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안경은 이미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스마트폰을 이어갈 차세대 정보기술(IT) 기기로 꼽힌다. 스마트 안경을 활용하면 영화 '킹스맨'처럼 3차원(3D) 홀로그램을 통해 회의를 하는 장면도 현실이 될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자사 개발자 행사 '페이스북 커넥트'에서 "스마트 안경의 세부 사항을 아직 밝히긴 어렵지만 증강현실(AR)로 가는 길의 다음 단계"라고 소개했다. 스마트 안경을 쓰면 센서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증강현실, 가상현실(VR) 기능 등을 더해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거나 다양한 게임 등도 할 수 있다. 저커버그 CEO는 "앞으로 언젠가는 스마트 안경을 쓴 사람들이 홀로그램으로 형상화한 친구를 옆에 두고 소파에 앉아 게임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 없이 방향을 찾고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많은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에서 AR·VR 기기를 즐겨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저커버그는 "사람들은 가족, 친구들과 같은 방에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을 그리워한다"면서 "AR과 VR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 안경은 앞서 구글이 2012년 처음 소개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하지만 최근 5세대(5G) 이동통신과 AR 기술 등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스마트 안경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넥스트 스마트폰'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애플도 이 시장을 노리고 AR·VR 관련 기업인 아코니아홀로그래픽스, 넥스트VR 등을 인수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스마트 안경 생산을 시작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안경 형태의 홀합현실(MR) 기기 '홀로렌즈2'를 지난해 선보이기도 했다. 의학, 건설, 디자인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국내 기업들도 관련 시장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LG유플러스는 'U+리얼글래스'라는 이름의 AR 글라스를 지난달 출시했다. 착용 시 렌즈를 통해 눈앞에 스마트폰 화면을 띄워주는 서비스다. '나에게만 보이는 빔 프로젝터' 같은 개념이다. 콘텐츠 화면과 실제 눈앞의 전경이 혼합돼 나타난다. 삼성전자도 운전 중 내비게이션 정보를 제공하는 AR 글라스 기술에 대한 특허를 한국과 미국에 출원했다. 이 AR 글라스를 쓰면 운전자의 시야에 바로 내비게이션 정보가 뜨기 때문에 기존처럼 화면을 보기 위해 시선을 돌릴 필요가 없다.
SK텔레콤은 미국 AR 글라스 선도기업인 매직리프와 제휴해 5G 기술을 접목한 AR 생태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앞으로 국내 출시될 매직리프의 AR 기기에 대한 유통권도 확보했다. SK텔레콤은 매직리프 외에도 다양한 스마트 글라스 제조업체와 제휴를 추진할 계획이다.
IT업계에서는 AR 글라스가 일상적 체험을 새롭게 만들어줘 다양한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털은 2022년 AR 시장 규모가 900억달러(약 10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