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타머사이언스 “세계 2위 규모 압타머 확보…진단·신약개발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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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타머, 항체 대체할 바이오 소재"
아시아 유일 압타머 발굴기술 보유
아시아 유일 압타머 발굴기술 보유
압타머사이언스가 성장성특례상장으로 16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압타머를 자체 발굴하는 기술(SELEX)을 보유하고 있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압타머를 활용한 진단과 신약개발을 동시에 수행 중이다. 진단 부문에서 세계 최초로 압타머 기반의 진단키트를 선보인 데 이어, 당뇨와 항암제 분야에서 혁신신약(First-in-Class)을 출시하겠다는 포부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와 치료제로까지 압타머의 활용 영역을 넓혔다. 압타머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항체 의약품을 대체할 차세대 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 지난 10일 한동일 압타머사이언스 대표를 만났다.
압타머는 항체보다 분자 크기가 작아 투과도가 높으면서도 표적 단백질과의 결합력이 10배 이상 뛰어나다. 체내에서 면역 거부 반응이나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도 항체보다 낮다.
또 압타머는 화학적 합성을 통해 제조할 수 있다. 염기서열을 알면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으로 합성할 수 있어 제조 원가도 싸다. 생체 내에서 제조하는 항체에 비해 단기간에 생산 및 개발이 가능하고 운반과 보관뿐만 아니라 화학적 변형도 쉽다.
이처럼 압타머는 항체보다 높은 표적 결합력과 낮은 제조원가 등으로 항체 의약품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동일 압타머사이언스 대표는 “통상적으로 전임상에 들어갈 수 있는 신약후보물질을 확보하는 데는 5~8년이 소요된다“며 “우리의 압타머 기술을 적용하면 3년 내에도 신약후보물질 도출이 가능해, 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압타머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의 확보에도 2~3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압타머 기술을 활용해 치료제로 시판된 약물은 ‘마큐젠’(Macugen) 뿐이다. 1세대 셀렉스 기술을 활용한 신약으로 2005년 화이자와 알케믹스가 공동 개발했다. 하지만 항체 의약품인 아일리아와 루센티스 등에 밀려 시장에서 철수했다.
한 대표는 “마큐젠은 약물이 유전체를 표적화하는 능력인 약물 기량성(druggability) 측면에서 항체 의약품보다 월등하지 못해 응용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마큐젠이 시장에서 밀려난 것은 표적 자체를 잘못 잡은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그는 “압타머를 항체와 같은 물질로 여겨 항체 의약품의 개발 전략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압타머만의 차별화된 특성을 이해해야 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며 “회사는 이 부분에 대해 강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압타머를 활용한 진단제품이나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표적에만 강하게 결합하게 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압타머사이언스는 회사가 가진 2세대 셀렉스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신약을 개발한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준(準) 독점 기술인 ‘변형 핵산 셀렉스’와 자체 기술인 ‘바이로 셀렉스’(ViroSELEX)를 보유하고 있다.
1세대 셀렉스는 핵산 라이브러리에 천연에 존재하는 핵산 분자(천연 핵산)를 그대로 사용했다. 변형 핵산 셀렉스는 화학적으로 변형한 변형 핵산을 라이브러리로 사용한다. 변형 핵산은 표적 단백질과의 결합력을 높이기 위해 핵산 염기서열에 아미노산 소수성기를 도입했다. 아미노산에 변형을 가해 원하는 질환과 관련한 단백질과의 결합력을 높인 것이다. 변형 핵산은 천연 핵산에 비해 표적 단백질에 결합할 성공률이 높고 결합력도 10배 이상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바이로 셀렉스는 압타머사이언스가 포항공대와 공동개발한 특허 기술이다. 표적 세포막단백질을 대리 바이러스의 표면에 발현시키고, 이에 결합하는 압타머를 찾는 것이다. 대리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은 단백질 돌기(스파이크)를 가진 원 바이러스보다 비교적 표면을 단순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각 스파이크 간의 간섭없이 특정 표적에만 반응하는 압타머를 선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변종 바이러스에까지 압타머의 응용성을 증대할 수 있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셀렉스 기술과 함께 압타머 길이와 선도물질 최적화, 리간드 기능 선별(리간드 스캔), 압타머 쌍 발굴 등 응용제품 개발을 위한 최적화 기술도 갖고 있다.
