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 바이오헬스 사업을 우리나라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중점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혁신 신약과 의료기기 개발 등을 위해 2025년까지 연간 4조 원 규모로 정부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인허가 규제를 합리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리고 이번 전략의 실행 단계 중 하나로 첨생법이 제정, 시행됐다.

첨생법은 정부와 산업계의 오랜 숙원 중 하나였다. 첨단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 시장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법에 이른바 ‘구멍’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구멍을 메우고자 좀 더 촘촘하게 설계한 첨생법이 탄생한 것이다.

공적 자금으로만 운영되는 임상시험 현실성 떨어져

너무 촘촘한 안전망을 짜다 보니 되레 산업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첨단재생의료의 임상연구에 대한 법률이다. 첨생법은 의료기관에서 국가 지원금 또는 공익 목적의 발전기금 등으로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법적 기준을 새롭게 마련했다.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를 하려는 의료기관은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지정을 받도록 규정했다.

임상연구를 하기 전에 연구 대상자의 동의를 받고 심의위원회의 심의도 받도록 했다. 임상연구에 들어가는 비용은 환자의 부담 없이 순수한 정부 연구비 또는 공적자금만으로 한정한다. 환자들이 비용을 내지 않고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임상연구가 체계적인 통제하에 안전하게 이뤄진다
는 점은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적이지 못한 법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공적자금이 임상시험을 시행하는 데 충분한 금액이 아닐뿐더러, 여러 단계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임상시험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포 치료제 특성상 개인 맞춤형 약제가 많은데 여기 들어가는 개발비용만 수억 원”이라며 “정부의 공적자금 규모가 구체적으로 얼마인지는 공개할 수 없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첨단재생의료의 경우 대부분 대체치료제가 없는 중대한 질환, 희귀질환, 난치성 질환을 대상으로 한다. 환자의 안전만큼이나 치료 기회 역시 중요하다. 제한된 자금으로는 결국 성공 가능성이 높은 치료제에만 기회가 몰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문제로 업계에서는 개발비용을 굳이 정부 연구비나 공적자금으로 한정하지 말고, 민간 펀드 혹은 기업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임상연구를 활성화하고 자유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첨단재생의료의 개발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충북 청주 오송바이오의약품생산센터. 업계는 미래 전략 산업으로 육성되고 있는 바이오 산업에 관한 이번 첨생법 제정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하고 있다. /충청북도
충북 청주 오송바이오의약품생산센터. 업계는 미래 전략 산업으로 육성되고 있는 바이오 산업에 관한 이번 첨생법 제정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하고 있다. /충청북도
장기추적조사 부담 커진 의약계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일반 의약품에 비해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안전관리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큰 과제다. 이를 위해 첨생법은 기존 약사법보다 강화된 관리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원료가 되는 세포 채취 단계부터 허가 사항과 동일한 제품인지 여부를 증명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허위 자료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업 허가사항에 기록관리실을 규정해 별도로 기록이나 품질을 관리, 보완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논쟁이 있었던 조건부 허가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게 재설정했다. 전문 심사 인력들이 안전하고 신속한 심사를 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장기추적조사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법률이다. 의약품이 시판된 이후 의약품의 종류에 따라 수년간 추적조사를 해야 한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5년, 유전자 치료제는 15년, 동물의 조직과 세포를 포함하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은 30년 이내로 추적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상반응을 발견하면 상시적으로 보고하고, 첨단바이오의약품 규제과학센터에 등록하는 세부 절차 등 구체적인 규정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사항이다. 장기추적조사를 위한 비용 지원도 아직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

장기추적조사로 모인 정보는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귀한 자료이기는 하나, 당장 신약을 개발해야 하는 개발사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규정이다. 짧게는 5년, 길게는 30년의 장기추적조사 비용을 고려해 제품 가격을 결정한다면 기존 치료제나 치료법 대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개발 단계부터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좀 더 구체적인 법령을 살펴보면 장기추적관찰 대상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임상시험용 의약품 공급일 또는 판매 및 공급일 전일까지 장기추적조사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장기추적조사계획을 제출한 뒤에도 판매, 공급 시마다 규제과학센터 전산망에 해당 공급 내역을 등록할 의무가 있다. 장기추적완료일까지 매년 정기보고를 하는 주체 역시 개발사다.

특히 희귀성 질환이나 난치성 질환은 특성상 중대한 이상사례의 발생 가능성이 높지만, 개발사는 이를 인지한 순간부터 15일 이내에 이 사실을 규제과학센터에 보고하고 조사와 분석 계획도 보고해야 한다. 이후 6개월 이내에 이상사례 원인, 인과관계, 대처방안, 이상사례에 대한 국내외 평가자료를 포함한 결과보고를 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의약품의 안전성을 보장하기에는 좋은 법안이지만 개발사에게는 가혹한 법안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성공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첨단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위험을 감수할 능력 있는 개발사가 많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또 하나의 제약은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처방하는 의사다. 의사 역시 환자로부터 장기추적관찰에 대한 서면동의를 받고, 규제과학센터에 인적사항과 투약 내용을 투약일로부터 7일 안에 등록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이런 의무를 이행하면서까지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처방해야 한다면 활성화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업계에서 임상 현장에서 처방되고 사용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는 이유다.

정부와 민간의 파트너십 구축으로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정부가 산업계 입장을 이해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가 품목허가를 받은 국가다. 2000년대부터 체세포를 활용한 세포 치료제가 다수 시장에 출시됐고 R&D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이미 판매하고 있는 기업이나 개발사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하다. 실제 신속처리제도의 경우 이전의 약사법 규정 아래 시행되던 우선심사, 조건부허가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첨생법 시행 이후 기존에 품목허가를 받아 생산 중인 제약사도 1년 이내에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제조업 허가를 새로 받아야 한다. 약사법에 따라 이미 허가를 위한 자료는 물론이고, 1~3년 단위로 정기적인 GMP 약사감시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또다시 방대한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이런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해 제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또 하위법령 내용에 업계의 목소리를 좀 더 수용하고 지속적으로 사회 여러 계층의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파트너십 구축이다. R&D부터 인프라 구축, 산업과 시장까지 모든 단계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민간 파트너십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단편적인 예로 줄기세포 치료제의 경우 세계적으로 우수한 과학기술과 산업화 경험을 갖춘 국내 기업 및 연구진과 병원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그 성과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흩어져 있는 국내의 기술과 인프라, 국가 R&D 지원과 민간 자본을 모두 집약할 수 있는 정부와 민간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또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제조기술을 발전시켜 치료비용을 낮춤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통해 환자의 치료 기회를 확대하고 해외 환자도 유치할 수 있다.

이런 지속적인 노력이 더해진다면 첨생법의 두 가지 목표인 환자의 안전성과 산업의 활성화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기술의 속도를 반영한 선진화된 규정이 돼야 한다.
[이슈]② 첨생법 첫발 내디뎠지만…규제 논란 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