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승용의 면역학 강의] 몸속의 청소부, 면역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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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승용 서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
지난 30년 동안 의사면허를 장롱 속에 넣어놓고 연구실에서만 살아온 필자에게 요즘처럼 온통 건강에 대한 문의가 넘쳐난 적이 없었다. 공통된 궁금증은 면역이다.
많은 사람들이 필자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도 안 아프게, 아니면 빨리 회복되게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이 무엇인지, 그러려면 뭘 먹어야 하는지, 무슨 운동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등을 묻는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늘 난감하다. 이것저것 잘 먹고 매일 열심히 운동하라는 말 밖에는 딱히 속시원한 대답을 해주지 못한다.
하지만 이것만한 정답도 없다. 사람 몸은 면역력에 좋은 음식이라 해도 과식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면역 과잉으로 새로운 병이 생기도록 우리 몸이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면역력에 좋으니 이 음식을 찾아 드세요”라고 말해줬다가 곤혹스러운 일을 겪을 수도 있다.
마음은 평정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라
실제로 필자의 지인은 몸에 좋다는 식물을 몇 년간 차로 달여 마셨다가 온 가족이 병에 걸린 적이 있다. 필자가 지인들에게 늘 “이것저것 골고루 드세요”라는 처방만을 고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것저것 골고루”라는 짧은 말에는 많은 뜻이 담겨 있다. 살면서 무엇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이순(耳順)을 앞둔 지천명의 나이인 지금까지도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해 아쉬울 때가 많다.
우리 몸도 이런 마음과 다르지 않다. 항상 몸의 평정을 위해 이것저것 고르게 먹어야 한다. 몸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상태다. 우리 몸에서 과유불급은 중요한 원리다. 의학에서는 이를 항상성이라고 한다. 신경, 심장, 뼈 등은 우리 몸이 늘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다.
항상성 유지를 위해 느끼고 보고 듣고 판단하는 것은 주로 우리의 뇌다. 뇌세포가 이런 일을 하려면 영양분과 산소의 꾸준한 공급, 뇌 신경세포의 노폐물 제거가 필수다. 뇌뿐만 아니라 내 몸을 이루는 전신의 세포도 모두 마찬가지다.
이런 항상성 유지에 면역은 어떤 도움을 줄까. 면역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심장, 폐, 위는 눈에 뚜렷이 보이는 장기다. 그러나 면역이란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면역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심장은 피의 전신 순환을 돌게 하고, 폐는 산소를 공급하고, 위장은 영양분을 공급하고, 신경은 운동과 감각을 담당한다. 하지만 면역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손에 잡히지 않는다.
몸속 쓰레기를 수거하는 면역세포
항상성 유지를 위해 몸 안의 세포들에게 산소와 영양분의 꾸준한 공급뿐만 아니라 노폐물의 꾸준한 청소는 필수적이다. 면역은 몸 안의 쓰레기를 빠르게 청소하는 일을 담당한다. 생활 쓰레기는 몸 안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아주 작은 쓰레기부터 매우 큰 쓰레기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내 몸 안의 쓰레기는 세포가 영양분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늘 생기는 아주 작은 부산물이다.
가끔 예상치 못하게 몸속 쓰레기가 많아질 때가 있다. 대표적인 게 감염과 외상을 입었을 때다. 4억 년간 온갖 종류의 생명체가 나름대로 진화를 거듭해왔다. 일부 치사한 생명체는 다른 생명체에 기생하도록 진화하기도 했다. 자기들의 생존에 최소한의 비용을들이는 진화 방식이다.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등이 그렇다.
문제는 면역 속도를 능가하는 쓰레기
이처럼 치사한 생명체가 우리 몸에 들어와 영양분을 갈취하거나 몸 안의 제조시설을 허가 없이 사용하면 어쩔 수 없이 몸 안에 쓰레기가 많이 생긴다. 평소 우리 몸에 생기는 생활 쓰레기와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쓰레기가 생기면 비상등이 켜지기 마련이다. 내 몸을 이루는 성분의 제조에 사용돼야 할 생산시설도 이 치사한 것들이 제멋대로 이용하려 하니 몸 안의 제조시설이 고장날 수밖에 없다.