리간드 스캔은 특정 수용체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저분자 화합물인 리간드가 표적 단백질에 대해 작용제(아고니스트)와 저해제(안타고니스트) 등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판별한다. 압타머 쌍 발굴 기술은 표적 단백질의 서로 다른 부위에 결합할 수 있도록 압타머 쌍을 발굴해 특이도와 민감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높은 특이도(음성 판별률)와 민감도(양성 판별률)를 필요로 하는 진단제품 개발에 효과적이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이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자체 압타머 아카이브(저장고)를 구축했다. 250여종의 단백질을 표적할 수 있는 1500여종의 압타머 염기서열 정보를 확보했다.
한 대표는 “회사가 보유한 압타머 아카이브는 암 면역질환 등 주요 관심 질환을 표적으로 한 세계 2위 규모의 세포막 수용체 단백질 서열정보 집합체”라고 설명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핵심 연구기관 및 의료기관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0년대 시작된 압타머 관련 특허가 2010년과 2016년에 만료되면서 압타머 치료제 시장은 이제 막 개화하는 단계”라며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연구개발 경험과 압타머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항체 의약품과 차별화된 압타머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AptoDetect-Lung’은 세계 최초 압타머 기술 기반의 비소세포폐암 조기진단 키트다. 2017년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3등급 허가를 받았다. 2018년에는 유럽통합안전인증(CE)을 받았다.
이 진단키트는 압타머 기반 다지표 진단기술인 앱토미아를 활용한다. 소량(5㎕)의 검체를 사용해 폐암과 관련한 7종의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 또 이를 분석해 폐암 위험도 정보를 제공한다.
서울아산병원과 화순전남대병원 임상시험에서 경쟁기술 대비 우수한 민감도(75%)와 특이도(92%)를 나타내며 성능을 입증했다. 한 대표는 “압타머 폐암 진단키트를 이용하면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용(LDCT) 이후 폐암 소견을 받아도 오진일 확률이 있는 위양성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지난달부터 이원의료재단과 협약을 맺고 폐암 진단키트를 공급하고 있다. 신의료기술(NECA) 인증을 받지 못해 판매가 불가능했지만, 정부의 ‘선 진입 후 평가제도’로 올해부터 시장에 선보일 수 있게 됐다.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 및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다. 중국 바이오기업 BGT와 독점 계약을 맺고 중국 내 인허가와 판매를 준비 중이다. 한 대표는 “중국은 인구가 많고 흡연률이 높아 세계 폐암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며 “2022년부터 중국에서 판매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앱토미아를 활용한 간암 조기진단 제품도 2022년 상용화를 목표로 현재 임상을 진행 중이다.
회사의 신속진단키트는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로 15분 내에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압타머 쌍을 이용해 임신 진단키트처럼 색깔 변화만으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진단한다. 변종 검출도 가능하다.
한 대표는 “항원 진단키트처럼 짧은 검사 시간으로 신속 진단이 가능하면서, 분자진단 키트처럼 높은 정확도를 가진 진단키트를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발굴한 압타머를 신속진단키트뿐 아니라 치료제로 활용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압타머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외피 단백질에 결합하면 바이러스가 건강한 세포로 감염되는 것을 막아 치료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진행한 1차적 성능 평가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며 “현재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효능 평가를 진행 중이며, 동물 임상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알로스테리 신약개발(AlloMAp)과 다기능 압타머 신약개발(BiFAp) 등 2개의 기술을 적용한다. AlloMAp은 리간드 스캔으로 알로스테리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는 기술이다. 변형 핵산 압타머 라이브러리로부터 표적 단백질의 알로스테리 조절 능력을 가진 유효 물질을 선별한다.
