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part.4] mRNA 백신, 효율성 높여 백신 시장 장악한다
RNA 치료제 시장의 약 25%를 차 지하 는 것이 mRNA 백신이다. mRNA 백신은 항원의 정보를 가지는 mRNA를 체내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치료 법이다. mRNA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의 모더나와 독일의 바이오엔테크, 큐어백이 2015 년부터 민간에서 투자받은 금액만 28억 달러(3조3236억 원)에 달한다. 특히 모더나는 2018년 나스닥 상장 당시 바이오 기업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IPO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mRNA 백신이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때문이다. 현재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은 총 9개다.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점쳐지는 3개의 후보물질 중 2개는 mRNA 백신이다. 모더나의 ‘mRNA-1273’과 바이오엔테크와 화이자의 ‘BNT162b2’다.

고령화, 감염질환 증가… 백신 시장 커지며 mRNA 백신에 투자 늘어

인류에게는 그다지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최근 감염성 질환이 증가하고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글로벌 백신 시장은 꽃을 피우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BIS리서치에 따르면 2017년 335억7000만 달러(약 39조5000억 원)이던 백신 시장은 2028년 1035억7000만 달러(약 122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11%의 성장률이다.

화이자의 폐렴구균 백신인 ‘프리베나13’,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 등이 소위 ‘대박’을 터뜨린 것이 mRNA 백신 발전에 큰 자양분이 됐다. 머크, GSK, 화이자 등을 비롯해 다국적 제약사들이 새로운 백신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이 여러 차세대 백신 기술 중 mRNA 백신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mRNA 백신의 경쟁력

mRNA 백신의 가장 큰 경쟁력은 ‘치고 빠지기’에 능하다는 점이다. 여기엔 두 가지 의미 가 있는데, 우선 제조공정이 간단하고 개발이 손쉽다. 이전의 백신 제조방식은 특정한 목표에 맞는 최적화된 생산시설이 필요해서 새로운 병원체가 나타났을 경우 백신 개발에 부담 이 컸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mRNA 백신이 빛을 발하는 이유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의 항원 단백질 염기서열만 알고 있으면 바로 제조가 가능하다.

기존 불활성화 백신이나 약독화 백신 또는 DNA 백신도 제조를 위해서는 유정란이나 세포, 대장균 등 살아 있는 물질의 배양이 필수적이다. 반면 mRNA 백신은 시험관에서의 공정이 가능하다. 대장균 배양으로 바이러스 정보를 가진 DNA를 소량 제조한 뒤 시험 관에 DNA와 RNA 합성 효소들을 넣어주면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다.

감염병에 따라 최적화된 생산시설이 요구되는 기존 백신 제조방식과 달리 mRNA 백신 은 병원체와 상관없이 같은 생산공정에서 제조할 수 있다. 새로운 감염성 질환이 발생하 면 빠르게 만들었다가 감염병이 잦아들면 빠르게 빠질 수 있는 유연한 백신인 셈이다.

또 다른 의미는 RNA가 구조상 DNA에 비해 분해되기 쉽다는 점이다. 백신의 원리는 항원을 ‘일시적으로’ 인체에 주입해 항체를 미리 만들어놓는 것이기 때문에 항원이 너무 오래 존재하면 곤란하다.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mRNA는 적당히 항원을 만들고 분해되므로 이런 위험성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판매 허가된 mRNA 백신은 아직 없어… 이제야 상용화되는 이유는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판이 허가된 mRNA 백신은 없다. 바이오엔테크나 모더나 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이 허가되면 최초의 mRNA 백신이라는 영예를 안게 된다.

RNA 백신의 가능성이 최초로 보고된 것은 무려 30년 전인 1990년이다. 당시 미국 위스 콘신대 교수였던 존 울프 박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특정 단백질의 유전 정보를 담 은 DNA와 RNA를 동물에 접종하면 해당 단백질이 발현되고, 이에 따른 면역반응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DNA와 mRNA 백신 연구가 지속됐지만 RNA 백신에 대한 성과는 최근에야 나오고 있다.

상용화가 늦어진 가장 큰 이유는 낮은 면역 유도 능력 때문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mRNA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아이진의 김석현 연구소장은 “바이러스나 항원 단백질을 직접 주입하는 백신에 비해서는 면역이 덜 유도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mRNA 백신 개발에 뛰어든 기업들마다 이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리뷰스 드러그 디스 커버리> 7월 27일 자에는 mRNA 백신과 관련한 특허를 분석한 기사가 실렸다. 2010년 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국제특허문헌센터 (INPADOC)에 등록된 특허를 분석한 결과 5개의 기술이 주를 이뤘다(1)자가증폭 2)mRNA 5' 말단, 3'말단 UTR 최적화 3) 코돈 최적화 4) 뉴클레오시드 최적화 5) 전달체).