산불 등에 화상을 입으면 피부에는 많은 양의 손상된 피부가 한꺼번에 생긴다. 빙판에 미끄러져 뼈가 부러져도 뼈와 뼈 주변에는 엄청난 양의 손상된 조직이 방치된다. 아무런 일 없이 평정 상태의 생활 쓰레기 청소도 면역이 담당하지만 예기치 못한 감염이나 외상에 의해 손상된 조직을 청소하는 것도 면역이다. 불에 탄 건물을 다시 지어야 하는 것처럼 고장난 조직을 다시 만들도록 지휘하는 것 역시 면역이다
면역, 다시 복구하는 것
의학적으로는 ‘손상된 조직을 인식해 청소하고 다시 복구하는 것’이 면역 기능이다. 조직 내에 갑자기 또는 지속적으로 쓰레기가 많이 생기면 이를 청소할 면역세포 역시 많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염증이라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쓰레기를 많이 발생시키는 상황을 미리 기억하고 예측할 수 있다면 사전에 염증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말썽을 일으켜 몸의 항상성을 깬 적이 있는 침입자에 대한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가 이들이 다시 몸 안에 침입하면 말썽을 부리기 전에 곧바로 잡아먹거나 죽여 몸 안에 쓰레기가 생기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게 면역세포다. 이런 범죄자들을 알아차리고 기억하는 일도 면역계가 담당한다.
청소 시스템의 고장, 자가면역질환
말썽을 부리지 못하게 만든 바이러스 또는 바이러스와 닮은 약을 몸에 주사해 면역계가 미리 말썽꾸러기들을 기억하게 해두면 어떨까. 실제 말썽을 부리는 침입자가 제아무리 센 놈이라도 말썽을 부리기 전에 재빠르게 제거할 수 있다. 그러면 병이 생기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백신이다.
하지만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처럼 면역세포 중에도 가끔 배신자가 나타난다. 배신자 세포가 우리 몸의 정상 세포를 괴롭히는 것이다. 배신자 세포가 계속 몸의 정상 세포를 죽이면 자가면역질환이 생긴다.
가끔은 꽃가루나 진드기 등이 코 안으로 들어온다. 이들은 대부분 식물이나 곤충의 죽은 세포 쓰레기들이다. 건강한 사람은 이들을 빨리 청소할 수 있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알레르기 환자들은 외부에서 들어온 쓰레기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다. 청소를 담당한 면역세포를 필요 이상으로 동원해 지나칠 만큼 콧물과 눈물로 이물질을 씻어낸다. 전형적인 알레르기 환자의 과민반응이다.
면역세포는 누구며,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이런 일들을 하는지, 왜 면역계의 과잉반응이 병을 일으키는지 다음 호부터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필자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도 안 아프게, 아니면 빨리 회복되게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이 무엇인지, 그러려면 뭘 먹어야 하는지, 무슨 운동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등을 묻는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늘 난감하다. 이것저것 잘 먹고 매일 열심히 운동하라는 말 밖에는 딱히 속시원한 대답을 해주지 못한다.
하지만 이것만한 정답도 없다. 사람 몸은 면역력에 좋은 음식이라 해도 과식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면역 과잉으로 새로운 병이 생기도록 우리 몸이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면역력에 좋으니 이 음식을 찾아 드세요”라고 말해줬다가 곤혹스러운 일을 겪을 수도 있다.
마음은 평정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라
실제로 필자의 지인은 몸에 좋다는 식물을 몇 년간 차로 달여 마셨다가 온 가족이 병에 걸린 적이 있다. 필자가 지인들에게 늘 “이것저것 골고루 드세요”라는 처방만을 고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것저것 골고루”라는 짧은 말에는 많은 뜻이 담겨 있다. 살면서 무엇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이순(耳順)을 앞둔 지천명의 나이인 지금까지도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해 아쉬울 때가 많다.
우리 몸도 이런 마음과 다르지 않다. 항상 몸의 평정을 위해 이것저것 고르게 먹어야 한다. 몸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상태다. 우리 몸에서 과유불급은 중요한 원리다. 의학에서는 이를 항상성이라고 한다. 신경, 심장, 뼈 등은 우리 몸이 늘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다.
항상성 유지를 위해 느끼고 보고 듣고 판단하는 것은 주로 우리의 뇌다. 뇌세포가 이런 일을 하려면 영양분과 산소의 꾸준한 공급, 뇌 신경세포의 노폐물 제거가 필수다. 뇌뿐만 아니라 내 몸을 이루는 전신의 세포도 모두 마찬가지다.
이런 항상성 유지에 면역은 어떤 도움을 줄까. 면역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심장, 폐, 위는 눈에 뚜렷이 보이는 장기다. 그러나 면역이란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면역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심장은 피의 전신 순환을 돌게 하고, 폐는 산소를 공급하고, 위장은 영양분을 공급하고, 신경은 운동과 감각을 담당한다. 하지만 면역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손에 잡히지 않는다.