알로스테리 치료제는 리간드가 표적 단백질에 결합하는 원래의 위치가 아닌 다른 위치에 결합해 기능을 조절하는 치료제다. 압타머사이언스는 AlloMAp으로 인슐린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알로스테리 아고니스트 압타머 ‘A48ms’를 선별했다. 인슐린은 당 흡수 효능은 우수하지만 성장 호르몬 수용체도 활성화시켜 부작용을 유발한다. A48ms는 인슐린 수용체에 결합해 당 흡수 효능을 가지면서도, 세포 성장 기능을 유도하지 않는 변형된 신호전달을 한다.
A48ms 기반의 당뇨 신약 'AST-101'은 전임상 단계임에도 6개 글로벌 제약사와 비밀유지계약(CDA)를 체결했다. 유럽과 호주 등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기 위해 글로벌 임상시험 위탁기관(CRO)와 논의 중이다. 기술이전은 임상 2a상 단계에서 목표하고 있다.
인슐린 민감제 'AST-102'는 노보노디스크와 물질이전계약(MTA)을 완료했다. 한 대표는 “인슐린 민감성을 개선하는 싸이아졸리딘다이온(TZD) 계열 약물의 부작용 문제로, 인슐린 민감제 신약에 대한 수요가 매우 크다”면서 “AST-102는 인슐린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최초의 인슐린 민감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간암과 교모세포종 치료제 개발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국립암센터와 세브란스병원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간암 후보물질은 현재 전임상 시험을, 교모세포종은 선도물질 최적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간암 치료제 ‘AST-201’는 내년도 임상 1상을 계획하고 있다. 압타머사이언스는 간암세포 표면의 '글라이피칸3(GPC3)'을 표적으로 하는 압타머를 발굴했다. 화학 항암제 젬시타빈(Gemcitabine)을 이 압타머 분자 내에 결합해 'BiFAp'계 물질로 최적화를 마쳤다. 동물실험에서 효능을 확인하고 독성평가를 위한 시약 생산업체를 선정 중이다.
교모세포종 치료제로 개발 중인 ‘AST-203’은 국립암센터와 공동개발 협약을 맺고 선도물질 최적화를 진행 중이다. 비임상 효력시험 결과, 교모세포종의 표적전달능력과 혈뇌장벽(BBB) 투과성을 확인했다. BBB 투과 압타머를 항체 및 약물과 결합한 원발성 중추신경계 림프종(PCNSL) 치료제도 설치류 동물시험에서 뇌 전달 효능을 확인했다. BBB 투과 압타머와 결합한 항체는 BBB 통과 비율이 항체에 비해 수십 배 높았다. 압타머를 파킨슨과 알츠하이머 등 중추신경계통(CNS)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한 대표는 “코로나19 치료제와 신약개발 단계에서 압타머의 효능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동물과 사람 대상의 임상에서 압타머의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며 “차세대 바이오 소재인 압타머로 항체 기술을 대체하는 새로운 시장을 열고, 이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압타머사이언스는 압타머를 활용한 진단과 신약개발을 동시에 수행 중이다. 진단 부문에서 세계 최초로 압타머 기반의 진단키트를 선보인 데 이어, 당뇨와 항암제 분야에서 혁신신약(First-in-Class)을 출시하겠다는 포부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와 치료제로까지 압타머의 활용 영역을 넓혔다. 압타머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항체 의약품을 대체할 차세대 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 지난 10일 한동일 압타머사이언스 대표를 만났다.
압타머, 항체의 한계 극복할 혁신신약 물질
압타머는 DNA와 RNA로 구성된 단일 가닥의 핵산 물질이다. 항체가 단일 부위에 결합하는 것과 달리 압타머는 표적 단백질의 3차원적 형체를 인식해 이를 감싸듯이 결합한다. 저분자 화합물에서 단백질 같은 고분자 물질에 이르는 다양한 표적에 높은 특이도와 결합력을 갖는다. 표적 범위가 단백질로 제한된 항체보다 넓어 신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압타머는 항체보다 분자 크기가 작아 투과도가 높으면서도 표적 단백질과의 결합력이 10배 이상 뛰어나다. 체내에서 면역 거부 반응이나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도 항체보다 낮다.
