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산업 혁신 원한다면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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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섭의 헬스케어 돋보기
최근 몇몇 유럽 대사관에서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소개를 요청받았다. 안타깝게도 모두 고사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산업이 매력적이라고 설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는 글로벌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이며 시장 크기, 규제, 수가 등에서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
독일은 작년 말 디지털 헬스케어 특별법을 제정해 디지털 헬스케어 앱이 인허가를 받기만 하면 최장 24개월 동안 국영 의료 보험에서 수가를 주는 파격적 결정을 했다. 프랑스, 벨기에도 비슷한 수가 정책을 시작했다. 독일의 새로운 규제는 독일어뿐 아니라 영문으로도 배포됐다. 해외 기업을 독일에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다. 독일 전문가들은 우호적 정책을 바탕으로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독일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한국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이 폭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이를 규제, 평가, 관리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히 규제를 완화하는 차원이 아니다. 기술의 근본적인 속성이 달라지므로 완전히 새로운 정책적 접근과 규제의 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디지털 헬스케어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제품이 아니라 제조사를 규제하는 근본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인허가 이후에도 사용하면서 변화하는 인공지능(AI)의 규제 방안을 고심하고, 코로나19 시국에서 디지털 치료제의 효용 극대화를 위해 허가를 면제해주기도 했다. 독일의 수가 정책도 헬스케어 앱의 속성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은 변화를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현재 식약처에서 인허가받은 AI는 60여 개에 달하지만, 이 중 보험 수가를 받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들은 모두 기존 기술로 분류돼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이 같은 수가 기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책에 지극히 부합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기술 혁신들이 수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동작해도 결과가 목적과 방향성에 어긋나면 결국 문제는 시스템이다.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은 모순적이다. 4차 산업혁명, AI 대한민국, 혁신 성장, 디지털 뉴딜을 주창하지만 정작 그 핵심인 디지털 헬스케어 장려는커녕 고질적인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혁신의료기기법, 규제 샌드박스 등이 시도되지만 모두 수가와는 관련이 없다. 디지털 뉴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의료 보장성 강화로 비급여가 축소되며 새로운 기술의 시장 진입 기회는 더 줄어들었다.
특혜를 줘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목적과 방향성, 우선순위에 맞는 정책적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겉으로는 4차 산업혁명과 혁신 성장, 유니콘, 디지털 뉴딜을 외치면서 정작 정책의 기조와 규제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 그 결과 세계 50여 개 디지털 헬스케어 유니콘 중 국내 회사는 하나도 없다. 미국에는 원격진료 스타트업에 올해 2조원의 투자가 이뤄진 반면 국내는 그저 불법이다. 식약처에는 여전히 디지털 헬스케어 전담 부서조차 없고 60여 개 AI는 수가는커녕 신의료기술평가 대상도 못 되는 것이다.
정말 혁신을 원한다면 혁신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혁신을 반영하지 못한 기존 시스템은 제대로 동작할수록 오히려 혁신을 가로막을 뿐이다.
독일은 작년 말 디지털 헬스케어 특별법을 제정해 디지털 헬스케어 앱이 인허가를 받기만 하면 최장 24개월 동안 국영 의료 보험에서 수가를 주는 파격적 결정을 했다. 프랑스, 벨기에도 비슷한 수가 정책을 시작했다. 독일의 새로운 규제는 독일어뿐 아니라 영문으로도 배포됐다. 해외 기업을 독일에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다. 독일 전문가들은 우호적 정책을 바탕으로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독일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한국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이 폭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이를 규제, 평가, 관리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히 규제를 완화하는 차원이 아니다. 기술의 근본적인 속성이 달라지므로 완전히 새로운 정책적 접근과 규제의 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디지털 헬스케어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제품이 아니라 제조사를 규제하는 근본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인허가 이후에도 사용하면서 변화하는 인공지능(AI)의 규제 방안을 고심하고, 코로나19 시국에서 디지털 치료제의 효용 극대화를 위해 허가를 면제해주기도 했다. 독일의 수가 정책도 헬스케어 앱의 속성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은 변화를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현재 식약처에서 인허가받은 AI는 60여 개에 달하지만, 이 중 보험 수가를 받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들은 모두 기존 기술로 분류돼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이 같은 수가 기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책에 지극히 부합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기술 혁신들이 수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동작해도 결과가 목적과 방향성에 어긋나면 결국 문제는 시스템이다.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은 모순적이다. 4차 산업혁명, AI 대한민국, 혁신 성장, 디지털 뉴딜을 주창하지만 정작 그 핵심인 디지털 헬스케어 장려는커녕 고질적인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혁신의료기기법, 규제 샌드박스 등이 시도되지만 모두 수가와는 관련이 없다. 디지털 뉴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의료 보장성 강화로 비급여가 축소되며 새로운 기술의 시장 진입 기회는 더 줄어들었다.
특혜를 줘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목적과 방향성, 우선순위에 맞는 정책적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겉으로는 4차 산업혁명과 혁신 성장, 유니콘, 디지털 뉴딜을 외치면서 정작 정책의 기조와 규제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 그 결과 세계 50여 개 디지털 헬스케어 유니콘 중 국내 회사는 하나도 없다. 미국에는 원격진료 스타트업에 올해 2조원의 투자가 이뤄진 반면 국내는 그저 불법이다. 식약처에는 여전히 디지털 헬스케어 전담 부서조차 없고 60여 개 AI는 수가는커녕 신의료기술평가 대상도 못 되는 것이다.
정말 혁신을 원한다면 혁신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혁신을 반영하지 못한 기존 시스템은 제대로 동작할수록 오히려 혁신을 가로막을 뿐이다.