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설립된 항체 신약 개발 전문회사인 파멥신의 주요 파이프라인인 PMC-403은 신생혈관질환 치료제다. PMC-403은 혈관내피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질환 혈관을 정상화하는 데 기여한다. 암세포로 인해 혈관 벽에 구멍이 나거나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비정상적인 혈관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등 여러 혈관 질환에 사용될 수 있다.

차세대 혈관질환 치료제의 필요성

신생혈관이 만들어지는 것은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정상적인 우리 몸의 활동이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신생혈관이 만들어지는 경우 노인성 황반변성과 같은 질환이 발생하거나 종양의 악성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런 비정상 신생혈관은 정상적인 혈관과는 다르게 중간에 새는 형태가 많아 산소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이에 따라 산소가 부족한 상황이 유발되고, 혈액 누출로 인한 부종이나 염증이 생긴다.

누수가 있는 혈관이나 산소가 부족한 상황은 혈관 질환의 주요한 특징이다. 종양에서 산소가 부족한 상태인 저산소증은 항암제 내성을 유도하는 주요한 기작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종양세포의 세포사멸을 억제한다. 누수가 있는 혈관은 치료제의 전달을 방해해 암세포까지 면역세포의 전달을 감소시킨다.

일반적으로 이런 혈관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비정상 신생혈관의 생성을 억제하는 항신생혈관 치료제를 개발한다. 혈관내피성장인자(VEGF)를 억제해 신생혈관의 형성을 막고 일시적으로 누수되는 혈관을 정상화시킨다. 하지만 약물을 계속 투여하다 보면 혈관의 가지치기로 인해 다시 저산소증이 발생하는 저산소 순환이 발생한다. 저산소 순환에 따라 신생혈관유도 인자(pro-angiogenic factor)들이 다량 생성되고, 이는 누수가 있는 혈관을 만든다.

PMC-403은 혈관 안정화 물질이다. 혈관 안정화 물질은 신생혈관의 형성을 억제하기 보다는 누수가 있는 혈관을 정상화시키고 안정화시키는 데 집중한다. 저산소증도 개선되고 저산소 순환도 발생하지 않는다. 혈관 안정화 물질은 특히 안과질환에서 시신경 회복과 유지에 뛰어난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 종양에서의 치료제 내성 및 전달을 극복하고 면역세포의 암세포 침투율을 높여 항암치료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표적 물질 : 타이-2 단백질

타이-2(Tie-2) 단백질은 혈관내피세포의 표면에 주로 발현되는 티로신 인산화효소 수용체의 하나이다. 티로신 인산화효소 수용체는 세포 표면의 막관통 단백질로 세포 내 여러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중요한 단백질군이다. 타이-2는 그중에서도 혈관신생을 조절하는 단백질이다.

신생혈관형성을 촉발하는 것으로 가장 잘 알려진 물질은 VEGF다. Ang-2는 VEGF와 같은 시기에 타이-2와 결합해 불활성화 시킨다. 이는 내피세포의 이동을 유도해 과도한 신생혈관을 만든다. 이와 반대로 Ang-1은 타이-2와 결합해 신생혈관형성의 마지막 단계인 혈관의 안정화에 관여한다.

타이-2와 VEGF의 수용체인 VEGFR-2는 서로 밀접하게 상호 조절된다. 조절되는 기작을 보면 혈관내피세포에 있는 탈인산화효소인 VE-PTP는 타이-2에 붙어 있다가 Ang-1이 타이-2에 결합하면 타이-2에서 떨어져 나간다. 그리고 난 뒤 VEGFR-2와 결합해 VEGF의 효과를 감소시킨다. 즉 신생혈관이 생성되는 것을 억제한다. 또한 내피세포 간 상호작용을 유지시켜 정상 혈관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따라서 Ang-1와 같은 물질은 VEGF의 효과를 감소시키고 내피세포의 상호작용도 유지해 혈관의 누수를 막아 문제가 있는 ‘불량 신생혈관’을 개선할 수 있다.
[파이프라인 아카이브] 파멥신 ‘PMC-403’
(그림 1) PMC-403의 작용기전

Ang1은 세포막에 있는 타이-2 단백질에 결합해 혈관의 안정화에 기여한다. 반면 Ang2는 타이-2를 억제하고, 혈관내피성장인자(VEGF)는 또 다른 막단백질인 VEGFR을 활성화시켜 ‘불량 신생혈관’을 만든다. PMC-403은 Ang1과 같은 역할을 수행해 혈관을 안정화시키는 물질이다.

핵심 기능

PMC-403은 Ang-1과 유사한 기능을 가지는 항체다. 지금까지 Ang-1과 유사한 물질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여럿 있었다. Ang-1은 여러 단백질들과 결합한 다량체(multimer) 형태로 타이-2에 결합한다. 따라서 많은 회사들이 다량체 형태의 항체를 개발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효과적인 약물은 개발되지 않았다.