또 압타머는 화학적 합성을 통해 제조할 수 있다. 염기서열을 알면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으로 합성할 수 있어 제조 원가도 싸다. 생체 내에서 제조하는 항체에 비해 단기간에 생산 및 개발이 가능하고 운반과 보관뿐만 아니라 화학적 변형도 쉽다.
이처럼 압타머는 항체보다 높은 표적 결합력과 낮은 제조원가 등으로 항체 의약품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동일 압타머사이언스 대표는 “통상적으로 전임상에 들어갈 수 있는 신약후보물질을 확보하는 데는 5~8년이 소요된다“며 “우리의 압타머 기술을 적용하면 3년 내에도 신약후보물질 도출이 가능해, 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압타머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의 확보에도 2~3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2세대 SELEX 기술과 최적화·응용기술의 완성형 플랫폼
압타머사이언스는 ‘셀렉스’(SELEX) 기술을 통해 압타머를 발굴한다. 화합물 집합체(라이브러리)에 표적 단백질 분자를 넣어 이와 결합하는 기능성 핵산을 얻는 기술이다. 이렇게 얻어진 기능성 핵산이 압타머다. 셀렉스를 통해 1페타(PETA·10의 15승)개의 핵산 중 100개 미만의 압타머가 추출된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설립 초기인 2000년대 중반 미국 소마로직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글로벌 특허인 압타머 선별·최적화 기술을 확보했다.현재까지 압타머 기술을 활용해 치료제로 시판된 약물은 ‘마큐젠’(Macugen) 뿐이다. 1세대 셀렉스 기술을 활용한 신약으로 2005년 화이자와 알케믹스가 공동 개발했다. 하지만 항체 의약품인 아일리아와 루센티스 등에 밀려 시장에서 철수했다.
한 대표는 “마큐젠은 약물이 유전체를 표적화하는 능력인 약물 기량성(druggability) 측면에서 항체 의약품보다 월등하지 못해 응용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마큐젠이 시장에서 밀려난 것은 표적 자체를 잘못 잡은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그는 “압타머를 항체와 같은 물질로 여겨 항체 의약품의 개발 전략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압타머만의 차별화된 특성을 이해해야 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며 “회사는 이 부분에 대해 강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압타머를 활용한 진단제품이나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표적에만 강하게 결합하게 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압타머사이언스는 회사가 가진 2세대 셀렉스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신약을 개발한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준(準) 독점 기술인 ‘변형 핵산 셀렉스’와 자체 기술인 ‘바이로 셀렉스’(ViroSELEX)를 보유하고 있다.
1세대 셀렉스는 핵산 라이브러리에 천연에 존재하는 핵산 분자(천연 핵산)를 그대로 사용했다. 변형 핵산 셀렉스는 화학적으로 변형한 변형 핵산을 라이브러리로 사용한다. 변형 핵산은 표적 단백질과의 결합력을 높이기 위해 핵산 염기서열에 아미노산 소수성기를 도입했다. 아미노산에 변형을 가해 원하는 질환과 관련한 단백질과의 결합력을 높인 것이다. 변형 핵산은 천연 핵산에 비해 표적 단백질에 결합할 성공률이 높고 결합력도 10배 이상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바이로 셀렉스는 압타머사이언스가 포항공대와 공동개발한 특허 기술이다. 표적 세포막단백질을 대리 바이러스의 표면에 발현시키고, 이에 결합하는 압타머를 찾는 것이다. 대리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은 단백질 돌기(스파이크)를 가진 원 바이러스보다 비교적 표면을 단순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각 스파이크 간의 간섭없이 특정 표적에만 반응하는 압타머를 선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변종 바이러스에까지 압타머의 응용성을 증대할 수 있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셀렉스 기술과 함께 압타머 길이와 선도물질 최적화, 리간드 기능 선별(리간드 스캔), 압타머 쌍 발굴 등 응용제품 개발을 위한 최적화 기술도 갖고 있다.