큐어백은 그중 mRNA의 양 말단에 있는 비번역구간(UTR)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UTR은 단백질 정보를 담고 있지 않은 구간으로 과거에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2000년 초부터 5' 말단에 존재하는 UTR의 역할이 하나둘 밝혀졌다. 단백질을 번역하는 세포소기관인 리보솜이 mRNA에 결합하는 데 관여한다는 것이다. 또한 UTR 에 따라 mRNA의 접힘 구조가 달라져 번역되는 단백질의 양이 달라질 수 있다. 큐어백은 사람에게서 유래한 mRNA의 UTR을 기반으로 리보솜의 결합 에너지, mRNA의 접힘 에너지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가장 단백질이 많이 번역될 수 있는 UTR을 찾아냈다. 그 결과 항원의 발현량이 최대 3배까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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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복제해 최대 20만 개 mRNA 만들어내는 ‘자가증폭 mRNA’

가장 흥미로운 기술은 ‘자가증폭 mRNA(SAM)’이다. GSK, 바이오엔테크, 노바티스 등 여러 다국적 제약사가 이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자가증폭 mRNA는 표적 단백질의 정보를 담고 있는 개방형해독틀(ORF) 구역 에 바이러스의 RNA 복제효소 유전자를 추가한 mRNA다.
RNA 복제효소 유전자는 스스로 RNA 복제가 가능한 알파바이러스의 것으로, 자가증폭 mRNA가 세포 내로 들어가면 표적 단백질과 함께 RNA 복제효소도 함께 발현된다. 발현된 RNA 복제효소는 mRNA를 여러 개로 복제해 항원의 발현량을 늘린다. 이론적으로는 하나의 mRNA 가닥으로 20만 개의 복제 RNA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만큼 적은 양의 mRNA로도 백신의 역할이 가능하다.

자가증폭은 1990년대 피터 리제스트롬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교수가 처음으로 제 안한 아이디어다. 샘리키삼림열바이러스를 이용해 자가증폭하는 mRNA를 설계해 적은 양으로도 면역반응을 이끌어냈다. 실제 노바티스가 시험관 내에서 자가증폭 mRNA를 이용한 인플루엔자 백신을 시험한 결과, 단 1마이크로그램(㎍)의 자가증폭 mRNA로 일으킨 면역반응이 160㎍(80㎍씩 두 번 접종) 의 비증폭 mRNA로 일으킨 면역반응과 유사했다.
바이오엔테크가 쥐 동물 모델에서 인플루엔자 자가증폭 mRNA 백신을 실험한 결과도 인상적이다. 연구진은 80㎍, 120㎍의 자가증 폭 mRNA 백신을 쥐에 투여하고 치사량의 10배에 달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주입했다. 그 결과 인플루엔자 감염이 차단됐다.

또한 인플루엔자 항원 단백질의 발현량을 비교한 결과, 자가증폭 mRNA 1.25㎍이 비증폭 mRNA 백신을 80㎍ 투여한 것과 동일한 반응을 보였다. 비증폭 mRNA의 64분의 1만 큼의 양이다. GSK의 경우 광견병에 대한 자가증폭 mRNA 백신을 개발해 임상 1상을 진행 중으로, 올해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커버스토리-part.4] mRNA 백신, 효율성 높여 백신 시장 장악한다
표적마다, 적응증마다 전달체 다르게 가야 승산 높아

mRNA 백신의 효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전달체’다. RNA의 경우 친수성이 강하고 음전하를 띠고 있어 세포막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mRNA 백신과 함께 전달체 기술도 함께 개발되고 있다.

대다수의 mRNA 전달체는 지질 성분을 이용한다. 우리의 세포막이 인지질 이중층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세포와 만나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같은 성분의 전달체를 이용해야 한다. 일종의 ‘유유상종’ 전략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리포솜이다. 리포솜은 지질입자캡슐 중 하나로, 막에 양이온성 물질을 결합해 음전하를 띠는 RNA와의 결합성을 높인다. 리포솜 바깥에 RNA를 부착하기도 하고 내부에 부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지질입자캡슐은 지질 성분이 치명적인 폐와 점막 등 일부 조직은 표적화할 수 없다 는 한계가 있다. 특히 폐의 경우 지질 폐 내부에 인지질이 축적되면 산소 교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런 표적 기관에는 고분자 기반의 전달체를 사용하기도 한다. 독일의 백신 전문 기업 큐어백의 경우 폐를 표적화하기 위해 고분자 기반의 전달체를 개발했다.

최근 약물 전달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는 폴리에틸렌글리콜(PEG) 기반의 전달체다. PEG는 수용액 환경에서 물과 빠르게 반응하며 다른 분자들이 주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일종의 방어막을 치는 것이다. 그만큼 표적 기관까지 약물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세포막 투과성을 일정 부분 포기하고 표적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김석현 아이진 연구소장은 “회사마다 표적에 따라 다른 전달체를 사용한다”며 “아이진 의 경우 면역증강제를 결합한 리포솜을 이용해 mRNA의 전달과 면역반응을 모두 향 상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아이진, 유바이오로직스, 진원생명과학, 에스티팜 등이 mRNA 백신과 전달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커버스토리-part.4] mRNA 백신, 효율성 높여 백신 시장 장악한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