PMC-403은 현재까지 유일하게 타이-2에 직접적으로 결합해 혈관의 안정화를 유도하는 물질이다. 다량체가 아닌 단량체로 전통적인 형태의 단클론 항체이다. 다합체 항체가 아닌 전통적인 항체다. 또한 사람의 타이-2뿐만 아니라 쥐, 원숭이, 개, 돼지 등 여러 포유동물의 타이-2에도 잘 결합해 동물모델에서의 연구도 용이하다.

PMC-403은 생체 내 Ang-1, Ang-2와 경쟁하지 않는다. 질환 조직에 Ang 단백질의 유무에 따라 기능을 잃거나 분해되지 않고 약물로서 작용할 수 있다.

PMC-403의 주요 기능은 크게 네 가지다.

①VEGF에 의해 유도된 혈관 누수 억제 효과
인간 혈관내피세포주에 VEGF를 이용해 혈관내피세포주의 투과성을 유도하면서 PMC-403 10 μg/mL을 처리한 결과, 혈관내피세포주를 투과하는 형광표지자(FITC) 정도가 100ng/mL의 Ang-1을 사용하였을 때 보다 억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파이프라인 아카이브] 파멥신 ‘PMC-403’
(그림 2) 혈관 누수 억제 효과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PMC 403를 투여했을 때 혈관 누수율이 가장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왼쪽은 혈관누수율, 아래는 왼쪽부터 대조군, VEGF, Ang1, Ang2, PMC 403 (투여))

②종양 내부의 혈관 정상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변이III(EGFRvIII)가 과발현된 마우스 모델에서는 종양혈관 정상화 효과를 보였다. PMC-403과 VEGF의 작용을 막는 DC101(항VEGFR-2 항체)을 대조약물로 투여했다. 종양 중심부에서 혈관내피세포의 분포와 혈관주변세포의 변화를 공초점 레이저 주사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PMC-403을 투여한 경우 혈관내부세포가 누수가 적은 정상적인 형태의 혈관을 이뤘다.
[파이프라인 아카이브] 파멥신 ‘PMC-403’
(그림 3) 투여 약물에 따른 혈관 정상화

왼쪽부터 IgG 투여, 대조군 약물 DC101, PMC-403 투여한 뒤 관찰한 혈관이다. PMC-403을 투여한 경우 혈관 누수가 눈에 띄게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③종양신생혈관의 저산소 상태 개선, 종양 내로 면역세포의 침투 증가
대장암 마우스 모델에서 PMC-403과 PD-1을 막는 면역항암제를 병용투여한 결과, 면역항암제를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보다 항암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종양의 무게는 병용투여가 20% 가량 낮게 측정됐다. 또 종양 내 면역세포가 유입된 양을 정량화한 결과, PMC-403 투여 시 PD-1 항체 단독 투여보다 4배 정도 더 높게 측정됐다. 종양 내 저산소증이 발생한 영역도 작았다.
[파이프라인 아카이브] 파멥신 ‘PMC-403’
[파이프라인 아카이브] 파멥신 ‘PMC-403’
(그림 4) 종양의 무게를 비교한 결과(A). PMC-403을 투여하는 경우 종양의 무게가 대조군에 비해 적다. 또한 저산소증을 보이는 영역을 형광단백질로 확인한 결과(C), PMC-403이 확연히 적음을 확인할 수 있다.

④레이저로 유도된 질환 신생혈관을 정상화
레이저로 안구의 맥락막 신생혈관을 유도한 마우스 모델에서 PMC-403은 혈관누수억제 효과를 보인다. 혈관누수기능은 약물 투여 10일차에 형광안저혈관조영술을 이용해 신생혈관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대조약물인 애플리버셉트에 비해 PMC-403이 신생혈관 억제에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파이프라인 아카이브] 파멥신 ‘PMC-403’
(그림 5) 안구 신생혈관 정상화 정도
레이저로 신생혈관을 유도한 뒤 약물을 투여해 정상화 정도를 확인한 결과, PMC-403을 투여한 경우 둥근 모양으로 보이는 누수 혈관이 줄어듦을 확인할 수 있다.

○적용 가능 질환

①종양
면역항암제 및 화학항암제와의 병용투여로 효능을 배가시켜준다.

②당뇨병성 망막증
습식 노인성 황반변성이나 당뇨병성 황반부종 등 부종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에 효과적이다. 또한 저산소 상태가 만성적으로 존재하고 신생혈관의 침투가 심각한 안과 질환에도 효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③급성호흡곤란증후군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주요한 사망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질환이다. 폐의 내피세포와 상피세포의 누수로 인해 폐포에 부종이 발생한다. 폐로의 산소 전달에 문제가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 중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이 발생한 환자에게서 신생혈관 인자들의 발현이 높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PMC-403은 신생혈관의 과발현으로 인해 발생하는 혈관 누수를 개선해 폐의 산소 전달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④신장질환
신장은 노폐물을 제거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장 근처에서 발생하는 혈관 누수는 급성 신부전, 만성 신부전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다. PMC-403의 혈관회복 기능은 혈관 누수로 인한 신장질환의 치료에도 효능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