리간드 스캔은 특정 수용체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저분자 화합물인 리간드가 표적 단백질에 대해 작용제(아고니스트)와 저해제(안타고니스트) 등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판별한다. 압타머 쌍 발굴 기술은 표적 단백질의 서로 다른 부위에 결합할 수 있도록 압타머 쌍을 발굴해 특이도와 민감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높은 특이도(음성 판별률)와 민감도(양성 판별률)를 필요로 하는 진단제품 개발에 효과적이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이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자체 압타머 아카이브(저장고)를 구축했다. 250여종의 단백질을 표적할 수 있는 1500여종의 압타머 염기서열 정보를 확보했다.
한 대표는 “회사가 보유한 압타머 아카이브는 암 면역질환 등 주요 관심 질환을 표적으로 한 세계 2위 규모의 세포막 수용체 단백질 서열정보 집합체”라고 설명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핵심 연구기관 및 의료기관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0년대 시작된 압타머 관련 특허가 2010년과 2016년에 만료되면서 압타머 치료제 시장은 이제 막 개화하는 단계”라며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연구개발 경험과 압타머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항체 의약품과 차별화된 압타머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의 압타머 기반 폐암진단키트, 하반기 매출 본격화
진단사업 분야에서 압타머사이언스는 '앱토미아(AptiMIA)'와 '앱토POC(AptoPOC)' 기술을 활용한다. 이 기술을 활용해 폐암 췌장암 간암뿐 아니라 최근에는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에도 손을 뻗었다.‘AptoDetect-Lung’은 세계 최초 압타머 기술 기반의 비소세포폐암 조기진단 키트다. 2017년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3등급 허가를 받았다. 2018년에는 유럽통합안전인증(CE)을 받았다.
이 진단키트는 압타머 기반 다지표 진단기술인 앱토미아를 활용한다. 소량(5㎕)의 검체를 사용해 폐암과 관련한 7종의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 또 이를 분석해 폐암 위험도 정보를 제공한다.
서울아산병원과 화순전남대병원 임상시험에서 경쟁기술 대비 우수한 민감도(75%)와 특이도(92%)를 나타내며 성능을 입증했다. 한 대표는 “압타머 폐암 진단키트를 이용하면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용(LDCT) 이후 폐암 소견을 받아도 오진일 확률이 있는 위양성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지난달부터 이원의료재단과 협약을 맺고 폐암 진단키트를 공급하고 있다. 신의료기술(NECA) 인증을 받지 못해 판매가 불가능했지만, 정부의 ‘선 진입 후 평가제도’로 올해부터 시장에 선보일 수 있게 됐다.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 및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다. 중국 바이오기업 BGT와 독점 계약을 맺고 중국 내 인허가와 판매를 준비 중이다. 한 대표는 “중국은 인구가 많고 흡연률이 높아 세계 폐암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며 “2022년부터 중국에서 판매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앱토미아를 활용한 간암 조기진단 제품도 2022년 상용화를 목표로 현재 임상을 진행 중이다.
15분 내 코로나19 진단… 치료제로도 활용 가능
코로나19 진단키트 관련 연구개발도 추진한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최근 바이로 셀렉스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스파이크에 반응하는 고특이도 단백질 압타머를 발굴했다. 이 압타머에 앱토POC 기술을 적용해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회사의 신속진단키트는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로 15분 내에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압타머 쌍을 이용해 임신 진단키트처럼 색깔 변화만으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진단한다. 변종 검출도 가능하다.
