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에 공들이고 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 등을 쉽게 접목할 수 있는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어났다. 그러나 금융업계 등 민감한 고객 정보를 갖고 있는 곳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외부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보관하는 데 따른 보안사고 우려 때문이다.

최근 정보기술(IT) 업계는 클라우드 환경의 보안사고를 막는 대안 중 하나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에 주목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사내용 서버와 외부의 퍼블릭 클라우드, 사내 데이터센터를 활용한 프라이빗 클라우드 등 세 가지를 함께 쓸 수 있는 시스템이다. IBM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로 국내외 기업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송기홍 한국IBM 사장(사진)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향후 클라우드 시장의 대세가 될 것”이라며 “IBM이 보유한 보안·오픈소스 기술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대세 될 것”

지금까지 대기업들은 보안사고 우려로 중요 업무는 자체 폐쇄형 서버에서 해결하고, 일부 업무에서만 클라우드 환경에서 쓸 수 있는 앱을 따로 도입해 활용해왔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쓰면 중요한 정보를 자체 서버에 저장한 뒤, 클라우드 서비스가 지원하는 인공지능(AI) 솔루션 등을 활용해 분석할 수 있다. 송 사장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보안에 예민한 기업도 안심하고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는 특정 업체에 종속되지 않는 것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의 장점이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의 핵심 중 하나는 ‘컨테이너 기술’이다. 현실 세계의 컨테이너와 같은 구획을 만들고 앱 실행에 필요한 라이브러리 등을 하나로 모아 별도 서버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항구에서 선박으로 이동하는 컨테이너처럼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서 데이터를 특정 클라우드에서 다른 클라우드로 쉽게 옮길 수 있다.

세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마케츠앤드마케츠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이 2018년 446억달러(약 52조원)에서 2023년 976억달러(약 114조원)로 5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안·오픈소스 기술 최고”

송 사장은 “현재 포천지 선정 상위 50개 기업 중 47개 회사가 IBM 클라우드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고객사의 대표 사례로 롯데카드를 들었다. 롯데카드는 고객 계정계 시스템을 IBM의 클라우드로 옮기는 작업을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5월 재난지원금 신청 폭주에도 서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IBM은 최근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송 사장은 IBM의 최대 강점으로 보안 역량을 꼽았다. 그는 “IBM 클라우드는 세계 최초로 메인프레임 수준의 강력한 암호화를 퍼블릭 클라우드에서도 지원하는 등 업계를 선도하는 보안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 경험을 통해 국가별, 지역별, 산업별 규제도 상세히 알고 있다고 했다. 고객이 직접 암호화 키를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는 오픈소스 활용이다. 오픈소스를 이용하면 여러 플랫폼에 파일을 자유롭게 이송할 수 있는 컨테이너 환경을 싼 가격에 구축할 수 있다. IBM은 지난해 약 340억달러(약 40조원)를 들여 대표적인 오픈소스 솔루션 기업 레드햇을 인수했다. 송 사장은 “레드햇 인수를 통해 오픈소스 기반 클라우드 기술과 인력 전반에 대한 역량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전환과 관련해 고객사가 거치는 전 과정을 밀착 관리해준다는 점도 IBM의 자랑거리다. 송 사장은 “프로토타입(시제품) 개발, 클라우드 전환, 클라우드 관리 등 기업의 ‘클라우드 여정’을 모두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한종/김주완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