓은 서머너즈 워는 2조원이 넘는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