한 대표는 “항원 진단키트처럼 짧은 검사 시간으로 신속 진단이 가능하면서, 분자진단 키트처럼 높은 정확도를 가진 진단키트를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발굴한 압타머를 신속진단키트뿐 아니라 치료제로 활용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압타머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외피 단백질에 결합하면 바이러스가 건강한 세포로 감염되는 것을 막아 치료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진행한 1차적 성능 평가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며 “현재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효능 평가를 진행 중이며, 동물 임상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당뇨·간암·교모세포종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압타머사이언스는 압타머 기술로 당뇨 간암 교모세포종(뇌종양)에 대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전임상 단계다. 연구 속도가 가장 빠른 인슐린 대체제(AST-101)는 내년 임상 1상에 진입할 계획이다.신약개발 분야에서는 알로스테리 신약개발(AlloMAp)과 다기능 압타머 신약개발(BiFAp) 등 2개의 기술을 적용한다. AlloMAp은 리간드 스캔으로 알로스테리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는 기술이다. 변형 핵산 압타머 라이브러리로부터 표적 단백질의 알로스테리 조절 능력을 가진 유효 물질을 선별한다.
알로스테리 치료제는 리간드가 표적 단백질에 결합하는 원래의 위치가 아닌 다른 위치에 결합해 기능을 조절하는 치료제다. 압타머사이언스는 AlloMAp으로 인슐린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알로스테리 아고니스트 압타머 ‘A48ms’를 선별했다. 인슐린은 당 흡수 효능은 우수하지만 성장 호르몬 수용체도 활성화시켜 부작용을 유발한다. A48ms는 인슐린 수용체에 결합해 당 흡수 효능을 가지면서도, 세포 성장 기능을 유도하지 않는 변형된 신호전달을 한다.
A48ms 기반의 당뇨 신약 'AST-101'은 전임상 단계임에도 6개 글로벌 제약사와 비밀유지계약(CDA)를 체결했다. 유럽과 호주 등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기 위해 글로벌 임상시험 위탁기관(CRO)와 논의 중이다. 기술이전은 임상 2a상 단계에서 목표하고 있다.
인슐린 민감제 'AST-102'는 노보노디스크와 물질이전계약(MTA)을 완료했다. 한 대표는 “인슐린 민감성을 개선하는 싸이아졸리딘다이온(TZD) 계열 약물의 부작용 문제로, 인슐린 민감제 신약에 대한 수요가 매우 크다”면서 “AST-102는 인슐린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최초의 인슐린 민감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간암과 교모세포종 치료제 개발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국립암센터와 세브란스병원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간암 후보물질은 현재 전임상 시험을, 교모세포종은 선도물질 최적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간암 치료제 ‘AST-201’는 내년도 임상 1상을 계획하고 있다. 압타머사이언스는 간암세포 표면의 '글라이피칸3(GPC3)'을 표적으로 하는 압타머를 발굴했다. 화학 항암제 젬시타빈(Gemcitabine)을 이 압타머 분자 내에 결합해 'BiFAp'계 물질로 최적화를 마쳤다. 동물실험에서 효능을 확인하고 독성평가를 위한 시약 생산업체를 선정 중이다.
교모세포종 치료제로 개발 중인 ‘AST-203’은 국립암센터와 공동개발 협약을 맺고 선도물질 최적화를 진행 중이다. 비임상 효력시험 결과, 교모세포종의 표적전달능력과 혈뇌장벽(BBB) 투과성을 확인했다. BBB 투과 압타머를 항체 및 약물과 결합한 원발성 중추신경계 림프종(PCNSL) 치료제도 설치류 동물시험에서 뇌 전달 효능을 확인했다. BBB 투과 압타머와 결합한 항체는 BBB 통과 비율이 항체에 비해 수십 배 높았다. 압타머를 파킨슨과 알츠하이머 등 중추신경계통(CNS)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한 대표는 “코로나19 치료제와 신약개발 단계에서 압타머의 효능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동물과 사람 대상의 임상에서 압타머의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며 “차세대 바이오 소재인 압타머로 항체 기술을 대체하는 새로운 시장을 열고, 이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