몸속 쓰레기를 수거하는 면역세포
항상성 유지를 위해 몸 안의 세포들에게 산소와 영양분의 꾸준한 공급뿐만 아니라 노폐물의 꾸준한 청소는 필수적이다. 면역은 몸 안의 쓰레기를 빠르게 청소하는 일을 담당한다. 생활 쓰레기는 몸 안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아주 작은 쓰레기부터 매우 큰 쓰레기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내 몸 안의 쓰레기는 세포가 영양분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늘 생기는 아주 작은 부산물이다.
가끔 예상치 못하게 몸속 쓰레기가 많아질 때가 있다. 대표적인 게 감염과 외상을 입었을 때다. 4억 년간 온갖 종류의 생명체가 나름대로 진화를 거듭해왔다. 일부 치사한 생명체는 다른 생명체에 기생하도록 진화하기도 했다. 자기들의 생존에 최소한의 비용을들이는 진화 방식이다.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등이 그렇다.
문제는 면역 속도를 능가하는 쓰레기
이처럼 치사한 생명체가 우리 몸에 들어와 영양분을 갈취하거나 몸 안의 제조시설을 허가 없이 사용하면 어쩔 수 없이 몸 안에 쓰레기가 많이 생긴다. 평소 우리 몸에 생기는 생활 쓰레기와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쓰레기가 생기면 비상등이 켜지기 마련이다. 내 몸을 이루는 성분의 제조에 사용돼야 할 생산시설도 이 치사한 것들이 제멋대로 이용하려 하니 몸 안의 제조시설이 고장날 수밖에 없다.
산불 등에 화상을 입으면 피부에는 많은 양의 손상된 피부가 한꺼번에 생긴다. 빙판에 미끄러져 뼈가 부러져도 뼈와 뼈 주변에는 엄청난 양의 손상된 조직이 방치된다. 아무런 일 없이 평정 상태의 생활 쓰레기 청소도 면역이 담당하지만 예기치 못한 감염이나 외상에 의해 손상된 조직을 청소하는 것도 면역이다. 불에 탄 건물을 다시 지어야 하는 것처럼 고장난 조직을 다시 만들도록 지휘하는 것 역시 면역이다
면역, 다시 복구하는 것
의학적으로는 ‘손상된 조직을 인식해 청소하고 다시 복구하는 것’이 면역 기능이다. 조직 내에 갑자기 또는 지속적으로 쓰레기가 많이 생기면 이를 청소할 면역세포 역시 많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염증이라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쓰레기를 많이 발생시키는 상황을 미리 기억하고 예측할 수 있다면 사전에 염증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말썽을 일으켜 몸의 항상성을 깬 적이 있는 침입자에 대한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가 이들이 다시 몸 안에 침입하면 말썽을 부리기 전에 곧바로 잡아먹거나 죽여 몸 안에 쓰레기가 생기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게 면역세포다. 이런 범죄자들을 알아차리고 기억하는 일도 면역계가 담당한다.
청소 시스템의 고장, 자가면역질환
말썽을 부리지 못하게 만든 바이러스 또는 바이러스와 닮은 약을 몸에 주사해 면역계가 미리 말썽꾸러기들을 기억하게 해두면 어떨까. 실제 말썽을 부리는 침입자가 제아무리 센 놈이라도 말썽을 부리기 전에 재빠르게 제거할 수 있다. 그러면 병이 생기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백신이다.
하지만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처럼 면역세포 중에도 가끔 배신자가 나타난다. 배신자 세포가 우리 몸의 정상 세포를 괴롭히는 것이다. 배신자 세포가 계속 몸의 정상 세포를 죽이면 자가면역질환이 생긴다.
가끔은 꽃가루나 진드기 등이 코 안으로 들어온다. 이들은 대부분 식물이나 곤충의 죽은 세포 쓰레기들이다. 건강한 사람은 이들을 빨리 청소할 수 있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알레르기 환자들은 외부에서 들어온 쓰레기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다. 청소를 담당한 면역세포를 필요 이상으로 동원해 지나칠 만큼 콧물과 눈물로 이물질을 씻어낸다. 전형적인 알레르기 환자의 과민반응이다.
면역세포는 누구며,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이런 일들을 하는지, 왜 면역계의 과잉반응이 병을 일으키는지 다음 호부터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